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난 이 책을 두 번째 읽었다.
충격적 사실은 읽어도 새롭단 사실이다.
하긴 내가 옛날에 쓴 글도 새로운데 남이 쓴 글이야 말해서 뭐 하리.
내 스스로 이 책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다소 지루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저자가 "내가 이런 의도 쓴 게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박웅현 CD 님 혹시 이 글을 보시고 마음에 안 드신다면 말씀해 주세요.(쿨럭~읽을 거라는 패기!)

이 책은 저자 딸과 같은 또래를 대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 강의를 모아 놓았다. 8개 강연으로 한 강연에 각 주제가 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자존, 급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본질, 역사라는 혹독한 시간에도 버티고 살아남은 고전, 사물을 보는 시각(見), 내가 살아가는 현재, 세상을 움직이는 듯한 권위, 사람을 움직이는 힘인 소통, 모든 단어를 포괄하는 인생. 저자는 이렇게 여덟 단어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1. 자존

저자는 가장 중요한 단어로 '자존'을 뽑았다. 행동 주체가 먼저 제대로 되어야 뭔가 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 자존을 위협하는 것은 바로 '세상 기준'이다. 우리 교훈은 쓸데없이 줄을 세운다. 이제 곧 있으면 이 줄 세우기도 백해무익해질 시대다. 알파고한테 앞줄에 있는 사람들은 다 진다. 아무튼 사람들은 보통 멋있고 번지르르한 것이 우월하고 '촌스럽고', '자연스러운' 것은 열등하다는 기준을 갖는다. 아니다. 그냥 그대로 삶이 인생에 각자 기회를 만든다. 나무 박사가 된 강판권씨는 어린 시절을 자연과 함께 있었기에 독자적인 학문으로 남이 넘볼 수 없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보통 우리는 '변호사'가 되면, '의사'가 되면, '대기업 임원' 이 되면 나 자신이 괜찮아질 거라는 환상을 갖는다. 아니다. 이미 우리는 괜찮다. 전문직이 아니라도 회사에서 밀려도 이미 내면에는 다른 사람과 다른 개성이 빛나고 있다.

바깥이 아닌 안에 점을 찍고 나의 자존을 먼저 세우세요. 자신 없다는 분도 있을 겁니다. 과연 내가 자존을 이야기하고 내 주장을 펼칠 만큼 대단한 사람인가 불안해지겠죠. 저도 그러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세고 단단한 사람들입니다.(28)

 

2. 본질

"처음이 나중 되고 나중이 처음 될지니" 이 이야기는 비단 성경뿐 아니라 일상에도 적용 가능하다.  지금 뜨는 사업과 학문이 10년만 지나면 사양 산업이 되고, 비인기 학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래도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이 바로 본질이다.
 저자는 삶에 있어서 본질을 잡으면서 카피를 썼다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늘지 않는 수영 실력에 좌절할 때 그는 수영 능력 향상에 본질을 찾지 않고 '운동'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수영에 대한 권태에서 빠져나온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간 것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증명은 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뿐이다. 그 이후는 실무 아웃풋이 모든 평가 기준이다. 서울대를 나오면 잘난 사람이 아니고 잘났다고 보일 확률이 높은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신이 원래 신문사 취업지망생이었음을 밝힌다. 보통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 친구들은 시사 상식을 달달 외웠단다. 그렇지만 박웅현 cd 님은 '안나 카레리나'를 읽었다고. 그는 과감하게 신문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았다. 본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신문사 취직 꿈을 놓았다.

그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68)

 

3. 고전

 사람이 갖고 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그것 또한 잔인하지만 영원하지 않다. 시간 앞에서 마음은 변해버린다.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몇 백 년 지나 지금도 사람들이 보고, 읽고, 듣는 예술품. 이들이 고전이다.
 저자는 문학, 미술, 그리고 클래식 음악까지 왜 고전이 가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예시들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그저 우아함을 뽐내기 위한 액세서리 정도로 고전을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왜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고 유지됐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다면 감탄을 넘어선 경외감을 경험할 것이다.

