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이제껏 소설을 안 읽었다. 난 거짓말하는 게 싫다. 솔직한 게 좋았다. 과연 그럴까? 안다. 사실을 쓰지, 거짓말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나는 이상한 결벽증이 있었다. 김영하 작가님이 문학이 주는 카타르시스나 거짓이 주는 정신적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비관했다. 북클럽을 통해 소설을 읽었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 특히 내가 실제로 겪으면 끔찍했을 일을 대면하는 게 제일 고통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고통받는다니, 어이없어하며 읽었다. 그리고 난 결심했다. 언젠가 멋진 사기꾼이 되기로. 아주 제대로 거짓말을 해 보기로 말이다.
어떤 작가는 더 이상 끔찍함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이상 끔찍함을 창조한다.(코맥 맥카시) 누군가는 매우 비참한 상황을 그리는데 이상하게 내가 웃고 있다. 사람을 변태로 만든다.(위화, 필립 로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그릴 뿐인데 그 공명이 큰 글을 쓰기도 한다.(줌팔 라히리, 존 윌리엄스)
이 작가는 다르다. 매우 숙련된 아나운서 같은 느낌이다. 내용은 끔찍하다. 이상하게 그 끔찍함이 현실적으로 적혀있지만 불쾌함이 밀려오지 않는다. 분명 내가 그 사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은 든다. 그러나 작가가 보호해 주는 안전한 막에 싸여 모든 상황을 응시하는 느낌이다. 아주 잔혹한 사건을 뉴스로 생생하게 보는 듯한 느낌. 나는 이 작가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안에 작가가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작가는 선생님이었다. 이 책은 과연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아주 모호하다. 한마디로 독자들에게 제대로 사기 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