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숙제 - 남들처럼 살면 내 인생도 행복해지는 걸까요?
백원달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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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아서 아쉬웠다. 사실 조금 크고 두툼한 책을 실제로 본다면 분량이 적다는 말이 나오는게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읽어보면 짧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는 점도 이 아쉬움에 한 몫을 한다. '인생의 숙제'에서는 아마 이십대 후반에서 삼심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서른셋 유나의 고민들이 너무나 전형적이라 많은 공감을 사겠지만 그래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유나의 직장상사인 진숙은 차갑고 무례한 태도로 다른 직원들의 반감을 산다. 유나 역시 그녀에게 폭언을 듣기도 하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강도높은 업무에 치여 여유가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시절에는 좋아하는 것이, 하고싶었던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현실은 그떄와 너무나 멀어져 있다. 진숙만이 아니라 유나가 그동안 만나온 무례하고 자존감을 깎는 타인들은 다르지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삼년쯤 사귄 동갑내기 남자친구 철민과의 사이는 예전같지 않다. 함께 데이트를 하는 동안 철민의 손에서는 핸드폰이 떨어질 줄 모른다. 예전에 두 사람이 좋아했던 것들, 좋았던 감정들도 자꾸만 희석되고 그게 태도와 말에서도 드러날때 이 연애가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싶어진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키기도 전에 연애가 곧 결혼이 되려는 시기인 두 사람의 현실이 날 것으로 들이밀어진다.
 
 오래된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다. SNS로 보는 주변사람들의 일상은 다 괜찮아보이기만 한다.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도 생활과 관심사가 달라지니 대화가 어긋나는 것이 느껴진다. 유나는 사랑을 말하는데 친구들은 조건을 따져 물질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는 것 같고, 결혼생활에 대해 불평하다가도 '너도 결혼해'하고 말을 끝맺기도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도 뭔가를 나눈 것 같지 않다.
 
 이런 짧은 상황들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몰랐는데 사회물을 먹다보면 어느새 이런 균열들이 조금씩 그러나 점점 크게 느껴지게 된다. 처음에는 다른 인물들이 너무 극단적이고 전형적인 게 아닌가 싶은데 유나의 시점으로만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정도 조금씩 드러나있어서 그런 모습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어도 사람에게는 다 각자의 삶과 사정이 있는거지 싶어진다.
 
 시를 쓰고 싶다는 어린시절의 꿈에 한걸음 다가가는 유나의 발전과 옆에서 힘이 되주는 미경의 도전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함께 돌아보게 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조금 더 가지를 친 내용이 없이 마무리 된 것은 아쉬웠다. 조금 더 넉넉한 분량으로 다른 인물들의 마음도 다독여주고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한권으로만 끝내기에는 너무 짧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특히 본인이 상처받은만큼 남에게 상처주는 일을 반복했던 진숙이 미경과의 시간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수아는 어떻게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할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마음에 걸리는 인물들이 있었다. 거기에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배려없어 보이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수아만 결혼 앞에서 진지한 감정과 가치를 두고 고민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도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인물을 그려내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이 작품으로 못 다 풀어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작가의 소개를 다시 살펴봤다. 여행기를 담은 작품들이나 연재중이라고 소개된 '작심삼일 운동툰'도 찾아볼까 싶다. 이것들에게선 곳곳에 실어놓은 시를 통해 자신만의 감성을 한껏 담아낸 작가의 이번 책 '인생의 숙제'와는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부담없이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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