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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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내게 말한다.급하게 책을 읽어도 체합니다.천천히 즐기면서 읽으세요.그래야 책이 내게 제대로 소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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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0
안미선.김보성.김향수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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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때문에 읽은 책이다. 지금 겨우 과제를 한 개 끝내고 한 개 시작하려는 순간이기에(-_-) 길게 쓸 수 없지만 지금 안 쓰면 못 쓰게 될 것 같아 써 본다.

숙제지만 정말 이런 숙제 내 준 대학교에 감사한다.
이 책은 여성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세 페미니스트가 엄마가 되면서 겪은 일을 엮었다.
사생활이 학문이 되고, 학문이 학위가 되고-조금 부러운 구석도 있다.(연구 과정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마치 `슈퍼맨이 돌아왔다`란 프로에서 연예인들이 아기도 자랑하고 자기 몸값도 올리면서 광고도 따는 일거다득하는 상황을 본다는 느낌이랄까? 뭐 그렇게 치면 공부하면서 나름 엄마로서 나에게 위로가 된 책을 만나게 한 이 과목도 일거양득 정도는 된다고 본다. 자, 이제 나에게 만점을 달라!!

한마디로 내 이야기가 여기 쓰여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야기가 여기 빠짐없이 적혀있다. 그것도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어조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이 책으로 엄마 동아리에서 토론을 해 봤으면 좋겠다.

시작은 산후조리원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산후조리원에 간다. 이때 끊임없이 분유 샘플이나 허접한 흑백 모빌을 준다며 자꾸 거실로 산모들을 부른다. 순진한 산모들은 삼삼오오 모여든다. 처음엔 우리를 위해서 샘플을 나눠주고 모빌을 만들게 하는가 싶더니 본색이 나온다.
˝엄마들 요즘 강남 엄마들은 이거 안 쓰는 사람이 없어!˝
˝어머님들! 물론 모유가 좋죠. 여기 모유랑 가장 가까운 산양을 먹여야 해요. 이게 가장 모유에 가까워요. 다른 분유보다 아주 조금 비쌀 뿐...˝
˝요즘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책을 봐야 해요.˝
소비를 강요한다. 지갑이 열리지 않으면 슬슬 입으로 주먹을 쓴다.
˝엄마, 어떡하시려고 그래요?˝
˝어머니, 그러면 안 되죠.˝

그 후 아이는 무척 예쁘다. 이상하게 아이가 예쁠수록 나는 우울해진다.
내 생각엔 그렇다. 창작을 하고 나면 미친 듯이 헛헛하다.
버지니아 울프도, 여러 유명 작가들도 명작을 만들고 심각한 자살 충동에 휩싸였다.
신해철도 자서전에서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 당시 나온 신해철 노래들은 모두 명작이다.
아마도 출산 후 그 우울감도 작용과 반작용 원칙 같은 자연 원리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항상 그렇듯 엄마 탓을 한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엄마가 우울해서 되겠냐며 타박한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데..
난임으로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걸린 엄마는 더 심하다.
˝아니, 그렇게 애 갖기 원했으면서 왜 그래?˝
이해할 수 있다. 난임으로 아이를 출산한 부모가 많이 우울증을 겪고 자살률이 다른 부모에 비해 높다.

육아는 과학이란다.
엄청난 종류로 육아 방법이 나온다. 유태인을 따라 하라, 프랑스가 좋네, 핀란드가 좋네, 그러다가 다시 또 전통육아 운운- 뭐 어쩌라는 건지. 그렇지만 난 초보 엄마다.
어떻게 키울지 난감하니 일단 책을 집어 든다. 읽는다.
유모차는 부의 척도. 스토케 부가부, 콩코드, 마마자리...가볍게 한 장이 훌쩍 넘는다.
단계별로 전집을 사란다. 의성어 의태어 말놀이 생활습관 인성 전래 자연관찰... 한 질 당 한 장이 왔다 갔다 한다. 오메-아이 한 번 과학적으로 키우다가 재산 거덜 날 판이다.


눈물로 키즈카페 가는 사연
옛날 나는 뛰어놀았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들에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집에서 뛰면 층간 소음, 밖에서 놀면 그냥 소음, 카페에 들어가면 최고 진상이다.
결국엔 아이를 위해 만들어 놓은 `키즈 카페`를 간다.
보통 카페에 비해 질은 절반이고 가격은 두 배다. 그래도 우리를 반기는 곳은 거기뿐이라 눈물을 삼키며 들어간다.

