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효과 - 프루스트를 사랑한 작가들의 글쓰기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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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간의 사이로 프루스트에 관한 책을 연이어 만나게 되어 어리둥절했다. 고전의 힘은 이토록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오는 관심과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던 것인가. 저 악명높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대표되는 프루스트에 관한 현암사의 이 신간을 보고 반가우면서도 곤란했다. 과연 이 쉽지 않은 주제로도 얼마나 읽지 않고 버티기에 어려운 매력적인 깊이를 선사할 것인가. 고백하건데, 아직 다 읽지 못한 뒷 권들을 마저 읽어내기에도 벅찬데도.

 

 저자는 '프루스트 효과'를 통해 프루스트를 사랑한 여덟 명의 작가들의 글쓰기를 풀어내었다. 그 여덟 명의 목록에 버지니아 울프, 롤랑 바르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질 들뢰즈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는 것만으로 프루스트에 대한 증명은 더 필요치 않다.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이들 작가에 대해서 이들이 얼마나 프루스트의 영향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프루스트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했는지 분석하며 소개하고 있다. 오직 프루스트에 대해서만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여덟명 중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작가에 대해 관심있게 읽어볼 수 있어 더 좋다.

 

 "프루스트 소설에서는 한 부분이 스스로 말을 하고, 그 자체로 존재함으로써 기호들이 발생한다. '시간'은 작품의 소재이며 동시에 주제가 되는데, 그럼으로써 부분들이 생기게 되고 그러한 부분들은 "하나의 퍼즐에 끼워 맞출 수 없는 조각들"처럼 서로 이어질 수가 없게 되며 각자의 공간에서 존재를 유지한다. 그와 동시에 들뢰즈는 시간을 가리켜 "서로에게 수용되기를 거부하고, 동일한 리듬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문체의 흐름에 의해 같은 속도로 이끌리지도 않는 부분들의 궁극적인 존재"라고 정의한다. - p.150 제5장 통일성의 재발견"

 

 때로 전문적인 분석과 지식이 옅보이는 내용이라 간만에 자세를 잡고 주의깊게 읽어야 했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변적 글을 쓸 때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적 글쓰기가, 이를 대표하는 프루스트를 통해 다시 보게 되니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짜임새있게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구나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한번씩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는 개인적인 짧은 반성을 의식의 흐름으로 토로하였고, 최근 차원과 관련된 여러 차원의 우주와 시공간 개념들을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라 따로 옮겨보았다. 우리가 순차적으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란 것이 결국 다른 차원에서 동시간적으로 혹은 그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내용과 비슷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프루스트의 글도 어렵다는 것도.

 

 이는 베게트가 "지난 몇 주 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 번 완독하였으나 그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며, "끝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처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는 내용에서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프루스트의 작품이 시작과 끝이 존재하지 않음을 이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모호한 흐름에서 순차적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 어려움과 동시에 읽기 시작하나 결코 다 읽지는 못하기 떄문에 끝이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이 완독에 대한 부채의식을 없애기 위해 이러저러한 방편으로 책들을 읽지만 부채감은 완독하기 전까지 계속되리라는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프루스트 효과'만이 아니라, 얼마 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여덟개의 시선으로 살펴본 타 출판사의 신간을 읽었다. 연속된 신간들의 등장에 국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완독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 문제적 작품에 대한 동시대적 재조명에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읽어보고 싶고 궁금한 마음이 들었는데, 꽤 만족스러웠다. 다시 완독할 용기는 나지 않는데, 그래도 궁금하고 미련이 남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왜, 지금 프루스트일까! 이는 최근 디저트 문화가 급격히 성장하게 되면서 케익과 마카롱에 밀린 마들렌이 시장 우위를 선점하려는 큰그림을 그린 것은 아닐까 싶다. 는 개인적 분석을 덧붙이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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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선 K-포엣 시리즈 1
고은 지음, 이상화.안선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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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Flowers of a Moment

 

Going down I saw

the flower

I did not see going up."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읽고, 들어 접해봤을 시를 꼽아보았다. 짧지만 어딘가 여운을 깊게 남기는 구절이 인상적인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전문과 번역본을 함께 옮겨놓았다. 인생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이 영문으로도 전해질까 궁금해진다.

