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습관 - 나만의 업業을 만들어가는 인문학 트레이닝북
윤소정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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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처럼 비가 촐촐하게 내리는 날 들른 술집에서 만난 제자는 인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동석하게 되었다. 술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을 때, 그는 면사무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술을 비운 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스스로를 답답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제자의 처진 어깨를 토닥거리며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한 몸짓으로 보인다며 경험 속에 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피상적인 답으로 마무리 짓고는 우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공부는 대학을 가기 위한 자식을 전수받는 곳으로 고착화되어 다른 데 신경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내신 등급을 올리고 수능시험 고득점을 위해 질주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남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닦달하면서 동일한 스펙을 쌓느라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자신만의 인생을 기획하고 실현하기보다는 남들이 정해 놓은 것들을 취하기 위해 끌려 다니는 삶의 패턴으로는 현안을 해결하며 살아갈 대안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때 인문학적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여긴 인큐 대표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수강생들의 후기를 통해 변화 양상을 드러내며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은 성공담을 곁들였다.

 

     ‘The book must be the axe for the frozen ocean within us.’

     (책이라는 것은 얼어붙은 나의 세상을 깨는 도끼와 같아야 한다.)

    카프카가 남긴 문장은 인문학 서적을 읽고 그 내용을 수용하는 수동적인 독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음으로써 책 속의 내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실천력을 겸할 때 인문학적 소양은 깊어짐을 명확히 하였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답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선택한 길에 집중함으로써 선택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가는 일은 11글쓰기 훈련부터 시작해 습관화하여 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수백 권의 책을 읽더라도 가슴에 새기고 싶은 구절 하나 제대로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체화한 독서라고 말하기 곤란할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자리하는 장단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될 때가 있는 것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치환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달갑잖은 직장 상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일 역시 인문학적 고찰로 여길 수 있다.

 

    인생이란 게 매뉴얼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아 이런저런 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늘어난다. 양질의 질문에서 출발하여 여러 사안을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 중 하나이다.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푸념하며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자신을 공부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수집하듯 나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스스로가 몰입하는 지점을 발견하여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책을 선택하여 그 내용을 읽을 때 가슴에 와 닿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가며 그 이유를 찾아 정리하는 가운데 본질을 찾아 집중할 힘을 기를 수가 있다. 타인의 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참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실천은 하나의 습관으로 정착될 것이다.

 

    정형화된 획일적인 공간을 벗어나 하늘을 학교 삼고 땅을 이론 삼아 경험을 확장해 나의 생각을 실현시키는 공부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자리할 힘을 얻는다. 관심 분야는 독학을 해서라도 자신을 무장하고 사유하는 가운데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능숙하여지도록 애쓰는 과정이 담보될 때 체계적인 글쓰기는 가능할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주창하는 대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며 나만의 정체성을 갖추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입하는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 우리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돈벌이에 나설 때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좀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력을 기르는 일은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곳에 적용하는 능력인 전이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생활 속에 인문학적 트레이닝을 실천함으로써 현재적 삶에 충실할 때 의미 있는 시간은 축적되어 나만의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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