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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2010년 쓴 글입니다.
참 많은 생각이 오가는 책이다.
처음에는 불편했고
중간에는 난해해졌으며
마지막에는 뭔가 씁쓸해지는..
유쾌하지 않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하는 문제들이다.
사실 엄밀히 따져 말아면 그의 말들은 자신에 대한 핑계로 점철 되어 있고 또 자신에 대해 극도로 우호적으로 쓴 글에 매우 불편함을 금할 수 없다.
카톨릭, 종교의 힘을 뒤로하여 양심선언을 했다는 것이 못내 부끄러워진다.
진정한 자기 참회가 있은 후에 남을 비난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일을 잘 해냈고 상대방이 나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매우 불쾌해 있었으며
박봉 검사월급으로 힘겹게 살아가다 인간답게 돈 많이 주던 맘에 안 맞은 직장에서..
어떤 일을 계기로 나를 내치자 이번에는 제대로 뒤집으려고 내 몸을 던져버린다.˝
라는 것이 그의 마무리였다.
물론 자신의 인격과 모든 것을 버리고 양심선언을 한 것은 멋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통해 온갖 부귀를 다 누리고 온갖 잘난척을 다 한 후에 이렇게 비밀스런 일들을 까발리는게
과연 그가 부르짖는 ‘정의‘로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차라리 나는 돈을 갖고 싶었고 돈을 갖아 행복했으나..
그 시간을 후회한다.
또 참회하며 회개한다..라면서 스스로를 낮추는 글을 썼다면..내가 이렇도록 불편해 했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이해하는 것은 어느정도 그의 직업병을 이해하는 것과 일맥상 통해있다.
우리 아버지는 검찰은 아니지만 거의 똑같은 일을 맡고 계신다.
(아빠 회사는 정부 부처 비리 등을 검찰에게 넘겨주는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 아빠가 하는 일을 쭈욱 보면 자신이 옳다고..
악법도 옳은 것이라는 강한 잣대가 있어야 비로소 성과가 나오는 직업이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의 잣대가 무너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분은 그 직업정신이 아직도 녹아있는 것은 아닐까...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이제는 변호사 빵집을 하시는 분이라 이젠 좀 유연하게 자조적인 글을 써도 될텐데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엔 많은 선택들이 있고 또 그 선택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달라진다.
비록 이렇게 많은 비판적인 글을 썼음에도 나는 김용철 변호사를 응원한다.(혹시 이번에 형사소송법 책 냈나?동명이인?)
왜냐하면 이런 용기있는 행동이 우리 사회의 균형을 이뤄주는데 한 획을 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짝짝짝~~~~
세상에 더 많은 양심들이 살아있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로비 잘 하는 사람, 다양한 인맥을 잘 관리하면서 권력을 요리하는 사람을 ‘인간성‘이 좋다고 보는 경우가 흔하다. 글쎄, 그게 인간성이 좋은 걸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 좋은 평판을 누린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집단 구성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게 꼭 옳은 일은 아니다. 조직의 이익과 사회 정의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지만, 범죄 조직 안에서 동료들에게 인간성 좋다는 말을 듣는 자가 있다면 과연 그의 인간성을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굳이 범죄조직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이 꼭 정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소속 집단에서 인정받는 것만을 중시하는 분위기 탓에 옳지 않은 일을 하더라도 동료 및 선후배들에게 좋은 평가만 받으면 된다고 빋는 이들이 많다. 인맥을 통해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까닭에, 자신이 속한 인맥 그물에서 떨어져나갈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한번 따돌림 당하면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겪는 것도 이유다. 그래서 소속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해 저지른 사회적 범죄가 멋진 무용담으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상사나 동료가 이런 행동을 칭찬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조직을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는 게다. 나는 삼성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진실로 인간성이 좋은 사람은, 욕을 먹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옳은 일을 하는 이들에게서는 칭찬을 듣고, 나쁜 짓을 하는 이들에게서는 욕을 먹는 사람이 대개는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간성이 좋다."는 평가는 이런 이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게조차 칭찬 듣는 사람을 오히려 높이 치는 분위기가 짙다. 이런 사람들이 ‘의리‘가 있다거나, ‘보스‘기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부류를 가리켜 ‘남자답다‘거나 ‘통이 크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쩨쩨하지 않다‘거나 ‘대범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리에 무감각한 문화가 생겨났다. 인간적으로 친하기만 하면, 무슨 짓이건 허용된다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이다. 인간적인 친분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못을 지적하는 게 진짜 용기다. 그리고 이런 용기를 지닌 이들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비리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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