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물어봐 - 발칙하고 도도한 고양이의 인생 해결법
테레사 바바 지음, 마르게리타 트라발리아 그림, 김지연 옮김 / 별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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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특별한 고양이를 만나고 싶다면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를 고르세요.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해봅시다. 머릿속을 한번 비워보세요. 그런 다음, 고양이에게 물어볼 질문을 떠올리세요. 책을 양손으로 들어서 마음 가는 페이지를 펼치세요. 도도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당신에게 전하는 해답이 그곳에 있습니다 "
 
 고양이한테 질문을 하는 책이라고? 책 날개에 있는 말을 그냥 스쳐보듯 지나가는데, 이 책은 정독했다. 진심은 아니었다. 그냥 장단을 한 번 맞춰주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앉은 자리 그대로 아무 생각이나 떠올렸다. '다이어트 어떻게 할까' 그리고 정말 무작위로 아무 페이지나 펼쳤는데, " 일단 좀 먹고 나서 얘기해줄게(205) "가 나왔다. 헛웃음과 함께 헐 대박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까 전에 편의점에 들러 사온 신상 과자의 옆구리를 주욱 뜯어 입에 넣으며 이 책을 고양이님이라고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현명한 대답이었다.
 
 그 다음 질문은 좀 더 진지했다. 책 위에 손을 얻고 '과연 내년에 좋은 일이 생길까, 기왕이면 큰 돈을 번다던지'하는 속물적인 생각을 하고 눈을 꼭 감고 책을 펼쳤더니 " 사랑하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해봐(75) "라는 문구가 나왔다. 고양이만도 못한 자신을 반성했다.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이 책에서 나온 해답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른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질문에 연달에 어느 정도 근접한 선에서 답이 나오는 것은 신기했다. 간절히 바라며 해답을 갈구한 내 마음에 응답한 것이 아닐까. 서프라이즈 톤으로. 
 
 한편으로는 정말 간절하고 진지한 소원은 물어보지 못할 것 같았다. 혹시나 안좋은 여지가 있는 말이 나오면 괜히 마음이 복잡할까봐. 방금 마지막으로 하나 더 '2021년에 코로나가 끝날까' 물어봤는데 " 괜찮아. 믿어도 돼(381) "가 나왔다. 와, 이 책 뭐지. 솔직히 책 내용을 읽지 않았다. 어디쯤에 어떤 글이 있을지 생각이 들면 의식하고 펼치게 될 것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도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봐야지 싶다.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갑자기 배달음식이 먹고 싶어서 배달 주문할까요 하고 책을 펼쳤더니 " 항상 계획이 있어야 해(213) "이 나왔다. 고양이님 믿습니다. 하지만 주문은 할래요.
 
 이 책만큼 다른 사람들의 후기가 궁금한게 또 없는 것 같다. 고양이님이 내리셨는지. 그냥 귀여운 조합의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용하다. 연말연초 어쩐지 생각이 많아져서 점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들은 줄서서 고양이님의 답을 들어보길. 사람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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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만 진심이었지 - 인생고민 측면돌파 해답집
유니유니(전해윤) 지음 / 봄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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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나만 진심이었지' 이 말 자주 쓴다.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장난이긴 한데 현실에서도 가끔 이 말이 튀어나올때가 있다. 그럴때 상대방이 오히려 진지하게 변명하는 경우가 있어서 어색하긴 한데, 사소한 일에 너무나 자주 나만 진심일때가 있긴 하다. 특히 먹는거에 관해서. 이를테면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 밥 먹고 후식먹고 또 맛있는 걸 먹으러 갈 생각에 예의바른 공복으로 나갔는데 친구는 그렇지 않을때. 오늘 하루 야무지게 보내려던(먹으려던) 각오에 나만 완전 진심인거다. 누가봐도 녀석 멋진 하루를 보냈나보군,하고 생각하도록 먹고 싶었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떡볶이와 순대를 포장하며 아쉬운 속을 달래는 그 느낌, 그 상황, '나만 진심이었지' 그래서 책 제목을 봤을때 이 책은 웬만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자잘하고 지질한 나만 진심인 얘기들이 있겠지, 그래서 공감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에 읽어보고 싶었다.