내 아이가 아토피에 걸렸다. 내 탓인가?
아이가 긁으면 내 몸도 아픈 것 같다. 긁지 말라고 말리다 소리가 높아진다. 애가 운다. 나도 운다. 죽고 싶다. 죽어도 공기 좋은 곳에 살기 위해 죽을 마음으로 시골로 이사했다. 이곳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병이 나았다. 그전에 주위에서 한마디씩 하는 애정을 가장한 오지랖이 내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엄마가 됐다는 사실이다.

돌을 위해 성장앨범을 만든다.
성장앨범은 한 달 월급 가격이다.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고 현수막과 각종 액자와 화보집을 받는다. 굳이 필요할까? 답을 찾자면 `다 하니까.` 아기 때 순간은 한 번이다. 돌 때 예쁜 엄마 모습. 잘 키운 아이를 자랑하는 자리에서 엄마는 그때만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영업사원이 자꾸 전화한다.
나에게 얘기한다. 아이 성장발달 검사를 하자고 한다. 60개 되는 지루한 항문에 동그라미를 친다.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본 자녀는 인성도 좋고 신체 능력도 좋아요. 다만 인지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이 모자라요. 어머니, 지금 하셔야 해요. 제가 아는 고객님은 6개월부터 사서 사용하고 있어요. 늦게 사실 수록 손해에요.˝
그 말에 조바심이 난다. 물어보니 하나둘 이 전집을 사고 있다. 겉에서 보는 전집은 번쩍번쩍하다. 샀다. 24개월 할부로. 그랬더니 첫날 플랩 책을 애가 찢어났다. 화가 나서 엉덩이를 매우 쳤다. 정신을 차리고 깨달았다. 아이를 위해 샀는데 왜 나는 `이게 얼만데!`라는 생각을 하는 거지? 그렇게 내 한 장은 영업 사원 월급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일한다. 집에서 일한다.
워킹맘과 전업주부. 워킹맘은 항상 아이가 짠하다. 전업주부는 아이가 징글징글하다. 워킹맘은 항상 전업주부가 부럽다. 언제나 아이와 함께할 수 있으니까. 전업주부는 워킹맘이 부럽다. 아무리 해도 집이 거지꼴이고 애가 나한테 불만이 가득한데 차라리 돈 받는 일을 할걸. 그 비뚤어진 심보는 전업맘은 워킹맘을, 워킹맘은 전업맘을 견제한다.
감히 말한다.
엄마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정말 감성과 수식을 싹 빼고 객관적이고 적절하게 내 이야기가 쓰여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위치는 어디인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엄마들은 위한다는 정책과 엄마들을 향한 비난 사이에서 우리들은 혼란스러웠다. `출산은 애국`이라는 공공연한 설교 속에서,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사회 만들기`라는 설익은 호들갑 속에서, 정작 엄마들은 입을 떼기 힘들었다. 저출산 위기 담론 속에서 출산은 여성의 의무로 규정되었고,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생애사에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의미들은 밀려나버렸다. 기본적인 보육복지의 확충마저도 `전업주부 종말`의 신호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고됨에 대한 엄마들의 토로는 이기적이고 사치스러운 불평으로 여겨졌다. `여자라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야지`라고 속삭일 뿐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사회에서, 엄마들의 목소리는 쉽게 묻히고 가려졌다.(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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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2016-04-08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 엄마 내가 더 잘할게..ㅜㅜ
세상의 모든 엄마들께 정말 진심담아 박수를 ... (.. 박수를 보내기도 어쩐지 편치않은 마음 ㅜ)

책한엄마 2016-04-08 13:08   좋아요 1 | URL
ㅠㅠ
감성과 수식이 필요하지 않더군요.
사실만 나열하고 사회적 문제를 풀어쓴 것 만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cyrus 2016-04-08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에서 대한민국 결혼 연령이 높아졌다고 하더군요. 결혼하기 힘들고, 육아도 힘들고... 첩첩산중입니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위해 고생하면서 살아간다고 당연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죠. 결혼을 미루는 젊은 세대에게 충고하는 마음으로 그 말을 했다간 한순간에 밉상 됩니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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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명작 동화들.
시간이 가고 머리가 커지면 그저 시시한 이야기로 여기기 마련이다.
여기에 사회학자인 현직 교사 저자는 다시 그 동화에 숨을 불어넣었다.
세 개의 꼭지로 14개 동화를 기초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알게 하는'관용의 마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지평을 넓히는 '일탈의 마을', 마지막으로 사회와 동화 안 인물 성향을 같이 이해하는 '지혜의 마을'로 나눠놓았다.