고전을 궁금해하세요. 여기저기 도움도 받고, 책을 통해 발견해내면서 알려고 하세요. 클래식을 당신 밖에 살게 하지 마세요. 클래식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즐길 대상입니다. 공부의 대상이 아니에요. 많이 아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얕게 알려고 하지 말고, 깊이 보고 들으려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97)

 

4. 견(見)

전에도 얘기한 '낯설게 보기'가 이 편에서 진행된다. 시를 보면서 항상 겪었던 일이지만 다르게 보면 사고가 확장된다. 요즘 볼 것과 할 것들이 넘쳐난다. 이상하게도 보고 듣고 경험하는 질을 점점 떨어진다. 보지 못하는 헬렌 켈러는 소리를 듣고 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낸다. 정작 모든 걸 볼 수 있는 정상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다 자신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시야를 다른 곳에 두지 못한다. 저자는 간단하게 왜 바라보는 일이 중요한지 한 문장으로 알려준다.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視聽).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見聞)이죠. 같은 뜻이에요.(117)

 

5. 현재

저자는 자선 강연을 약속했다. 그런데 어쩐다, 바로 그 다음날 중요한 미팅이 잡혔다. 강연을 취소해야 하는지 걱정하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약속을 지킨다. 그렇게 '현재'에 대한 강연을 열었다. 이 강연 부제는 '개처럼 살자'이다. 강아지는 오늘이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해 놀고 죽은 듯 잠잔다. 그렇게 현재를 살자고 얘기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성공한다는 사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는 이유들. 어쩌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내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닌지 강조한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들의 합이 될 테니까요.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149)
6. 권위

 저자는 전문 직종을 격상하는 '문턱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무언가 잘하고 조예가 깊다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들 심리를 꼬집는다. 특히 이십 대 초반 조카가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극진하게 대접하고 조카 말 한 마디에 의미 부여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한다. 전문직종 사람들이나 유명인들은 물론 존경받을 만하다. 다만 그들이 가진 그 '영역' 안에서 말이다. 어떤 지위가 그 사람 모든 걸 말해준다는 섣부른 판단을 하면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다. 영어 사대주의 또한 일맥 상통하는 문제점이다. 진정한 권위란 이런 것이다.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이 먹어 윗것이 되었을 때 권위를 부리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권위는 우러나와야 하는 거예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격적으로 감화가 돼서 알아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권위입니다.(166)

7. 소통

 마지막 결제를 해야 하는 CEO. 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부하직원들과의 소통이다. 왜 우리는 소통이 되지 않을까? 먼저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상식이라는 어설픈 기준으로 다른 존재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둘째,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다. 농촌 할머니만 타시는 버스에 쓰인 영어나 젊은 사람들이 쓰는 화장실에 쓰인 어려운 한자어는 글자를 읽는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은 대표적 예다. 셋째,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전하지 않는다. 주어, 목적어, 술어까지 완벽한 어법으로 상대방에게 짧은 시간에 명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저자는 상대방을 생각해 문맥을 이해하고 자신 생각 전달을 위해 명확한 전달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러분은 누구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어요. 소통을 잘하면 주변 사람들이 움직입니다.(208)
8. 인생

 앞서 얘기한 모든 단어를 포괄하는 단어다. 삶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노력하는 시간 동안 상황이 바뀌어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작가 박완서 님은 똑똑한 서울대생이었지만 대학 생활을 느끼지도 못하고 전쟁을 겪는다. 이 파트에서 저자는 '꿈을 꾸지 말라.'고 말한다.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저자는 그런다. '무엇이 될 거야.'라는 식 꿈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꿈을 향해 갔다가 어느새 그 꿈이 시간에 묻혀 자신이 가진 다른 장점 때문에 접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절대 놓치지 않을 실력을 기르라고 말한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하지만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224-225)

 

 

20대가 들을 강연을 30대가 읽으며

참 좋은 나이다. 20대.
흔들리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들이 듣기 참 좋은 강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타깃은 내가 아니란 것이다. 10대 또한 타깃이 아니다. 톡하면 터져버릴 것 같은 그런 20대를 위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다짐한 부분이 있다. 바로 '고전'과 '견'에 대한 부분이다. '고전' 부분을 읽으며 세원을 이긴 고전에 대해 더욱 깊게 취해보자는, 한 번 도전해보잔 생각을 했다. 또 새롭게 보는 연습을 통해 글을 쓰고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하자고 다짐했다. 이렇게 내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책이라면 분명 좋은 책이다.
 나도 언젠가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런 강연을 해 보고 싶다. 과연 가능할까? 이걸 꿈이라고 해야 하나-본질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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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 태조.정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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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성계의 세상이 되지 못한다.
이성계와 정도전의 기막힌 듀엣으로 만들어진 조선.
하지만 이 권력은 모두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에게 넘어간다.
그래서 정도전이 꿈꿨던 이상 세계는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승자의 역사는 정도전을 최대한 못난 사람으로 남겨놓는다.

