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만 진심이었지 - 인생고민 측면돌파 해답집
유니유니(전해윤) 지음 / 봄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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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나만 진심이었지' 이 말 자주 쓴다.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장난이긴 한데 현실에서도 가끔 이 말이 튀어나올때가 있다. 그럴때 상대방이 오히려 진지하게 변명하는 경우가 있어서 어색하긴 한데, 사소한 일에 너무나 자주 나만 진심일때가 있긴 하다. 특히 먹는거에 관해서. 이를테면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 밥 먹고 후식먹고 또 맛있는 걸 먹으러 갈 생각에 예의바른 공복으로 나갔는데 친구는 그렇지 않을때. 오늘 하루 야무지게 보내려던(먹으려던) 각오에 나만 완전 진심인거다. 누가봐도 녀석 멋진 하루를 보냈나보군,하고 생각하도록 먹고 싶었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떡볶이와 순대를 포장하며 아쉬운 속을 달래는 그 느낌, 그 상황, '나만 진심이었지' 그래서 책 제목을 봤을때 이 책은 웬만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자잘하고 지질한 나만 진심인 얘기들이 있겠지, 그래서 공감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에 읽어보고 싶었다.

 

 처음 한두 에피소드는 뭐 이 사람 나보다 윗길인가 지나치게 몰입하네, 싶었는데 '감정이입 과하게 해서 후유증이 올 때'(22)에서 현실웃음이 나왔다. 사실 인물이 스트레스 받게 하는 행동을 하거나 상황이 작위적이라 납득이 잘 안되면 드라마를 아예 안보거나 그대로 하차해버리는 습성이 있다. 원치 않는 전개가 나올 것 같으면 아무리 옆에서 추천을 해도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어릴 땐 어른들이 드라마 보면서 악역배우에게 욕을 하면 '뭐 저렇게까지 하시지' 싶었는데 요즘 내가 분노를 삭히며 괜한 욕을 하기 싫어서 하차해버린다. 저자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잘 지낼지 걱정됐다고 했지만, 나는 내 몸에서도 지하철 타는 사람 냄새가 나고 있는 건 아닐까 몇번이고 냄새를 맡아보느라 그 장면에서는 여전히 얼굴이 굳는다.

 

 짧게짧게 진짜 여러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칭찬과 관련된 내용(55)이나 회사에서 혼자 밥 먹고 싶을 때((122)같이 이미 내가 경험하고 고민하고 지나왔던 문제들을 다룬 부분도 다시 보니 새로웠다. 예전에 나도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싶기도 하고, 요즘은 또 그때랑 다른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상사가 모닝콜 해달라고 할 때(115)같은 서로 끔찍할 것 같은 일이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싶은 상황도 있다. 직장 사람의 목소리로 아침을 열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있단 말이야? 좋아하는 음악도 아침 알람으로 해놓으면 삼일만에 싫어질 마당에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지. 입냄새나 스킨십같은 문제는 오히려 이해가 되는데 모닝콜은 서로가 짜증스러울 일이라 현실인가 아닌가 놀라울 뿐이었다.

 

 제일 웃겼던게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친구와 마주 보기 어색할 때(235)였다. 친한 친구와 만날 때 가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서게 되는데 한번도 어색하다 여긴 적 없이 손을 크게 휘저으며 니가 올래 내가 갈까 수신호를 보내기 바빴다. 단언하건데 그보다 어색한 때는 만날 때가 아니라 헤어질 때다. 만날 때는 반가움과 인사, 앞으로의 이동방향에 대한 전략적 지시의 콜라보지만 헤어질 때 전철역 맞은편에 선다는 것은 반복되는 인사 외엔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사나누고 상대방 전철이 먼저 떠나고 나면 방금전까지 저편을 향해 파닥이며 인사하던 모습에서 정색하고 전철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 안면몰수해야 한다는 점도 어색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있는 시간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도 짧고 심각하게 머리 쓸 일 없이 기분 전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차피 이번 연말은 집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쌓아두고 보낼텐데, 넷플릭스와 왓챠 사이에서 최소한의 양심 상 책 한 권은 읽고 2020년을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남은 보름 정도의 시간동안 책 한 권 읽기를 완전 가능하게 해줄 가볍고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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