관용의 마을: 가르침을 무시한 이들
여우와 두루미

여우와 두루미 사건을 보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중요성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여우처럼 우리 기준으로만 사람을 평가한다. 그 점에 두루미는 화가 났고 의도적으로 여우를 괴롭힌다. 둘이 한 화해는 과연 필요한 것일까? 사회에서 강요된 용서는 용서가 아니란 점을 꼬집어 설명한다.

세상이 딱 자기 수준일 것이라 믿는 순진함, 세상 모든 이들이 자기가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볼 것이라 믿는 순진함이 여우를 추문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16)
늑대와 양치기 소년

보통 이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는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의도하고 만든 이야기다. 거기에 저자는 한 번 더 반기를 들었다. 교사로서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했다. 어른들은 권력을 갖고 있다. 학생은 그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을 강요받는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수단으로 거짓말을 사용한다. 더 나아가 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만든 사람에 대해 비판한다. 어떤 의도로 이 이야기를 만들었나? 사실 늑대는 진짜로 와서 양을 잡아먹는다고 해도 다 먹을 리는 없다. 아마 피해는 경미할 것이다. 양치기 소년이 겪은 처참한 실패를 보여주며 약자에게 겁을 주려는 권력자가 가진 또 다른 폭력임을 꼬집는다.

피노키오

피노키오 안에 들어있는 화자 의도는 무엇일까? 피노키오는 게으른 아이였다. 학교도 가지 않고 일하는 것은 더욱 싫어했다. 그래서 결국 나쁜 사람 꾐에 빠져 모험을 하게 된다. 결국 피노키오는 착한 아이가 되기로 결심해 사람으로 변한다. 이 이야기는 아이에게 '학교 잘 가고 일도 잘 하는 사람'이 되라는 강요와 같다. 결국 피노키오는 사람이 돼서 행복해졌을까? 결국 사회를 세뇌시키는 학교에 앉아 창의성을 제한받고 개미처럼 일하는 기계 부품 같은 삶이 과연 인형 피노키오와 사람 차이점은 무엇일까? 신랄하게 화자를 비난한다. 이는 어쩌면 이야기하는 어른이 아이에게 배려가 없었음을 비판하는 듯하다.

아기돼지 삼 형제

이 이야기를 만든 화자에 대한 배려 부족에 대한 비판은 계속된다.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를 통해 결국 단단한 벽돌집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는 서구 침략자 입장에서 이야기다. 유목민이나 열대 지방 사람들은 벽돌집이 효율이 낮다. 그들이 천막에서 살고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에서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은 그 속사정을 배려하지 않는다.

                 벽돌집이 최고야? 과연?
일탈의 마을: 진리를 비틀어 보기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는 뻔한 게임을 한다. 누가 봐도 토끼가 이기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왜 하는 걸까? 토끼 좋으라고? 거북이 좋으라고? 아니 이 게임을 벌이는 주최자의 농간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학생들 입시에 비유해 이야기한다. 요즘 경기에 이기는 사람을 자기 좋은 대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어려운 수단을 만들어 놓는다. 결국 공부 잘하고 성실한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결국 좋은 정보를 가진 아이와 돈이 많은 부모를 가진 아이가 좀 더 유명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아마 현직에 계신 선생님으로 맞는 말씀을 하신 걸 것이다.) 이를 비판하며 토끼가 중간에 잤기 때문에 우승을 잃었다는 "역시 사람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이 뻔한 이야기에 딴지를 걸었다.

