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Flowers of a Moment
Going down I saw
the flower
I did not see going up."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읽고, 들어 접해봤을 시를 꼽아보았다. 짧지만 어딘가 여운을 깊게 남기는 구절이 인상적인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전문과 번역본을 함께 옮겨놓았다. 인생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이 영문으로도 전해질까 궁금해진다.
시가 주류인 시대가 왔다. 언제부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시집의 리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체감은 그
지점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내맘대로 꼽은 시인계의 아이돌 이병률의 여행에세이 등의 활약이 눈에 띄었었고. 요즘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가 메인
매대로 장식되어 있다. 문학 서가의 한 켠에 조용히 아우성치던 감성에의 외침이 드디어 닿았다는 듯이. 작년 말 정도부터 시집의 판매율이 엄청
올랐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가을부터 시작한 시집 읽기 바람이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재출간을 힘입어 엄청난 상승곡선을 넘어선 직선을
보여줬다고 한다. 도리어 올해 들어 간간히 읽던 시집 읽기도 뜸해진 탓에 괜히 멋쩍어지면서도 좋다. 내 시집도 아닌데, 내가 읽은 것도
아니면서.
얼마 전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노벨 문학상이라 하면 떠오르는, 몇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고 졸이게 만드는 문학가
고은의 시선이 아시아 출판의 K POET 시리즈로 출간되었다고 하여 읽어보았다. 약 90쪽의 얇고 작은 크기의 시선집은 휴대하기 좋은 가벼움과
조밀함이 특징이다. 많은 작품을 수록하지 않았지만 작품은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에 수록해놓았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 된다. 마음에 드는 시를
영어로 읽어본다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해석 실력이랄 것도 없지만, 한글로 읽은 시를 영문으로 다시 읽다보면 미묘한
어감이나 정서가 와닿지 않는듯해 아쉽다. 어쩌면 원어민이 읽었을 때는 좀 더 나은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외국인 친구와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 되겠다.
다른 작품으로는 '어떤 기쁨'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세계의 어디에선가/누가 생각했던 것/울지마라" 는 싯구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으로 반복되고 있다. 짧게 옮겨놓은 부분만으로도 일부 위로가 됨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길기
때문에 전문을 옮기진 않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에 읽었던 신용목 시인의 '타자의 시간' 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두 시 모두 좋으니 가을을
맞아 모두 읽어본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