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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얼추 전공과 적성에 맞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기 전, 기계처럼 짜여진 일상의 직장에 다니던 암울한 시절의 나를 기억나게 하던 소설.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나는 직장동료들이 흡사 이계의 외계인들 같이 느껴졌었다.
그들에겐 내가 외계인 같았겠지.
동료들과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노골적인 압박에 조금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면 왜 너는 남들과 다르냐는 질시의 시선과 지적이 쏟아졌다. 참견과 트러블이 무서워 필사적으로 그들처럼 보이려 애쓰다 보니, 어느새 나를 완전히 숨기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짜 모습만을 보여주게 되더라.
크리에이티브하고 유니크한 걸 미덕으로 치는 세상에 있다가 소위 말하는 일반인들의 사회에 나가니, 한국에서의 직장이란 결코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일종의 민족 공동체였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보편적 범주에 속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못 견디고 바로잡아주려 하는 이들로 가득하더라.
그런 건 애들 같지 않느냐. 나이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 왜 결혼은 아직 안하느냐. 어서 해야 된다.
그들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비슷한 나이의 직장동료가 입는 (정말 싫은) 브랜드의 옷을 사고, 누굴 소개해 줄테니 만나보라는 참견에 지쳐 헤어진 애인과 아직 사귀는 척하고 비혼주의자면서 몇년 뒤 결혼 계획이 있다는 둥. 온갖 보여주기식 거짓으로 점철되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우울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그들이 공유하는 일상들... 관심도 없는 드라마 얘기, 대중가요, 연예계 가십 얘기에 맞장구라도 치기 위해 휴일에도 공부하듯 인터넷 검색을 해야했던 일이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주의 영화, 마니악한 뮤지션의 음악 같은건 아무도 모르게 숨겨야만 했음에도...
이 책의 주인공은 아마 평생을 그런 심정으로 살아 온 거겠지. 우울하디 우울한...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때의 나처럼 말이다.
아마 그래서 팔아버린 듯.
이 책 분명 내용도 기억나고 구매목록에도 있는데 집에 없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