이렇게 규칙이 수시로 바뀌고 경로마저 다행해지자 아이의 조건에 맞추어 최선의 경로를 찾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대체로 그 부모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이 규칙은 누구에게 유리할까?(72)
                 뒤에서 초조해하는 판돈 걸었던 동물.
빨간 모자 소녀

 빨간 모자 소녀는 엄마 말씀을 듣지 않고 샛길로 가서 꽃을 구경하고 놀다가 늑대에게 할머니를 잃었다. 이를 통해 화자는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들어야 나쁜 일이 안 생긴다."는 교훈을 얻길 기대한다. 이에 교사인 저자는 강력하게 반발한다.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수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무조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닦아준 길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치자. 그러면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갖지 않는다. 사실 이런 확신에 찬 길들도 예전에는 어려운 샛길이었다. 앞선 사람들이 닦아 놓았기에 그렇게 된 것일 뿐. 더 이상 발전없다. 더 이상 그런 의도로 빨간 모자 소녀를 읽히면 안 된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로 키워야 한다.

지금 우리가 큰길이라고 생각한 길도 옛날에는 샛길이었던 적이 있으며, 지금의 샛길이 나중에 큰길이 되기도 한다. 다만 샛길이 큰길이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가 필요하다. 인적도 없는 그 길에 이끌려 고생이 훤히 보이는 선택을 한 이가.(86)
                 꼭 가야 하는 길로 가는 게 좋진 않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 이야기 전제는 이렇다. 황금은 많이 있을수록 좋다. 결국 탐욕으로 거위를 죽인 잘못을 꼬집는 내용이다. 이 내용에 대해 저자는 또 한 번 반기를 든다. 거위는 식용을 목적으로 키워진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이유로 죽음이 유보되는 거위. 과연 그 거위를 죽인 사실이 그만큼 잘못한 것인가? 황금이 많이 있다는 게 좋다는 건가? 사실 요즘 학생들은 물심양면 도와주는 부모님 덕으로 많은 부분 부족하지 않게 살고 있다. 과연 그 사실이 학생들을 발전시키나? 그렇지 않다. 어쩌면 결핍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결핍이라고 꼬집는다. 거위를 갖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다는 보장도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현실에 빗대면 "돈을 많이 버는 법 "을 얘기할 수도 있다. 과연 "돈을 많이 버는 법 "을 알려주는 재테크 책을 내는 이들이 당사자는 정작 '부자'일까? 보통 성공담을 보면 모순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성공해서 성공담이 아니라 성공담을 팔다가 부자가 되는 이상한 현상을 본다.(나는 이런 사람을 '꿈팔이'라고 지칭한다.) 어쩌면 황금은 중요한 물건이고 황금을 많이 얻기 위해 그 거위를 죽인 사람은 무식하다는 뉘앙스를 가진 이 동화는 어쩌면 한쪽으로 치우친 잘못된 이야기라고 비판한다.

분홍신

분홍신에 유혹으로 몰래 신었다가 지칠 때까지 춤을 췄다는 이야기. 저자는 알고 보면 가장 잔혹한 이야기라며 동화를 비판한다. 왜 하필 화자는 '분홍신'으로 주인공을 유혹했을까? 어쩌면 화자 의도는 '튀는 신발을 신으면 이런 나쁜 일을 당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이를 저자는 현실 학교에 적용한다. 학교에서는 교복을 입히고 규율에 맞는 단정한 복장을 강요한다.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지 교사로서 의문을 제기한다.

왜 학교는 이런저런 분홍신들을 금지하는 데 그토록 열을 올리는 것일까?

첫째, 부당한 규제에도 묵묵히 따르는 순종적인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 자본주의 세상이 학교에 바라는 것이라면, 학교는 복장 규제를 통해 세상의 요구에 답하고 있다. 부당한 규제를 별다른 불만 없이, 혹은 불만이 있더라도 속으로 삭이며 참고 견디도록 길들여진 아이는 자라서 기업의 부당한 방침에도 묵묵히 일만 하는 노동자로 최적화될 것이다. 이때 규제가 부당한 것일수록, 그리고 강제하는 방식이 억압적일수록 효과는 더 커진다.