이에 반해 이색 등 고려 충신 라인 인물들이 제자를 양성했다.
정몽주 세력의 제자들이 다시 조선의 실권으로 올라간다.
그러면서 다시 정몽주는 좋게 포장된다.
세상사 정말 알 수 없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이성계는 왜 하필 막내아들에게 세자를 책봉했을까?
자신이 왕 신분일 때 태어난 아이라?
아니면 아들들이 막내를 도와 이상 세계를 만들 거라는 어이없는 허황된 꿈을 꾼 것인가?



명나라 왕.
이 분도 정말 신분이 엄청 천하다고(이런 표현은 지양하고 싶은데..)
그것에서 나온 자격지심 때문인지 신하국이라고 생각하는 조선에 대한 그의 처세는 히스테릭하다.

정도전이 잘하긴 했나 보다.
뭔가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실력자란 뜻이다.



정몽주와 정도전에 대한 박시백 화백님의 평가.



자신의 신분을 자각해서 목숨을 건지고 럭셔리한 삶을 사셨던 정종!!
정말 본받을 만한 인물이다!!
˝너 자신을 알라.˝
그걸 잘 깨달았음.
2년 후 왕위를 이방원에게 넘기고 20년 동안 평안한 삶을 살았다.


이 권 마지막이 이방원이 왕좌에 앉는 것으로 끝난다.

이방원은 정치에 있어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그 뒤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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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재밌다.
이 만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매력을 느낀 것은 처음이다.

사실 어릴 때 역사 만화를 보면 설화 알이나 호랑이 곰이 나오는 것만 기억난다.
그 이후에는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이도 죽는지..

이 책 또한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하지만 내 나이 때문인 건지 작가의 재능 때문인지 정말 빠져든다.

처음 이 책은 고려의 말기와 이성계의 개국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인간의 삶이 어쩌면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 있을 수도 있다.
좋은 뜻으로 많은 백성들을 위해 시작했어도 결국엔 자신의 욕망에 빠져 파국을 맞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이성계 당신의 능력을 인정은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자신의 권력에 대한 욕망에 이룩하려는 그 마음이 유치하다고 해야 하나.
결국엔 자신의 아들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마지막 왕 공양왕.
그의 처세에 대해서도 본받아야 할 점이 있었다.



ㅜㅠ
현대사와 비교하는 센스.

그리고 정몽주.

정몽주는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하기 위하여
주도 세력을 죽이는 방식으로 때려서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결국 그런 정몽주는 이방원에게 맞아서 죽었다.
이걸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결국 정도전도 고려 왕 씨 왕족들을 때려죽인다.
정말 잔인하게 존재를 없애버림.

자신들이 살려면 죽여야 하는 사실.
슬프다.


왕좌의 게임이 픽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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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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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전하고픈 아빠가 주는 따뜻한 삶에 대한 조언.자존,본질,고전,견,현재,권위,소통,인생. 하루 동안 있는 아주 작은 행복이 모이면 위대한 삶이 된다는 보편적 진리를 얘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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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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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순서

이 책 후에 냈던 '죽는 게 뭐라고'를 읽고 이 책 '사는 게 뭐라고'를 읽었다.
자고로 책은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야 한다.
나처럼 많은 분들이 '죽는 게 뭐라고' 책을 읽은 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난 정말 만족했다. 이유는 이렇다. 사노 요코 할머니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2년 산다고 했다.
2년 사는데 딱 1억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2년 남은 생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쓴 책이 바로 이 '사는 게 뭐라고'라는 책이다. 내가 처음 읽은 '죽는 게 뭐라고'는 2년이 지난 후 이야기다. 삶이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2년이 지났다고 "깰꼬닥" 죽으면 얼마나 좋으련만(잉?) 그러질 않았네-그래서 우리 사노 요코 할머니는 다시 의사에게 가서 따진다. 2년 후 죽는다고 해서 실컷 돈도 펑펑 쓰고 해서 빨리 죽어야 한다고. 죽기 직전까지 온 힘을 다해 쓴 책이 이 책 후에 나온 '죽는 게 뭐라고'다. 그렇기에 사노 요코 할머니 유머는 살짝 약했다. 세상에!!! 그 드립과 그 유머, 현실을 잊고 웃었던 그 글들이 죽음을 문턱에 놓고 온 힘을 쥐어짜서 쓴 글이라니! 그렇기에 '사는 게 뭐라고'는 내게 대단한 책이었다

