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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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늘 새로운 하루처럼 살다간... 이 얼마나 멋진 할머니신가.

별 기대없이 모지스 할머니의 예쁜 그림들에 힐링이나 받을까... 싶어 구매했던 책. 

그런데 기대조차 하지 않은 즐거운 선물을 잔뜩 받아버린 느낌의 책.

사실 새하얀 모슬린 블라우스를 입고 야외에서 그림 작업을 하시는 할머니 사진을 보고, 감수성 풍부한 그린 게이블즈의 앤 같은 소녀셨거나 클래식한 타샤할머니같은 정적인 삶을 살아오셨겠거니... 상상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모지스 할머니는 상상했던 이미지와 전혀 다르셨다.

 

1974년부터 미국 nbc 방송국에서 무려 203부작으로 방영했던 인기  미드 초원의 집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까.

모지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에서 계속 이 미드가 떠오르더라.

 

 

척박한 1800년대, 결혼 후 미국 남부 농장으로  이주해 당찬 여장부처럼 생활하셨던 할머니의 삶은 서부개척민 시대 포장마차를 타고 이주해 정착한 로라 잉걸스네 가족처럼 역동적이고 활기에 넘친다.

왜 미국인들이 할머니의 그림을, 거기 담겨 있는 삶을 그렇게나 사랑하는지 알것 같다. (할머니의 그림카드는 1억여장이나 팔려나가고, 독립기념일이란 작품은 백악관에 걸려있다고 한다.)

여자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당시 통념과 달리 농장시절 혼자 73kg이나 버터를 제조해 파시던 할머니(당시 남편보다 돈을 더 잘 버심), 뉴욕시절엔 생계를 위해 또 손수 와플을 만들어 파신 할머니, 취미인 자수를 놓다가 손가락 류머티즘 때문에 더이상 취미인 자수를 못하게 되자 그림을 시작하셨던 할머니. 76세에 그림을 시작하셨는데도 무려 1600여점이나 작품을 남기신 할머니.

남편인 토마스가 협심증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난 내가 죽는 건 두렵지 않아요. 내가 죽는 건 정말 두렵지 않지만, 당신 혼자 여기 두고 나 먼저 가느니 차라리 당신이 설원 아래 묻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어요." 라고 말하자, 남편에게 "토마스, 난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혼자 잘 살았거든요." 라고 하시던 당차고 시크한 할머니...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삶은 개척정신으로 가득하던 그 시절 미국의 역동적인 정신과 삶 그 자체더라.

 

모지스 할머니가 살아계시다면...할머니의 그림카드에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써서 보내고 싶다.

할머니의 삶 이야기들, 어떤 순간엔 감동하고, 어떤 순간엔 즐거워하며 많은걸 배웠어요.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내 행복했어요. 마치 백년을 하루처럼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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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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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물안궁스러운 추천인들 목록하며... 호들갑스런 추천사에 절대 안 살 목록에 들어있던 책.

이것저것 사라고 등 떠미는 이벤트 덕에 마지못해 구매했던 책.

읽고나니 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던 책.

미국 사회의 백인 빈민 레드넥 계층이 왜 복지정책에 그렇게 거품을 물고 분노하며 차라리 복지정책을 대폭 줄이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지...그 이면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책.

평생을 쉬지않고 노동하며 성실하게 살아도, 같은 빈민계층의 소위 복지여왕이라 불리는... 일자리조차 갖지 않고 실업수당으로 놀고먹으며 복지정책을 악용하는 이들에게 늘 세금을 뜯기고 있다는 박탈감과 분노를 가진 계층.  그들에 대한 분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만드는 책.

 

하지만 이 책이 미국사회에서도 복지여왕들 때문에 복지가 근로의지를 결여시킨다는 근간으로 삼거나... 복지 정책을 없애야 한다는 근거로 삼게 되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로 내 주변엔 복지를 대폭 축소하는 트럼프 정책을 지지하고 그 예시로 소위 복지여왕들에 대한 비난을 주워 섬기던 미국 시민권자인 지인이 있다. 그는 백인이 아니고 부유한 한인이고 힐빌리 레드넥과는 거리가 먼 사람임에도... 선거 때 공공연히 트럼프를 지지했고 또 그를 찍었으며 그의 정책들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사실 그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건 수십만평의 땅을 상속받는 증여세를 없애줬다는 이유다. 그는 트럼프가 정권을 잡으면 자신의 세금이 얼마나 절약될 것이며 사업에 금전적 이득이 된다는 것을 구체적 액수와 함께 공공연히 떠들고 다닐만큼 속물이기도 하다. 그는 공공연히 가까이 겪어보지도 못한 백인 빈민층도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걸 방패막이처럼 내세우기도 한다.(이 책의 내용에서 필요한 부분만 그런 이들에게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 j.d 밴스가 그러라는 의도로 책을 쓴 건 아니겠지만...)