둘째,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서이다. 머리카락 길이를 제한하고 귀걸이를 금지하는 것은 '어린 것'이 자기보다 멋있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수컷 본능의 발동 아닐까. 화장을 금지하고 치마 길이를 제한하는 것은 '어린 것'이 자기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암컷 본능의 발동 아닐까.(115-116)
개미와 베짱이

누가 봐도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은 뻔하다. 부지런해지라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배짱이가 놀고 노래 부르는 게 게으르다는 증명이 될까? 개미가 부지런하게 일했던 이유는 자기 욕심 때문이고 이렇게 추워질 때 베짱이에게 비교우위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잔인한 행동 아닌가? 베짱이는 현실에서는 가시적으로 수익이 보이지 않는 예술가일 수 있다. 이들은 물론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나름 분야에 최선을 다 한다면 나름 의미 있는 삶을 영유한다고 할 수 있다. 개미 또한 부지런하다고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다 자신 탐욕 때문에 열심히 하는 일이다. 자본주의 산업 사회에서 자신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을 타인에게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다. 세상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산다. 베짱이는 겨울에 개미가 비축해 놓은 음식을 나누며 신세를 질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따뜻한 날씨에는 부드러운 노래와 사색으로 욕심만 채우기 위한 일벌레 개미에게 삶에서 의미와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지혜의 마을: 관계 맺기 서툴고 불행한 이들.
백설공주

 외로운 백설공주와 미모가 최고 가치였던 계모를 통해 현실을 본다.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에게 보호를 받았지만 외로웠다. 그렇기에 사과를 준다는 마녀에게 쉽게 문을 열었다. 이를 보고 외로운 아기를 키우는 젊은 엄마를 본다. 계모 여왕은 예쁘기에 여왕 자리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집착을 한다. 아름다움 기준은 거울이 하는 말이었다. 거짓말을 못하는 거울은 시간이 지나며 저물어가는 늙은 여왕보다 아름다움이 더해가는 백설공주를 가장 아름답다 얘기한다. 그렇다면 여왕은 인정해야 한다. 자신이 더욱 예뻐지기를 생각하거나 미모를 기준으로 우월감 느끼는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어리석게도 여왕은 백설공주를 제거하고 거울이 다시 내 이름을 호명하길 기대한다. 아마도 백설공주를 죽여도 여왕보다 더 아름다운 새 여인을 호명하는 거울을 발견했을 것이다.

엄마들이 책을 사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다. 방문 판매 사원은 언제나 친절하게 남에게 말을 걸어준다. 바쁘고 지친 내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사하고, 좋은 말로 내 영혼을 어루만져 준다. 백설공주가 죽음의 위험 앞에서도 문을 열어 주듯, 아이와 함께 집 안에 유폐된 엄마들은 관계의 결핍과 정신적 허기를 어떻게든 채워 보려고 지갑을 연다.(139)
                 외로운 백설공주
신데렐라

신데렐라는 왜 12시 전에 나왔을까? 신데렐라가 마음에 들었다면 왕자는 바로 그녀를 잡지 않았을까? 구두는 유리구두에 맞춤 신발이었다. 그렇기에 왕자는 뒤늦게 그 구두로 신데렐라를 찾는다. 요즘은 기성품이 대부분인 사실을 비판한다. 과연 수동적으로 왕자가 가져온 구두를 신고 시집 간 신데렐라에 대한 비판과 요즘 세상에 자본주의 문제로 선택에 대한 자유보다 기성품에 몸을 맞추는 수동적 생각들에 대해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교사인 지은이는 이 '잠든' 주인공을 보면서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잠든 학생들을 생각했다. 왜 그들은 항상 잠이 부족하다며 그들 본직으로 열심히 임해야 하는 '수업 시간'에 잠으로 회피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뇌한 부분이다.

이불 공주는 자꾸 늘어난다. 어른들은 말한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느라 학교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집에 와서 인터넷 하느라 그렇다고.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집중하지 않고 딴짓만 한다고.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일만 하고 사나? 쓸데없는 짓도 하면서 살아야 숨통이 트이지. 아이들도 다 저 살자고 딴짓을 하는 것이다.(181)
라푼젤

왜 라푼젤은 머리를 길렀을까? 이 부분에 집중한 이야기였다. 저자 학교 여학생들도 조금이라도 머리를 더 길러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머리카락은 건강을 증명하는 지표다. 윤기나는 긴 머리는 건강하다는 증명이다. 따라서 젊은 여성들은 머리를 기르려 노력한다. 이에 비해 나이가 들면 아줌마들은 머리를 짧게 자른다. 이를 보고 남성들은 젊은 머리 긴 여성을 선호한다. 남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노력이다. 선생님인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남자에게 선택받으려고 머리를 기르지 말고 당당하게 머리를 자르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고르자.