죽음이 좋을 수도 있다.
오빠, 오빠는 모르는 채 죽었지만 사는 것도 정말로 고단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도 몇 번이나 있었는데 사는 동안은 죽을 수가 없어. (62)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243)

사노 요코 할머니는 죽음으로 자유를 얻었다. 그림책을 내고 비평을 들을 필요가 없다. 항상 나를 향하는 자괴감도 없어졌다. 2년이라는 시간 안에 스스로를 평가까지 해 나가기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2년 남았다는 말을 듣자마자 항상 사고 싶었던 재규어 자동차를 샀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 예전 우울증이 있었을 때 친구들은 모두 떠나갔다. 하지만 시한부 암 환자에게 사람들에겐 관대하다. 갖고 싶다는 욕심도, 못된 사람에 대한 분노도 줄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한다. 싫어하고 분노하는 것은 하나씩 사라진다.
 이 책은 날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구난방으로 글이 진행된다. 내 나름대로 요코 여사님 생각에 대해 정리를 해봤다.

1. 사람들은 요코를 싫어해.(인간관계)
2. 요코는 한국을 사랑해.(한류에 빠지다.)
3. 요코는 자신이 제일 어렵다.
(요코 '할머니'를 생략합니다.)

1. 사람들은 요코를 싫어해.

이 책 처음은 요리로 시작한다. 이 책은 음식 이야기가 제법 된다. 이에 비해 그다음 책은 먹는 이야기가 없다. 유유코씨 리버 페이스트를 좋아했던 요코 여사님. 대지진을 겪은 유유코씨에게 뜬금없이 전화해 요리법을 물었단다. 유유코양은 이 일을 계기로 분노했단 사실을 뒤늦게 안다. 어느 잡지 편집자 청탁에 자신 의견에 따르지 않는 태도에 화가 나 말을 비꼬며 끊어버리고 후회한다. 시한부라고 재규어를 샀다는 요코 앞에서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며 악담을 퍼붓는 사람도 있다.(생각해보면 오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코한테는 재규어보다 페라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또 책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는 요코 여사님은 혼자 산다. 결혼을 두 번 실패했다.
 여기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인연은 사촌 언니인 모모코다. 요코 여사보다 여섯 살 정도 나이 많은 독거 할머니다. 40년 동안 착실히 회사를 다녔다. 이다음 책에서는 모모코 언니가 정말 좋다는 내용만 있어서 이런 큰일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 모모 언니는 정말 우아한 여성이다. 교양 있고 멋지다. 게다가 항상 요코에게 베풀고 돌보아 준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모모 언니가 살아가는 힘은 '강박증'이다. 요코는 항상 고민하고 자신조차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 우울증이 온다. 모모코 언니에게 우울증이 올 리 없다. 일본은 최고 국가라는 자부심에 차 있고 일본과 중국은 우매하다 생각한다. 모모 언니는 가장 우월한 인자다. 왜냐면 내가 정한 일에 최선을 다했고 다른 사람들을 항상 이겨 왔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이 하는 일에 집착이 강하다. 화장실에 가는 길에 저자가 보기에 쓸 데 없는 점수 쓰기를 하지 않았다고 온갖 비난을 쏟아낸다. 결국 둘은 이후 10년 동안 절교했다.

"아, 난 결혼 안 해서 다행이야. 요즘 정말 절실히 느낀다니까. 자식도 없어서 다행이야. 모두들 자식 때문에 고생하는걸."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두 번이나 결혼했고, 이혼했고, 변변찮은 자식 가지 있다. 계속 침묵을 지켰다.(171)

이 부분을 보고 나 자신에게 도취돼서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얘기했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내가 다 창피했다. 그러면서 요코 여사는 그런다.

친구들은 이런 나와 어울려준다. 모두들 나를 참아가며 어울려주는 것이다. 모두들 아, 또 저런다. 요코가 또 저런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겠지. 남이 어떤 의견을 말하면 나는 반드시 휙 하고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186)

인간관계란 완벽할 수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그래도 서로 만나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결점을 참을 수 있을 정도일 때가 아닐까 싶다. 그걸 깨닫고 하늘나라에 간 저자다.

2. 요코는 한국을 사랑해.

