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상처받지 않는 법 - 나와 타인의 영역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하는 관계 심리학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오민혜 옮김 / 시공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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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을 지나치게 신경쓰고 배려하면 혼자만 상처받으니 좀 대범해지란 내용의 책일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네 배려 방식이 문제가 있다며 개개인에 맞춰 더 섬세하게 배려하라는 책.

역시 일본인 답다. 한국인들 정서엔 도통 안맞을 듯.

작가가 게이오대 의학부 출신에 현재 대인관계요법 전문 클리닉 원장이라며 전문성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실속이라고는 없는 내용으로 페이지만 잡아먹는 책.

자기네 병원의 10p짜리 홍보용 소책자를 길게 길게 늘려서 책을 만들었나?

저자가 한국인이고 이런 책 쓴 사람이 하는 클리닉이 근처에 있다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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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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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의 글들을 더없이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목화밭 엽기전의 한창림이 욕지기를 씹으며, 똥을 지려가며 연신 언 땅에 삽날을 박아넣던 순간부터... 였을 것이다.

혀 끝의 남자는 오래도록 문단을 떠나있던 그의 귀환을 알리는 첫 단편집이다.

정말 반가운 귀환이지만 한 편 두렵기도 했다.

그가 변해버렸으면 어쩌지? 예전만 못하면 어쩌지?

꽤 오랫동안 책꽂이 구석에 꽂아둔 채로 손을 못대다가 나 또한 이제야 그의 귀환과 마주했다.

그가 변한 것인지, 내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구작을 리뉴얼한 단편들보다 어째 신작이 더 읽기가 힘이 든다.

억지로 그의 글들을 꾸역꾸역 넘기다가 문득, 한문장 한문장에 베일 것처럼 소름끼쳐하며 핥듯이 그의 글을 탐하던 과거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서글프게 실감했다. 이제는 나도 그도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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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7-28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백민석 작가를 좋아하고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나네요. 비록 다스베이더님이 이 책에 대한 별점이 낮아도 백민석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아나킨 2017-07-28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제가 다 기뻐집니다. 저는 별점테러를 했음에도...ㅠㅠ. 애정이란 말 만으론 표현하기 힘들 수많은 과거의 시간들을 백민석 작가님의 책들과 함께 지나온지라. 낮은 별점을 매긴게 새삼 죄스러워지네요. 점심값 담뱃값에도 벌벌 떨던 시절, 백민석 작가의 절판된 중고책을 원가의 몇 배인 프리미엄가에 구매하기도 했었지요. 별점 2는 그 때의 애정에 비해서 작아졌다는 제 투정서린 표현일 듯 합니다.

munsun09 2017-07-28 17:19   좋아요 0 | URL
진정 대단하십니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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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프레베르의 시 구절에 낚여서 여행작가 최갑수의 책을 샀다. 곳곳에 발췌되고 인용된 시나 영화의 대사들은 마음을 끌어당기나, 정작 작가의 글들엔 조금도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내 인생은 시나몬 롤과 슈베르트만으론 충분치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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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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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고, 죽음에 초연하고, 건전하지 않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근사한 남자를 좋아하는...

멋진 할머니가 나를 웃게한다.

행복하게 한다.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노 요코는 그 길로 재규어 매장에 가서 재규어를 산다.

이 얼마나 박력 넘치는 삶인가...

 

p242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하게 지키겠노라고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작가는 암에 걸려 시한부인 채로 치매 요양원의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일상 조차 덤덤하고 유쾌하게 표현한다.

 

p108

엄마는 쿨쿨 자고 있었다. 이제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도 피곤해서 엄마 침대로 파고들었다. 엄마는 내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기에 남잔지 여잔지 모를 사람이 있네."

"엄마 남편은 사노 리이치지?"

"아무것도 안 한 지 한참 됐어." 아무것도라는 건 뭘까. 설마 엉큼한 그것일까?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는, 왠지 투명하게 느껴지는 엄마가 그런 소리를 하더라도 엉큼하게 들리지 않는다.

내가 큰 소리로 웃자 엄마도 소리 내어 웃었다.

"엄마, 인기 많았어?"

"그럭저럭." 정말일까?

