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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인류의 재앙과 코로나를 경고한 소설, 요즘책방 책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평점 :
" 어떤 도시를 이해하는 데 적합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10) "
누군가 불온한 낌새를 눈치채는 예민한 사람(의사 리외)의 의문으로 4월 16일은 시작된다. 계단에서 발견된 쥐 한마리의 사체. 익히 알고 있는 전염병의 시작을 알리는 사소하고도 결정적인 서막이었다. 코로나의 시작은 어땠는가 되짚어보니 괴담같은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던 19년의 겨울부터였다. 중국에서 알 수 없는 질병이 돌고 있다는 얘기를 인터넷으로 접했을 때, 주변에서 귀담아듣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외국의 소식은 멀게만 느껴졌고, 흉흉한 소식들은 그저 뜬소문 같았다. 우리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를 지나오며 전염성 있는 병들을 경험했고 대처했다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전에 없는 전염력과 증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비로소 혼란이 시작되었다.
" 어처구니없고 앞으로 예측도 할 수 없는 그 급작스러운 이별에 우리는 망연자실한 채 아직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어느새 그토록 멀어져버린, 우리의 하루하루 삶을 가득히 차지하고 있던 그 존재의 추억을 뿌리칠 능력도 없어진 형편이다. 사실 우리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우선 우리 자신의 고통과, 다음으로는 자식이며, 아내며, 애인이며 여기에 없는 사람들이 겪으리라고 상상되는 고통이었다.(93) "
많은 사람들의 삶이 코로나의 그늘에 있었다. 여행 항공 등의 업계의 타격은 이루 말할 것이 없고 질병의 근원지인 중국과 그 근접 국가인 아시아를 향한 인종차별 마저 공공연해졌다. 페스트는 단지 한 도시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였지만 코로나는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 더 넓고 지리한 단절과 고립을 만들어냈다. 기술 발전이 언택트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직접적인 만남의 부재를 다 커버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 중요성을 더욱 확고히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러니까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이라는 말씀이시죠. 그러나 공공복지도 개개인의 행복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115) " 랑베르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서도 불거져있는 불만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실제로도 생계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개개인의 행복과 권리, 공공복지의 충돌이 전염병 이상으로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 모두가 중요한 문제이고 개인의 관점에 따라 경중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어느 한쪽의 선으로 바라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 중 하나였다.
페스트의 종결을 맞이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하며 감도는 올해에 대한 희망을 엿보는 것 같다. " 그렇다, 이제 페스트는 공포와 더불어 끝났으며, 그처럼 부둥켜안은 팔들은 사실상 페스트가 고립과 이별의 동의어였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381) " 습관처럼 해오던 '코로나 끝나면 만나자'는 말들이 이제는 실제적인 약속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사소한 만남, 생업, 여행, 그리고 마스크가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의 회귀는 이 '고립과 이별'을 진짜 끝낼 수 있을까 기대하게 했다.
" 그는 그 기뻐하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 동안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집요하게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395) " 페스트는 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경계와 불안을 남기며 마무리 짓는다. 이 경고성 짙은 결말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교훈이 될 것이다. 현 상황에 대한 거울처럼 느껴지는 내용을 읽으며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여겨지지만 변치않는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고 앞으로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 324쪽 상 10 있다면 당신을 편에 서서 -> 당신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