이 부분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사진에 나온 요코 할머니 눈이 하트가 되어 욘사마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욘사마를 보기 위해 본 드라마는 굴비 엮듯이 다른 남자 배우를 소개해주었다. 그렇게 dvd가 늘어가고 결국은 욘사마 체취를 느끼기 위해 한국 땅을 밟는다.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한 달 동안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턱까지 돌아가셨으니까요. 전에 독일에 살던 요코는 반일 감정이 가득한 남자와 인연을 맺었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일본인임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연배가 있는 사람들이 일본어로 웃으며 말을 걸면 화들짝 놀라면서 죄송합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아시는 건 일제 탓이지요, 죄송합니다. 하는 기분이 들어 천연덕스럽게 관광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130)

내가 저자를 더욱 가깝게 느끼는 건 이런 마음 때문이다. 이 분은 유난히 한국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그림책에 느껴지는 요코 할머니 사랑 코드와 한국인이 갖는 '정'이라는 감정이 같다는 증거 같았다. 그래서 이 분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가진 한국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져 심오한 결론도 내려주신다.

"한국은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의 정은 내부를 향해 있고 애증도 그 안에서 소비되니까 외부로 나갈 여력이 없는 것이다. 북한도 남한도, 한 민족의 애증이 내부에서 부딪히는 거겠지. 한국인이 들으면 큰일 날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137)

아마 요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일본도 무조건 덮어놓고 미워하면 안 되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할머니, 괜찮아요. 한국인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3. 요코는 자신이 제일 어렵다.

요코는 주위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엉망이고 관심도 없던 마작을 배웠던 이야기, 싱글벙글 씨와 인연, 90대지만 아직도 멋진 친구 엄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도 항상 요코 할머니 마지막은 스스로에 대해 끝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끝은 또다시 자신을 향한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182)

그중 이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왜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했지? 왜 내 마음은 이러지? 그런 스스로에 대한 이해 때문에 우울할 수밖에 없던 요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비단 요코 할머니뿐 아니다. 종교가 답이라고 의지하지 않거나 확실한 진리를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는 이상 인간은 항상 부족하고 그렇기에 외롭다. 항상 의문과 반론을 제기하는 숙명을 지닌 작가 요코 할머니에게 왔던 정신병은 직업병이자, 숙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할머니는 노력한다.

'애 낳는 기계'라는 말을 듣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여자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네네, 맞아요, 남자는 단순한 종마랍니다. 기계보다 못하지요, 모쪼록 힘내세요, 하고 웃으면 될 일을.(209)

삐딱한 시선으로 분노하고 화내기 보다 뼈 있는 유머로 넘기길.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기보다는 희망으로 바라보려 항상 노력한다.

사람은 태평스러운 존재다. 그간 실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는 나조차도 '내 인생은 썩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로 나뿐일까?(245)

이 부분은 요코 할머니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코 할머니 마음은 많은 부분 내 마음과 맞닿아있다.

자존심 상하지만 말입니다.

 내가 싫어했던 일본인이 좋아졌다. 항상 겉과 속이 다른 듯한 위선자라고 생각하며 일본인 전체를 싸잡아 일반화한 날 반성했다. 어쩌면 이제껏 읽었던 일본 문학은 이런 내 편견으로 폄하한 건 아닐까? 급한 마음에 '설국'을 펼쳤다. 확실히 예전과 다른 느낌이다.
 만약 이 분이 살아계시다면 나이는 숫자일 뿐 친구처럼 수다를 떨고 싶다.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보셨다니 어느 정도 한국어도 아시겠지. 나도 이 분 덕분에 일본어를 배울 의지가 불탄다. 참 안타깝다. 같은 하늘 아래 이 분이 없다는 게. 그래도 그분 글은 이 세상에 있으니 적잖이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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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03-06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에 대한 진리입니다.


˝ 오빠, 오빠는 모르는 채 죽었지만 사는 것도 정말로 고단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도 몇 번이나 있었는데 사는 동안은 죽을 수가 없어. (62)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243) ˝


최고의 리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책한엄마 2016-03-06 18:54   좋아요 1 | URL
와-과찬이세요.
다시 읽어보니 몇 개 문장이 이상해서 좀 더 고쳐야겠습니다.ㅠㅠ

커피소년 2016-03-07 00:06   좋아요 1 | URL
완벽에 또 완벽을 추구하시는 모습..ㅎㅎ 아름답습니다..ㅎㅎ

정시연 2016-03-06 1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최고에여!!!

책한엄마 2016-03-06 19:03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서니데이 2016-03-07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꿀꿀이님, 즐거운 저녁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책한엄마 2016-03-07 21:29   좋아요 2 | URL
벌써 끝났나요?@0@

서니데이 2016-03-07 21:30   좋아요 1 | URL
네. 오늘은 정답자가 많으셔서 9시에 정답 말씀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