미녀와 야수

 부모에게 딸을 가져 간 남자는 모두 야수다. 뭔가 다 못나 보인다. 학교 안에서 저자는 야수 같은 남자 학생들이 있다. 그들이 아무리 못나 보여도 자세히 보면 정이 들고 사랑스럽다. 야수가 뭐 어때서?

그대. 어차피 당신은 왕자를 만나지 못하며, 당신이 만나는 야수를 왕자로 변신시키지도 못한다. 그러니 그가 왕자로 변신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지는 마라. 하지만 야수도 나쁘지 않다. 내가 살 곳은 성이 아니라 들판이고, 나 또한 공주가 아니기에.(202
이 책을 읽고 나서..

발상부터 반 이상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책이었다. 동화를 비틀어 본다는 발상. 그 자체가 익숙하면서도 내가 알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저자는 현직 교사다. 이 책 안에 녹아있는 현재 학교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이 책 안에 진심으로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는 저자 생각을 보면서 요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교육 현실에 한줄기 빛을 본 듯했다. 만약 이런 생각으로 학생을 보고 가르치는 선생님이 한 학교에 한 분만 계신다면 우리 교육도 희망은 있다. 다만 어느 부분을 보면서 '비판을 위한' 억지 비판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전해져 온 동화는 그만큼 이유가 있다. 조금은 이 책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한 다음 비판에 대한 시각과 현실 상황에 대입을 해 보았다면 살짝 불쾌한 감정이 상쇄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옛날이야기가 어떤 왜곡된 시야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어린아이가 사랑한 이야기였다면 그만큼 좋은 점도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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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4-04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시간이 많지 않아 나중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꿀꿀이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4-04 18:55   좋아요 1 | URL
네-천천히 읽어주세요.놀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6-04-05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4-05 19:42   좋아요 1 | URL
항상 감사합니다.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2016-04-06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6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7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0
안미선.김보성.김향수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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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으로 만나는 한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끔찍하고 서늘했다.냉정한 문체 안에 들어있는 소리없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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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2016-04-0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끔찍하고 서늘한 느낌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 전 좀더 나아아중에 읽어야겠어요.

책한엄마 2016-04-04 18:39   좋아요 0 | URL
숙제때문에 읽었어요.
정말 현실을 제대로 써주신 작가분들께 감사해요.
 
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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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래적 작가를 만나다.

사실 나는 이제껏 소설을 안 읽었다. 난 거짓말하는 게 싫다. 솔직한 게 좋았다. 과연 그럴까?  안다. 사실을 쓰지, 거짓말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나는 이상한 결벽증이 있었다. 김영하 작가님이 문학이 주는 카타르시스나 거짓이 주는 정신적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비관했다. 북클럽을 통해 소설을 읽었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 특히 내가 실제로 겪으면 끔찍했을 일을 대면하는 게 제일 고통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고통받는다니, 어이없어하며 읽었다. 그리고 난 결심했다. 언젠가 멋진 사기꾼이 되기로. 아주 제대로 거짓말을 해 보기로 말이다.
 어떤 작가는 더 이상 끔찍함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이상 끔찍함을 창조한다.(코맥 맥카시) 누군가는 매우 비참한 상황을 그리는데 이상하게 내가 웃고 있다. 사람을 변태로 만든다.(위화, 필립 로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그릴 뿐인데 그 공명이 큰 글을 쓰기도 한다.(줌팔 라히리, 존 윌리엄스)
 이 작가는 다르다. 매우 숙련된 아나운서 같은 느낌이다. 내용은 끔찍하다. 이상하게 그 끔찍함이 현실적으로 적혀있지만 불쾌함이 밀려오지 않는다. 분명 내가 그 사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은 든다. 그러나 작가가 보호해 주는 안전한 막에 싸여 모든 상황을 응시하는 느낌이다. 아주 잔혹한 사건을 뉴스로 생생하게 보는 듯한 느낌. 나는 이 작가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안에 작가가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작가는 선생님이었다. 이 책은 과연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아주 모호하다. 한마디로 독자들에게 제대로 사기 친 책이다.