 

 시가 주류인 시대가 왔다. 언제부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시집의 리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체감은 그 지점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내맘대로 꼽은 시인계의 아이돌 이병률의 여행에세이 등의 활약이 눈에 띄었었고. 요즘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가 메인 매대로 장식되어 있다. 문학 서가의 한 켠에 조용히 아우성치던 감성에의 외침이 드디어 닿았다는 듯이. 작년 말 정도부터 시집의 판매율이 엄청 올랐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가을부터 시작한 시집 읽기 바람이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재출간을 힘입어 엄청난 상승곡선을 넘어선 직선을 보여줬다고 한다. 도리어 올해 들어 간간히 읽던 시집 읽기도 뜸해진 탓에 괜히 멋쩍어지면서도 좋다. 내 시집도 아닌데, 내가 읽은 것도 아니면서.

 

 얼마 전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노벨 문학상이라 하면 떠오르는, 몇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고 졸이게 만드는 문학가 고은의 시선이 아시아 출판의 K POET 시리즈로 출간되었다고 하여 읽어보았다. 약 90쪽의 얇고 작은 크기의 시선집은 휴대하기 좋은 가벼움과 조밀함이 특징이다. 많은 작품을 수록하지 않았지만 작품은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에 수록해놓았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 된다. 마음에 드는 시를 영어로 읽어본다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해석 실력이랄 것도 없지만, 한글로 읽은 시를 영문으로 다시 읽다보면 미묘한 어감이나 정서가 와닿지 않는듯해 아쉽다. 어쩌면 원어민이 읽었을 때는 좀 더 나은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외국인 친구와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 되겠다.

 

 다른 작품으로는 '어떤 기쁨'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세계의 어디에선가/누가 생각했던 것/울지마라" 는 싯구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으로 반복되고 있다. 짧게 옮겨놓은 부분만으로도 일부 위로가 됨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길기 때문에 전문을 옮기진 않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에 읽었던 신용목 시인의 '타자의 시간' 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두 시 모두 좋으니 가을을 맞아 모두 읽어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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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터리스 휴스턴 지음, 김명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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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가 혐오되고 부정되는 현실에서 어떤 것이 진짜 맞는 길일까 항상 생각해보게 된다. 여성은 세계와의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요지의 한 교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현실을 비판하고 천장을 깨려 돌을 던져야 할 때조차 여성은 그것에 도전하려는 자신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부터 따져 묻는 자기검열의 코르셋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교수의 논조였다. 그때 '아!'하고 놀랐으나, 아직도 예민하고 민감한 주제로 다뤄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검열'이 그치지 않는다. 특히나, 일부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의 등장 조차도 원색적인 비난이 되는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개인적 고민이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뜻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관심이 갔다. 만약 반페미니즘 성향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페미니즘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가진 한계나 받는 차별은 분명 존재한다는 의식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항상 핑계가 많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처리 못하던 남성직원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 훗날 '이유없이 자신을 싫어하는 선임'이라는 표현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왜 여성상사의 지시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은 채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표현할까.