 

 처음 한두 에피소드는 뭐 이 사람 나보다 윗길인가 지나치게 몰입하네, 싶었는데 '감정이입 과하게 해서 후유증이 올 때'(22)에서 현실웃음이 나왔다. 사실 인물이 스트레스 받게 하는 행동을 하거나 상황이 작위적이라 납득이 잘 안되면 드라마를 아예 안보거나 그대로 하차해버리는 습성이 있다. 원치 않는 전개가 나올 것 같으면 아무리 옆에서 추천을 해도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어릴 땐 어른들이 드라마 보면서 악역배우에게 욕을 하면 '뭐 저렇게까지 하시지' 싶었는데 요즘 내가 분노를 삭히며 괜한 욕을 하기 싫어서 하차해버린다. 저자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잘 지낼지 걱정됐다고 했지만, 나는 내 몸에서도 지하철 타는 사람 냄새가 나고 있는 건 아닐까 몇번이고 냄새를 맡아보느라 그 장면에서는 여전히 얼굴이 굳는다.

 

 짧게짧게 진짜 여러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칭찬과 관련된 내용(55)이나 회사에서 혼자 밥 먹고 싶을 때((122)같이 이미 내가 경험하고 고민하고 지나왔던 문제들을 다룬 부분도 다시 보니 새로웠다. 예전에 나도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싶기도 하고, 요즘은 또 그때랑 다른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상사가 모닝콜 해달라고 할 때(115)같은 서로 끔찍할 것 같은 일이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싶은 상황도 있다. 직장 사람의 목소리로 아침을 열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있단 말이야? 좋아하는 음악도 아침 알람으로 해놓으면 삼일만에 싫어질 마당에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지. 입냄새나 스킨십같은 문제는 오히려 이해가 되는데 모닝콜은 서로가 짜증스러울 일이라 현실인가 아닌가 놀라울 뿐이었다.

 

 제일 웃겼던게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친구와 마주 보기 어색할 때(235)였다. 친한 친구와 만날 때 가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서게 되는데 한번도 어색하다 여긴 적 없이 손을 크게 휘저으며 니가 올래 내가 갈까 수신호를 보내기 바빴다. 단언하건데 그보다 어색한 때는 만날 때가 아니라 헤어질 때다. 만날 때는 반가움과 인사, 앞으로의 이동방향에 대한 전략적 지시의 콜라보지만 헤어질 때 전철역 맞은편에 선다는 것은 반복되는 인사 외엔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사나누고 상대방 전철이 먼저 떠나고 나면 방금전까지 저편을 향해 파닥이며 인사하던 모습에서 정색하고 전철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 안면몰수해야 한다는 점도 어색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있는 시간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도 짧고 심각하게 머리 쓸 일 없이 기분 전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차피 이번 연말은 집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쌓아두고 보낼텐데, 넷플릭스와 왓챠 사이에서 최소한의 양심 상 책 한 권은 읽고 2020년을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남은 보름 정도의 시간동안 책 한 권 읽기를 완전 가능하게 해줄 가볍고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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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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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잘 보지는 않지만, 요즘 드라마 내용이 얼마나 탄탄하고 자극적으로 되어있는지는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한동안 일본소설을 읽지 않았던 데다가 남편을 죽인 살해용의자에게 직접 복수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고 결혼까지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작열'을 아주 기대하며 읽었는데, 심장을 조여오는 불안감을 줄만한 요소는 적은 것 같아 읽고나서 아쉬웠다. 아무래도 이런 내용에서는 서로 비밀이 밝혀질까봐 거짓말하고 머리를 써서 알리바이도 만들고 기싸움하는 장면들이 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내용이 짧고 단순했다.