줄거리

 엄마 로레타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후에 알게 된다. 그녀에게 세 자녀가 있었다. 줄스란 아들과 머린과 베티라는 딸. 줄스는 잘 생긴 아들, 그리고 머린은 그 상황에서도 책을 좋아했던 딸. 베티는 흑인들과도 잘 어울리는 민족 평화주의자(?)다. 1930년에서 1960년 중반 공장이 밀집해있는 하층 노동자 계급이 사는 디트로이트가 배경이다. 이들은 빈곤 때문인지 교육 때문인지 환경 때문인 건지 비극이 계속된다. 마지막은 흑인 폭동 사건으로 끝난다.

로레타
                

내가 상상한 로레타

단단한 여자. 시련이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오빠가 같이 자고 있던 남자친구를 죽였다. 그 후 조사 나온 경찰이 그녀를 겁탈했다. 임신으로 결혼한다. 후에 남편은 경찰에서 비리로 잘리고 공사장에서 죽는다. 재혼했지만 남편이 딸 머린을 죽도록 때려 이혼한다. 쥴스, 머린, 베티를 키웠다. 결국 남자는 경제력이라고 생각하며 나름 열심히 산다.

그래, 내가 잘해줬다니까. 항상 걔를 많이 사랑해주고, 관심을 줬어. 우리 엄마랑은 달리. 우리 엄마는 애를 키우는 게 어떤 건지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었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애를 낳아 기를 수 있었던 게 놀라울 따음이야!(438)
줄스
                

이렇게 생겼다면 부잣집 딸이 너랑 도망갈만해.

로레타 큰 아들. 살해당한 남자친구 아들인지, 경찰 남편 아들인지 확실하지 않다. 나름 가족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한다. 부잣집 마나님을 모시는 일(호스트)을 하며 돈을 번다. 그러다 연결해 준 부자 사업가 기사 노릇을 하다 네이딘이란 소녀를 만난다. 앞에서 잠깐 이디스라는 여자아이가 나온다.(의도 한 걸까?) 참 스토너에 나오는 이디스와 네이딘 성격이 비슷하다. 네이딘에게 고통받고 폭동으로 고통받는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면 사치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들의 눈에는 기적의 막이 덮인다. 그러니 평생 가난했지만 지금은 사랑이라는 사치에 흠뻑 젖은 줄스도 비현실적인 감각을 떨쳐버리고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544)
네이딘
                

줄스가 정신을 잃고 사랑할만한 여인.팜므 파탈

 줄스는 돈을 위해 부자인 부인들을 모신다. 그러다 인생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 네이딘. 그녀와 함께 도망쳐 냄새나는 모텔에서 힘든 삶을 살기도 했다. 아픈 줄스를 두고 네이딘은 결국 도망친다. 변호사와 좋은 집에 살던 네이딘은 다시 줄스를 만나 흔들린다.

여자는 꿈같아. 여자의 일생은 기다림의 꿈이지. 그러니까,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면서 꿈속에서 산다는 뜻이야. 굴욕적이지만 여기서 벗어날 길은 없어. 어떤 여자도 도망치지 못해. 여자의 일생은 남자에 대한 기다림이야. 그뿐이야. 이 꿈에는 문이 하나 있는데, 여자는 그 문을 통과해야 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늦든 빠르든 그 문을 열고 통과해서 어떤 남자, 한 명의 남자에게 도달해야 돼.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어. 결혼 상대는 누구든 상관없지만, 이 길에서 벗어날 수 없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507)

이 부분에서 바로 보인다. 왜 네이딘이 왜 악독한가에 대해서. 사회 규범으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내면에서 거부한다. 시대는 1900년 중반이다. 여자의 삶은 한없이 수동적이었다.

머린
                

삶이 힘겨울 때 책으로 도피하는 여자.

엄마는 머린을 이해 못한다. 여자는 남자만 잘 만나면 된다. 그런데 얘는 왜 도서관에 가는 거야? 결국 삶은 머린에게 몸 파는 법을 가르쳐주고 만다. 엄마처럼. 엄마는 책 읽는 딸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남자를 만나려는 머린을 보고 안심한다. 머린은 영문학(국어) 수업을 듣는다. 내 실제 일을 썼는데 선생님이 낙제 점수를 줬다. 이유는 '개연성 부족'. 한마디로 이야기가 황당무계하다는 거다. 뭐라고? 내 진짜 이야기인데 네가 이해가 안 간다고 이 점수를 줘? 먹물 먹으면 다야? 항의 편지를 오츠(지은이 실명) 선생님에게 보낸다. 머린은 애가 셋이나 있는 유부남 강사를 꼬셔 이혼시키고 결혼에 성공한다.