 

 "사람들은 여성과 남성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똑같이 힘든 감정을 경험할 때도 여성이 감정을 내비치면 더 가혹하게 평가한다.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분노가 번득이거나 감정이 상했을 때의 표정을, 그녀가 진짜 감정적이거나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창으로 여긴다. 다시 말해 성격적 결함으로 여기는 것이다. 헌트의 말에 따르면, 그런 여성은 남성과 함께 연구실에서 일하지 않는 게 좋다. 똑같이 좌절하거나 풀 죽은 표정인 남성은? 그 표정은 일시적인 것이다. 하필 운 나쁜 날 그를 목격했을 뿐이다. -p.287 5장 스트레스는 여성을 취약하게 하는 대신 집중하게 한다" 

 

 책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특히 해당 장은 유의하여 읽었는데, 특별히 예상을 넘어서는 해석은 없었다. '여성은 감정적이다'는 흔한 고정관념이 이런 해석을 야기하는 것이다. 다만 명료히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읽으며 개인적 체험 역시 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여성이 가지는 특질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있다. 여성과 남성을 넘어 성의 구분이 이분법이지 않은 시대에서 이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만족스러움을 주지만, 이 특질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감안하고 읽을만한 수준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여성의 행동에 대해 '여성적 특질'로 구분지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형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여성은 공간감각 능력이 뒤떨어져서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는 '김여사'라는 표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개개인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운전을 하는 사람이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운전대를 붙들고 나온 여자들인것만은 아니다. 이들이 좀 더 주의깊게 운전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당신을 답답하게 만들지라도, 혹은 벼락같이 당신의 앞을 차지해 휙 달려가버린 얌체로 느껴질지라도, 이들 모두가 '김여사'로 통칭되며 능력이 더 낮은 존재로 치부될 수는 없다.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 역할상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는 넓게보면 남녀노소를 떠나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사회에서 요구되는 각각의 역할에 맞춰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우리가 '코르셋'이라고 부르는 '**는 **해야한다' 류의 이미지가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역할에 대한 제약을 넘어서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제한까지 이어진다면 이를 개선해야함은 분명하다. 이전에 담론화되지 않았던 문제이고, 고정적인 관념으로 굳어진 문제를 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변화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알고 자신을 정립하기 위해서 더 많은 텍스트를 접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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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 - 탕가피코 강에서 배우는 나눔의 규칙 모두가 친구 35
디디에 레비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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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를 만나기 위해 탕가피코 강을 따라 밀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소년 마르쿠스의 이야기가 담긴 이 그림책은 탕카피코 만의 독특한 규칙이 함께한다. 배가 정박하는 곳에서 누군가의 물건을 받으면 그 대신 자기가 가진 것을 하나 내어 줘야 하는 것이다. 이 독특한 규칙이 눈길을 끄는 동화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도 술렁이게 만든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나누는 것보다 받은 것에 익숙한 우리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가진 것을 덜기도 참 어려웠는데, 다른 이에게 준다는 것은 더 힘들것이다.

 

 탕가핑코 강을 여행하며 낮선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엠피쓰리와, 게임기를 나눠줘야 하는 마르쿠스는 이제 겨우 아홉살인데, 어른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나눔을, 과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을 읽었다. 마르쿠스는 게임기 대신 무엇을 얻게 될까?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마르쿠스는 "정말 끔찍한 여행이야."라며 떠나온 집을 그리워한다. 모험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마르쿠스에게 벌레가 많고 더운 밀림으로의 여행은 버거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르쿠스의 마음이 점차 변화한다. 나누고 가벼워질수록 마르쿠스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없어져간다.

 

  진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함께 신비한 여행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동화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공들이 그림과 색감에 비해 글씨가 단조롭고 다소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전혀 개성적이지 않은 텍스트의 배열로 오히려 그림이 주는 감상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르쿠스의 변화가 다소 거칠게 표현되었다. 어른의 눈으로 봤을때, 짧은 내용으로도 전형적인 이유를 유추해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왜 마르쿠스가 갑자기 변하게 되었는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엠피쓰리가 없고, 게임기가 없고, 신발이 없어지고 마르쿠스가 느낀 것이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에 어른의 시선으로 넘겨짚은 '정답'을 알려주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탕카핑코의 규칙을 활용해서 놀이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하루나 시간을 정해두고 탕카핑코 활동을 해보면 어떤 물건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경험을 해보기도 하는 등 이색적인 체험형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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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 - 대한민국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투자법
정재윤 지음 / 다산3.0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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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나아가 2030년의 한국과 세계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언제든 역사적이지 않은 시절이 있었겠느냐마나는, 지금 이 시대 역시 급진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임이 분명하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바꾸는 우리 경제의 미래는 무엇일까. 기술 발전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예전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모바일 혁명 때에 비하면 훨씬 적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큰 우려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면 어떡하나'이다. -p.40 1장 저금리 저성장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의 엇박자" 


