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실로 가는 길
시아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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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껏 내 인생의 책을 넘겨보니, 글씨가 뭉개져 있어서 도무지 읽을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193) "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의 첫인상은 전체적으로 음울했다. 좌절되고 단절된 관계와 망쳐버린 상황에 대한 반복이 이어졌다. 오늘은 간만에 하루종일 비가 계속해서 내렸는데, 새어들어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삼일동안 이어진 휴일의 마지막 날을 보내기에 썩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좀처럼 물러나지 않던 겨울을 마지막으로 읽어버리고 마감한 느낌이었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소개를 읽다가 다시 보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은 느낌이었다. 차라리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을 보지 않고 읽었더라면 조금은 마음이 편했을까 싶었다. 이 부분의 어느 정도까지가 진짜일까 이런 생각을 가늠하면서 읽기에는 참 무거운 내용들이었다. '상처 입은 영혼의 아프지만 기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위태롭고 또 자학적인 내용들 이를테면 '나는 악마이고 죽거나 망해야 할 계집년(96)'같은 표현들이 많았다.

 

 "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마도 근처에 학교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처음 보는 골목이었다. 친구 집 대문을 두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식구들끼리 저녁 먹는 소리가 담을 넘어 들려왔다. 나는 무작정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큰길이 나왔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낯설었다. 왜 그 친구를 따라갔을까. 그냥 집으로 바로 갈걸. 왜 대문을 두드려서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헤맬 줄 알았으면서.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집으로 갈까.(45) "

 

 가끔 친구네 집을 가면 현관문 여는 법이 우리집과 달라 헤어지는 인사를 하고는 어색하게 문을 어떻게 여는 것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 걸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낯선 동네의 풍경이 돌아가는 길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던 어느 날의 경험이 떠올랐던 부분이다. 친구에게 가는 길을 잘 모르니 데려다달라고 말할 수 없었던 여리고 불안한 어린 시절을 겪었을 주인공-시아의 심리와 상황이 잘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며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었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상처들, 이른 결혼과 이혼, 카드깡으로 인한 거액의 빚, 두번째 이혼 이 모든 과정들 속에서도 공부를 하고, 누군가가 전해준 응원 하나를 '깊은 마음을 툭툭 건드(307)'리도록 품었다는 것이 대단했다. 이쯤되니 주인공과 저자의 분리가 사라지고 이미 동일시하며 바라보게 되었다. 낯설지만 안타까운 책이었다. 이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저자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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