 

  너무 자극적인 소재는 그 나름대로 불평을 하지만 적당하면 또 심심해하는 장단맞추기 어려운 독자인가. 하지만 우리는 익히 같은 배우가 얼굴에 점하나만 찍고 나타나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그런가보다하고 믿어주는 아량도 지녔다. 우연히 얻게 된 죽은 사람의 신분을 가지고, 성형수술을 해서 정체까지 감출 정도로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사키코가 사토 에리로 사는 것에 좀 더 철저하지 않았을까. 나중에는 히데오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복수를 하겠다는 사키코의 마음이 어느 정도의 각오였는지 감정의 변화가 그리 공감되지 않았다. 과거 잘생겼었던 모습의 사진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외모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아니라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년을 간다고 잘생긴게 어디가지 않았던게 아닐까.

 

 원래 이런 소설에서는 어느 등장인물 하나 허투루 보면 안되는 것이 맞지만, 정작 두 사람은 무르디 무르고 히데오의 여동생 아키코가 오히려 더 독할 줄이야. 음식에 독도 안타고 칼로 찌르지도 않고 오히려 20분 거리에 있는 마트까지 걸어가 할인상품을 사서 가계를 꾸리고, 태운 반찬을 대신 먹어주는 등 서로 알뜰히 챙기며 산다. 복수는 커녕 대책없이 착하다. 반전을 위한 밑받침도 이 내용이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구나 싶은 부분이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사키코의 과거에서 현재로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회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많고, 거기에 지금 두 사람의 삶 위주로만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읽다가 어느 순간 '뭔가 있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있는데 나중에보니 진짜 그랬다. 추리 스릴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눈치챌 만큼 허술했다.  

 

 '마지막 20페이지에 펼쳐진 충격적인 반전으로 화제에 오른'이라는 말이 마지막 부분에서 뭘하나 터트릴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도 되지만 그 전까지 끌어모아놓은 모든 긴장감을 너무 짧은 마무리로 끝내버렸다는 아쉬움도 담고 있다. 원래 오래 기다린 복수의 끝은 허무하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허무한 끝맺음이었던 것 같다. 특히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매운맛 전개에 익숙한 독자라면 '작열'이 더 심심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부담없이 보기 좋은 단편 드라마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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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스테이 - 세계 18개국 56명 대표 시인의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김혜순 외 지음, 김태성 외 옮김 / &(앤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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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등의 아랫부분쪽으로 깊은 칼집같은 손상이 나 있는 책을 받았다. 약간의 구겨짐말고는 대체적으로 손상이 있는 책을 받아본 적은 드문데, 하필이면 이 책은 작지만 치명적이고 가려지지 않는 모습을 한 채로 도착한 것이다. 마음이 조금 울적했지만 어쩌겠나 싶었다. 이건 어쩌다 생긴 일이지 대체로 누구의 악의도 잘못도 아니다. 우한폐렴은 몰라도 코로나의 전파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조심조심 손상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책장을 넘기면서 어쩌면 이 책은 그 자체로구나 싶었다.

 

 코로나의 흔적이 너무나 깊고 뚜렷해서 이와 관련된 컨텐츠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이라는 어색한 말들이 하나로 나란히 늘어서있는 책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18개국 56명의 '전 지구적 연대'를 통한 한 권이라니. 코로나로 인해 외국엘 가지 못하게 된 탓에 한국 바깥의 소식은 뉴스로만 접했는데, 화면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누군가의 문장이 더욱 실감나는 현실로 다가온다. 개인의 삶으로 경험한 디테일과 감정이 녹아들어서 그런걸까.

 

 김소연의 '거짓말처럼'(24)이나 윤일현의 '거리 좁히기'(26)는 같은 경험과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지 즉각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마스크를 사러 약국에 들렀던 봄과 여름, 혹시 몰라 하는 마음에 가족에게 보내 둔 누룽지 소포까지 어쩜 꼭 같은 사람 사는 모습에 그때 우린 다 불안했고 서로를 염려했구나 기억을 되살렸다. 반면 에드거 바서의 '히포콘더'(74)같은 시들은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아시아를 향한 차별적 시선이 어떤 식으로 드러났던가 민낯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던 모습에 전 지구적 연대라는 말에 냉담해진다.

 

 타미 라이밍 호의 열 가지 질문(153)의 내용이 가장 좋았다. 어떤 것들은 조금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고 어떤 것들은 전혀 상관없이 자신에 대해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몰입이 계속되는 우울이나 불안과 감정을 조금 분리시킬 수 있도록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인생의 마지막 60년을 서른살의 몸이나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은 통속적이면서 매번 흥미로운 선택이다. 저마다의 선택에 확고한 이유도 있을테고. 또 의미심장한 10번 질문도 독특했다.