 거의 모든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화두가 오르내린다. 이제 정말, 세상에 또 한번 변화가 찾아오려는 것이다. 편의점 계산대에 아르바이트생 대신 바코드 기계와 자동 포장 장치가 설치된다는 것 말고도 이 변화를 가까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있었을까.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노동 시장의 변화일 것이다. 이에 맞춰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할 것인가, 혹은 인력은 어떤 식으로 소비되어야 하는 것일까가 그동안 접한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들의 주 내용이었다면, 다산북스에서 내놓은 이 신간 "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는 그보다 더욱 실제적인 문제인 '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변화를 통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는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종내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고 어떤 식으로 충족시켜야 하는지가 관심사인 것이다. 다소 낯선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물론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도 아주 가끔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에게 그런 행운이 올 거라고 생각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전 재산을 로또 사는 데 쓰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그렇다면 은행도, 증권사도, 보험사도 믿을 수 없고, 금융 전문가도 믿을 수 없다는 건데, 도대체 어디에 투자하란 말인가 싶을 것이다. 이제부터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 하나씩 차근차근 찾아보자. -p.106 3장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금융상품"


 초반은 우리가 다루어야 할 주제인 돈과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양상에 대해 가볍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돈의 흐름과 관련된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가 흔히 저지를 수 있는 계산 오류를 연상하기도 했다. 이는 "10만 원권 상품권이 구입되어 세사람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는 과정을 통해 통화량을 가늠하는" 내용이었는데, 이 내용을 읽으면서 흔히 "보석상이 손해"라고 지칭되는 간단하면서도 아리송한 퀴즈를 함께 떠올렸다. 아마 몇몇의 사람들은 저 키워드 만으로도 연상되는 퀴즈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두 문제는 돈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눈 앞의 오류를 지나치는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돈과 셈에 약한 편이라 다소 빠르고 간단하게 넘어가는 흐름을 다 따라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접했던 다른 책들에 비해 4차 산업혁명과 재테크의 영역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적으로 담아낸 듯 하다.


 또 하나,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부동산에 관한 내용이다. 인구절벽을 바라보는 위기론과 도심과 그 외 지역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평소에도 관심있게 생각한 주제였다. '부동산 불패 신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만연한 현재 흐름에서 앞으로 더 달라질 것이 있을까 궁금한 점이 많았다. '깡통 주택' '하우스 푸어'같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달라진 생활 양식에 따라 부동산, 특히 주택의 보유가 과거만큼 중요시되지 않는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우려했던 점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해 특히 관심을 두고 읽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명료한 전망이 제시되지 못한 채 짧게 마무리 된 점이 아쉬웠다. 다만 "아무 집이나 사도 무조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는 관점과 강남을 대체할 만한 집중 지역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정부 정책으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그것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마무리를 한 점이 재밌었다.


 과거 금리가 높던 시절엔 그저 벌어온 돈을 우직하게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목돈이 저절로 쌓였다. 은행이 망한다는 충격적인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큰 이익은 없어도 아무 리스크없이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넣어만 둔 돈에 붙는 수익은 제로에 가깝다. 혹 앞으로는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오히려 돈이 깎여나갈 것이라는 농담아닌 농담도 들었다.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해진 때에 다양한 흐름을 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다소 전문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 경제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쉽게 읽어넘길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진입 장벽이 있을지라도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눈을 뜨기 시작한 초년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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