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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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잘 보지는 않지만, 요즘 드라마 내용이 얼마나 탄탄하고 자극적으로 되어있는지는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 한동안 일본소설을 읽지 않았던 데다가 남편을 죽인 살해용의자에게 직접 복수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고 결혼까지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작열'을 아주 기대하며 읽었는데, 심장을 조여오는 불안감을 줄만한 요소는 적은 것 같아 읽고나서 아쉬웠다. 아무래도 이런 내용에서는 서로 비밀이 밝혀질까봐 거짓말하고 머리를 써서 알리바이도 만들고 기싸움하는 장면들이 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내용이 짧고 단순했다.

 

  너무 자극적인 소재는 그 나름대로 불평을 하지만 적당하면 또 심심해하는 장단맞추기 어려운 독자인가. 하지만 우리는 익히 같은 배우가 얼굴에 점하나만 찍고 나타나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그런가보다하고 믿어주는 아량도 지녔다. 우연히 얻게 된 죽은 사람의 신분을 가지고, 성형수술을 해서 정체까지 감출 정도로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사키코가 사토 에리로 사는 것에 좀 더 철저하지 않았을까. 나중에는 히데오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복수를 하겠다는 사키코의 마음이 어느 정도의 각오였는지 감정의 변화가 그리 공감되지 않았다. 과거 잘생겼었던 모습의 사진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외모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아니라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년을 간다고 잘생긴게 어디가지 않았던게 아닐까.

 

 원래 이런 소설에서는 어느 등장인물 하나 허투루 보면 안되는 것이 맞지만, 정작 두 사람은 무르디 무르고 히데오의 여동생 아키코가 오히려 더 독할 줄이야. 음식에 독도 안타고 칼로 찌르지도 않고 오히려 20분 거리에 있는 마트까지 걸어가 할인상품을 사서 가계를 꾸리고, 태운 반찬을 대신 먹어주는 등 서로 알뜰히 챙기며 산다. 복수는 커녕 대책없이 착하다. 반전을 위한 밑받침도 이 내용이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구나 싶은 부분이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사키코의 과거에서 현재로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회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많고, 거기에 지금 두 사람의 삶 위주로만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읽다가 어느 순간 '뭔가 있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있는데 나중에보니 진짜 그랬다. 추리 스릴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눈치챌 만큼 허술했다.  

 

 '마지막 20페이지에 펼쳐진 충격적인 반전으로 화제에 오른'이라는 말이 마지막 부분에서 뭘하나 터트릴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도 되지만 그 전까지 끌어모아놓은 모든 긴장감을 너무 짧은 마무리로 끝내버렸다는 아쉬움도 담고 있다. 원래 오래 기다린 복수의 끝은 허무하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허무한 끝맺음이었던 것 같다. 특히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매운맛 전개에 익숙한 독자라면 '작열'이 더 심심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부담없이 보기 좋은 단편 드라마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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