 

 계속되는 확진자 발생과 연말임에도 더욱 강화되는 거리두기 단계로 피로감이 느껴지는 때다.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때에 읽었다면 위로의 의미가 더욱 컸겠지만, 현상황에서 '지구에서 스테이'는 위로도 되고 부담도 되는 내용이었다. 그때의 불안과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으로 20년이 마감되고 21년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현실이 새삼 느껴진다. 언젠가 이들이 다시 모여 회고 시집을 내는 날이 서둘러온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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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숙제 - 남들처럼 살면 내 인생도 행복해지는 걸까요?
백원달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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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아서 아쉬웠다. 사실 조금 크고 두툼한 책을 실제로 본다면 분량이 적다는 말이 나오는게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읽어보면 짧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는 점도 이 아쉬움에 한 몫을 한다. '인생의 숙제'에서는 아마 이십대 후반에서 삼심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서른셋 유나의 고민들이 너무나 전형적이라 많은 공감을 사겠지만 그래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유나의 직장상사인 진숙은 차갑고 무례한 태도로 다른 직원들의 반감을 산다. 유나 역시 그녀에게 폭언을 듣기도 하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강도높은 업무에 치여 여유가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시절에는 좋아하는 것이, 하고싶었던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현실은 그떄와 너무나 멀어져 있다. 진숙만이 아니라 유나가 그동안 만나온 무례하고 자존감을 깎는 타인들은 다르지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삼년쯤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 철민과의 사이는 예전같지 않다. 함께 데이트를 하는 동안 철민의 손에서는 핸드폰이 떨어질 줄 모른다. 예전에 두 사람이 좋아했던 것들, 좋았던 감정들도 자꾸만 희석되고 그게 태도와 말에서도 드러날때 이 연애가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싶어진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키기도 전에 연애가 곧 결혼이 되려는 시기인 두 사람의 현실이 날 것으로 들이밀어진다.
 
 오래된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다. SNS로 보는 주변사람들의 일상은 다 괜찮아보이기만 한다.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도 생활과 관심사가 달라지니 대화가 어긋나는 것이 느껴진다. 유나는 사랑을 말하는데 친구들은 조건을 따져 물질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는 것 같고, 결혼생활에 대해 불평하다가도 '너도 결혼해'하고 말을 끝맺기도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도 뭔가를 나눈 것 같지 않다.
 
 이런 짧은 상황들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몰랐는데 사회물을 먹다보면 어느새 이런 균열들이 조금씩 그러나 점점 크게 느껴지게 된다. 처음에는 다른 인물들이 너무 극단적이고 전형적인 게 아닌가 싶은데 유나의 시점으로만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정도 조금씩 드러나있어서 그런 모습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어도 사람에게는 다 각자의 삶과 사정이 있는거지 싶어진다.
 
 시를 쓰고 싶다는 어린시절의 꿈에 한걸음 다가가는 유나의 발전과 옆에서 힘이 되주는 미경의 도전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함께 돌아보게 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조금 더 가지를 친 내용이 없이 마무리 된 것은 아쉬웠다. 조금 더 넉넉한 분량으로 다른 인물들의 마음도 다독여주고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한권으로만 끝내기에는 너무 짧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특히 본인이 상처받은만큼 남에게 상처주는 일을 반복했던 진숙이 미경과의 시간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수아는 어떻게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할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마음에 걸리는 인물들이 있었다. 거기에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배려없어 보이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수아만 결혼 앞에서 진지한 감정과 가치를 두고 고민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도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인물을 그려내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이 작품으로 못 다 풀어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작가의 소개를 다시 살펴봤다. 여행기를 담은 작품들이나 연재중이라고 소개된 '작심삼일 운동툰'도 찾아볼까 싶다. 이것들에게선 곳곳에 실어놓은 시를 통해 자신만의 감성을 한껏 담아낸 작가의 이번 책 '인생의 숙제'와는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부담없이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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