이 허구가 알려주는 것.

이 책은 40년 전 나온 책이다. 그 당시의 이야기였고 지금은 과거 이야기가 됐다. 과거는 아름답게 포장된다. 아니면 지나치게 과장된다. 이 책을 사실 그대로를 담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세련 되고 객관적이다. 디트로이트 하급 노동계층을 통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이 끔찍한 삶. 죽음이 아주 가까이 있고 돈이 가끔은 몸과 사상보다 중요해지기도 하는 삶. 그래서 정말 나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의 영혼은 분노였다. 분노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대상 없는 분노, 자신에 대한 분노, 인생에 대한 분노, 조립 라인에 대한 분노, 바퀴벌레 물이 새는 변기에 대한 분노. 어떤 것이든 훌륭한 이유가 되었다. 분노. 돈이 없다는 것. 그 돈이 다 어디로 갔어? 돈이 어디서 나와? 분노. 돈. 아버지.(197)

과거 이야기지만 지금 이야기이기도 하다. 점점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힘든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이 소설처럼 부당한 방법으로 훔치거나 몸을 팔거나 폭동을 일으켜야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다. 같이 가난해도 백인들은 흑인들을 보며 더 못난 사람들이라며 위안을 얻는다. 사는 방식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렇게 살아간다. 부잣집 소녀 네이딘도 다르지 않다. 여자라는 이유로 마음껏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할 수 없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황금소리나는 '데이지'같은 인물이다.

넌 날 사랑한다면서 내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 나한테서 뒤로 물러나지. 너는 평생 가난하다는 것, 남들한테 이리저리 차인다는 것을 피난처로 삼고 나 같은 사람들한테 우월감을 느낄 거야. 넌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지 않으려고 해.(541)

삶은 계속 어긋난다. 열심히 살고 올바르게 살고 싶은데 불가능하다. 항상 윤리와 양심을 무시하고 살아야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들은 결국 조금씩 법을 어기고 윤리를 무시하고 죄책감에 대해 무뎌진다. 그 사실을 책은 그냥 보여주기만 한다. 그래도 궁금했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등장인물들이 좀 더 나아질 것인지. 넌지시 작가는 답을 넣어놨다. 잘생기고 사랑스러운 남자아이 줄스 입을 통해서.

언제나 계속 살아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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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6-03-3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줄스에 데인 드한..잘 어울려요. 약간 머리탈색을 조금 하고 눈에서 기를 좀더 빼면 더 어울릴듯. 저도 종종 소설을 읽을 때 영화배우를 대입시켜서 읽는 때가 있는데..네이딘은 클로이 모레츠도 어울리기는 하는데, 그보다는 약간 더 백치미 느낌이 나는 쪽으로 가도 좋을듯. 누가 있을까요...

책한엄마 2016-03-30 17:40   좋아요 0 | URL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안 되지만 젊을 적 밀라 소르비노가 생각났어요.
글쎄-워낙 연기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제니퍼 로렌스(?)도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맥거핀님 이번에 읽은 1980년대 시카고 배경으로 한 소설도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6-03-30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영화로 나오나요? 사진을 올려주셔서요.^^
꿀꿀이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3-30 17:42   좋아요 1 | URL
아니요-나온다면 영화보다는 미드(?)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오랜만이에요.서니데이님!!

eL 2016-03-3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끔찍한 내용인데도 불쾌함이 밀려오지않고 보호받는 느낌이라니 읽고 싶어지네요. 빨책에서 칭찬이 자자해서 궁금한데도 저도 때론 내용이 힘든 내용이면 너무 이입이 되어서 읽기 힘들어하곤 했거든요. 서평감사해요! ^^

책한엄마 2016-03-31 23:40   좋아요 0 | URL
네-가장 대표적으로 고통이 밀려오는 책은 `호밀밭 파수꾼`이죠.
부잣집 도련님이 방황하는 이야긴데 왜 이리 읽기 힘든지..이 책은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찢어지게 가난하고 끔찍한 상황 안에서 희망을 보는 내용입니다.^^

서니데이 2016-04-01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4-01 18:3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6-04-0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편안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

책한엄마 2016-04-03 20:54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벚꽃이 예뻐요.비가 안타깝긴 하지만요.즐거운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