밴스가 복지여왕들에게 공공연히 분노와 경멸을 표출할 때마다 공감이 가기도 하는 한편, 예전 ebs에서 방영해줬던 북미와 유럽의 복지정책에 관한 다큐가 생각나더라. 

다큐에선 다리 밑에 살던 알콜중독 노숙자 가족이 복지정책 덕분에 트레일러 집에서 살게되고 중독 치료도 받고 아이들이 학교에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며, 덕분에 그 전까지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삶의 의지도 희망도 생겼다고 했다.

설령 빈민계층의 다수가 복지 정책을 악용해 부당한 실리를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출구 없는 나락에 빠져 생의 의지조차 없던 단 한 가정이라도 구원받을 수 있다면... 과연 그 복지를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는 게 옳은 일인가...

실리만을 추구하며 기업 운영하듯 손실만 따져가며 복지에 접근하는 게 옳은 일인가... 개인적으론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정답이 아닌 잘못된 도움이라도 전혀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절대 비교할 수조차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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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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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칼지.

하인라인의 재래... 놀라움으로 가득한 작가... 가장 좋아하는 sf작가... 등등 그에 대한 너무 많은 극찬들을 봐왔고 그에 따른 반감도 좀 있었다. 인기가 저렇게 많은 걸 보니 미드같은 가벼운 상업sf나 쓰는 작가일 거라고 감히 그의 책을 읽기도 전에 이런 말도 안되는 망언을 뱉은 적도 있다. 

편견 때문인지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밀려 책꽂이 구석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몇주 전 책의 앞머리를 읽기 시작했을 때도... "딱 미드네! 미드!" "영화 판권까지 팔렸다더니 그냥그런 상업소설 작가구만!" 이러면서 책갈피를 대충 끼워 다시 책꽂이에 슬쩍 밀쳐 놓기까지 했던...

그리고 두번째로 다시 책을 잡은 어제...

감히 그런 망언을 했던 스스로를 호되게 치고 싶어졌다.

페이지는 순식간에 끝나가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좀 울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페이지가 끝나가는게 아쉬워서... 이 작가를 발견해낸 게 너무 기뻐서...

 

상업적이고 쉬운 문장으로 빠른 전개를 구사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함.

그는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내러티브로 아류가 아닌 그만의 세계관을 펼쳐내며, 수많은 sf작가들이 고찰해 온 인간이 아닌 인공의 존재,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에 대한 참신한 견해를 쏟아낸다.

이 작가의 세계가 너무 좋아서, 그가 바라보는 평등한 세계관, 남자나 여자, 소수자들, 또는 인종의 다름이나, 인간, 또는 인간이 아닌 그 무엇에도 편견없는 사려깊음과, 그 어떤 순간에도 잃지 않는 유머러스함과 인류애, 그 모든것이 숨돌릴 틈 없이 스피디한 전개 속에 녹아들어 있는 그의 세계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페이지가 끝나갈 때는 정말 좀 울고 싶어졌다.

이 매력적인 작가를 대체 뭐라 표현해야 할까... 이 작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69년생, 젊은 작가도 아닌데 이 장르의 젊은 작가들 뺨 후려치게 세련되고 신선한 감성으로 충만한 이 작가를...

(아무런 정보 없이 읽었다면 아마 그를 젊은 신인작가라 오해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 들을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담는다.

발간된 그의 책들을 다 읽어버리면 어쩌지...

그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집필해 주기를... 노인의 전쟁을 뛰어넘는 흥미로우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하고 멋진 작품들을 계속해서 써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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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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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와도 같은 평이한 내러티브의 소설이지만, 하도 반전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소설의 말미엔 잠시 얼음처럼 정지되었다. 줄거리 보다는 여백을 읽는 소설. 두 소년의 풋내나는 우정 보다는... 이념을 넘어선 양심이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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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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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오리엔트, 쟈가 포카스! 하던 미리보기 글을 보고 작가님 입담을 너무 기대했나보다.(나 또한 그 광고를 기억하는 세대기에;;) 뭐, 그냥 평범하다. 인문학 관련서 다독자들이 보기엔 그냥저냥한 요약본. 그 이상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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