"나 예뻐?"

"넌 그걸로 충분해요."

또다시 웃음이 터져버렸다.

엄마도 따라 웃었다.

갑자기 엄마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여름은, 발견되길 기다릴 뿐이란다."

나는 할말을 잃었다.

"엄마, 나 이제 지쳤어. 엄마도 아흔 해 살면서 지쳤지? 천국에 가고 싶어. 같이 갈까? 어디 있는 걸까. 천국은."

"어머,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던데."

 

 

나도 늙고 병들었을 때. 천국을 입에 올리더라도 흡사 집을 옮길까?

우리 같이 이사갈까? 같은 무게로...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에세이스트인 멋진 할머니 사노 요코.

 

그녀의 다른 글들을 더 읽고 싶어 찾아본 자료들에서 그녀의 젊은 날의 사진들과 마주했다. 

이건 누굴까... 란 생각이 들 정도의 시크하고 까칠해 보이는 스타일 좋은 패셔니스타.

아니, 책 날개의 작가사진에 처진 눈꼬리로 사람좋게 웃고 있는 노년의 사진과는 전혀 다르잖아요!

늘 자신은 빈농 출신, 시골여자라 하시더니...

이건 너무나도 신여성 도쿄여자 같은 (흡사 보그지 편집장이래도 믿을 것 같은) 세련된 비주얼.

멋진 할머니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구나.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아마 일부러 화사하지 않아도 늘 화사한 날들이었을 시절.

 

그녀가 더 좋아진다.

그리고 책 말미, 그녀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편집자의 말에

좀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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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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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전공과 적성에 맞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기 전, 기계처럼 짜여진 일상의 직장에 다니던 암울한 시절의 나를 기억나게 하던 소설.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나는 직장동료들이 흡사 이계의 외계인들 같이 느껴졌었다.

그들에겐 내가 외계인 같았겠지. 

동료들과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노골적인 압박에 조금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면 왜 너는 남들과 다르냐는 질시의 시선과 지적이 쏟아졌다.  참견과 트러블이 무서워 필사적으로 그들처럼 보이려 애쓰다 보니, 어느새 나를 완전히 숨기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짜 모습만을 보여주게 되더라.

크리에이티브하고 유니크한 걸 미덕으로 치는 세상에 있다가 소위 말하는 일반인들의 사회에 나가니, 한국에서의 직장이란 결코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일종의 민족 공동체였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보편적 범주에 속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못 견디고 바로잡아주려 하는 이들로 가득하더라.

그런 건 애들 같지 않느냐. 나이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 왜 결혼은 아직 안하느냐. 어서 해야 된다.

그들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비슷한 나이의 직장동료가 입는 (정말 싫은) 브랜드의 옷을 사고, 누굴 소개해 줄테니 만나보라는 참견에 지쳐 헤어진 애인과 아직 사귀는 척하고 비혼주의자면서 몇년 뒤 결혼 계획이 있다는 둥. 온갖 보여주기식 거짓으로 점철되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우울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그들이 공유하는 일상들... 관심도 없는 드라마 얘기, 대중가요, 연예계 가십 얘기에 맞장구라도 치기 위해 휴일에도 공부하듯 인터넷 검색을 해야했던 일이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주의 영화, 마니악한 뮤지션의 음악 같은건 아무도 모르게 숨겨야만 했음에도...

이 책의 주인공은 아마 평생을 그런 심정으로 살아 온 거겠지. 우울하디 우울한...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때의 나처럼 말이다.

 

아마 그래서 팔아버린 듯.

이 책 분명 내용도 기억나고 구매목록에도 있는데 집에 없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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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7-1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만약 사서 봤다면 저도 팔아버렸을 것 같아요. ㅎㅎ‘공감하게도 공감 못하게도 하는 이중적 느낌의 소설.‘이라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아나킨 2017-07-20 01:39   좋아요 0 | URL
가볍게 읽을 책까지 다 구매하다 보면 책들이 참 자리 차지를 많이 하죠. 저도 요즘은 종이책 보다 전자책을 많이 이용하게 되네요. 주변인들 다 전자책으로 옮겨가도 저만은 절대 종이책 파였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