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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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게 호감가는 제목은 아니었다. 청소년 소설 제목이 “쥐를 잡자”?? 한때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게임 이름이 언뜻 떠올라 왠지 내용도 그렇게 가볍게 흘러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 제목이 주는 가벼운 느낌과는 달리 까만색의 책 표지가 주는 무게감과 함께 <제 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한 줄의 글이 책을 읽어보게끔 나를 끌어당긴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읽은 150여쪽 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책은 첫 장부터 읽는 이를 꽉 부여잡고 놔 주지 않는, 그리고 끝끝내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야 마는....한 어린 “엄마”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에 갓 부임해 처음 담임을 맡게 된 최 선생. 아이들과의 소통을 원하지만 냉담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여린 성격의 최 선생은 그 때문에 주홍이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을 때 정작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한다. 나이 스물에 임신해 미혼모가 되어 주홍이를 키운 엄마.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자 남자와 가족이 차례로 떠나고 사회와 단절되고 만 주홍이 엄마는 그녀 또한 주홍이와 단절된 채 주홍이의 문제를 외면하고 만다. 그리고 17살 진 주홍. 자신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쥐”가 언젠가는 밖으로 나올거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도움을 청하고 싶어 하지만, 뱃속의 쥐는 온전히 주홍이 몫일뿐이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보이진 않지만 존재가 확실시 되는 “쥐” 때문에 신경이 끊어질 듯 늘 긴장되어 있다. 쥐를 외면하고자 애썼던 최 선생과 엄마는 결국 쥐는 주홍이 뱃속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만 그때는 이미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주홍이가 스스로 결심하고 주홍이가 감당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에는...

 

열 일곱.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여린 나이에 주홍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기의 생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지대로 아기의 죽음을 감당해 낸다. 아니.. 스물 일곱, 서른 일곱이라 한들.... 그것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주홍이는 죽은 아기에게 용서를 구하고 삶을 살아내는 대신, 물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숨을 끊고 만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외면했던 엄마, 엄마를 외면했던 외할머니를 용서한다.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입이 되는 쪽은 아무래도 주홍이 엄마였다. 그 자신 미혼모였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과 외로움을 딸이 똑같이 겪을 때 느끼는 엄마로서의 절절한 심정, 죽은 딸에게 입 맞추며 흘리는 눈물은 중학생 딸아이를 키우는 나의  먹먹한 가슴이었고 내 눈물이었다. 엄마이기에.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나는 주홍이 엄마가 되어 함께 주홍이를 외면하고 함께 주홍이의 뺨을 때리고, 함께 죽은 주홍이의 이마에 입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주홍이를 끝내 물웅덩이 속으로 끌고 들어간 작가의 의도, 작가의 분노를 이해해 줄 것인지를... 시멘트 바닥에 혼자 아이를 낳은 소녀에 관한 뉴스를 보고 이 작품을 썼다는 작가의 말에 어린 엄마들을 그렇게 내팽개쳐버리는 어른들과 이 사회에 대한 작가의 분노가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바 아니지만, 왜 주홍이 엄마와 최 선생님에게 주홍이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주홍이를 놓아버려야 했는지 사실 불만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쥐로 득시글거린다고,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을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을 깜박한 세상이 바로 쥐였다고 단정 짓는 작가 앞에 나는 순진한 딸아이 얼굴만 바라보는....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 하다고 여기는 태평한 엄마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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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군요. 푸른문학상 수상작인데 독특한 제목이어서 그런지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 책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어지는 군요.

책향기 2007-08-1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돌이님 중 1인 우리 딸애에게 이 책을 읽히고 느낌이 어떠냐 물었더니 "무서워...."라고 한마디 하더군요. 제가 책을 읽으며 주홍이 엄마였듯이 딸아이는 주홍이였을것이고, 그렇다면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는 딸애에게 나이를 한 살 씩 더 먹을때마다 이 책을 한 번씩 더 읽어보라 권했습니다. 나이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주홍이와 성문제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도 계속 변할테니까요... 짱돌이님도 꼭 읽어 보셔요^^

2007-08-14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8-1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 1딸이 있군요. 저희집 큰딸은 중2에요.^^
이 책 소재가 기존의 틀을 벗어났다 생각하면서 좋은 리뷰들도 많았지만
님의 리뷰는 또 남다른 느낌으로 좋습니다. 추천 날려요^^
전 아직 책은 안 읽었어요.

책향기 2007-08-1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평론가는 이 책의 내용이 청소년 소설로서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나... 하는 의견도 내놓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