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정년 철학론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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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62세 정년인 직장에 근무 중이라 정년까지는 7년 남짓이다. 어느새 은퇴 이후를 생각하며 길어진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일은 누구나 쉽지 않다.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이 발목을 잡아 헤어나기 힘든 때가 있음을 왕왕 경험으로 안다. 은퇴를 준비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편인데 퇴직한 선배들을 만나 퇴직 이후 생활의 단면을 들을 때가 있다. 한 선배는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여 전시회 작품까지 출품하면서 화폭에 담으려는 풍경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코로나 창궐 이전에 명예 퇴직하여 편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더없이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니 퇴직 후의 마음가짐이 중요해 보인다. 연금 생활자로 지내면서 조금 적게 쓰고 욕심 안 내며 취미활동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에서 행복을 발견했다.


   33년 남짓의 직장 생활을 하며 시간에 맞춰 움직이던 생활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남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괜찮은 방법일지 찾아 나선다. 정한 때가 되기 전부터 퇴직하는 경우가 흔한 때,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인생 2막을 지혜롭게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지 방법들을 저자는 일러준다. 저자는 불안, 태도, , 인간관계, 행복, 미래등 여섯 마당에 맞춰 효율성과 생산성을 내려놓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할 과제를 던진다. 일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직장에서의 수직관계가 퇴직 후 가정에서는 수평 관계로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 지금껏 고수해 왔던 자신의 가치관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연한 태도로 상대의 생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은퇴하더라도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여자에 비해 남자의 인식 전환은 퇴직 후의 삶을 정비할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미래에도 바꿀 수 없다.’

   인간관계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관점을 바꿔 나가야 퇴직 전후의 틈새를 좁힐 수가 있다. 사는 것 자체가 일인 때에는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남은 생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만 용기를 낼 수 있는 만큼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생각하고 지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의 공헌감, 자신의 강점 등을 찾아 실수하더라도 실의에 젖기보다는 어떤 일을 찾아 나서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전의 직장에서는 경쟁의식을 많이 느끼고 살았다면 은퇴 후에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며 짜증나는 일이 있더라도 타인을 비난하며 회피해서는 안 된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우 관계는 배우자와의 관계이다.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챙기고 집안일도 함께하는 생활로 가족에게 민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타인의 욕구와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듯 가족 또한 그렇다는 생각으로 배우자를 사랑하며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여기서 춤을 추고 싶을 때에는 선율에 맞춰 춤을 추고, 밥을 지을 때에는 식재료를 함께 손질하며 밥상을 차리는 등으로 에네르게이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성공으로 행복을 충족할 수 없듯이 질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행동으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은퇴 후의 시간을 잘 보낼 수가 있다.


  ‘중요한 건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선하게 사는 것이다.’

   라는 사상가의 철학은 내가 속한 세계까지 환히 비추는 빛 같은 존재로 보내야 함을 일깨운다. 은퇴하였다고 해도 고립되어 살 수 없는 것처럼 타인과 공생할 방법을 찾아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급변하는 시대에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움직임을 담은 글, 타인의 삶을 수용하고 함께 존재하기 위해 독서는 지금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 눈의 피로도가 커지기 전에 책을 가까이 하며 늘 글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길은 퇴행의 궤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아직 긴 인생이 남았다는 제목이 갖는 의미는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며 실현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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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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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행사를 기념하는 자리,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 직장인들의 기호에 따라 벌이는 파티들이 다양하게 열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미리 장소를 예약하고 약속 시간에 파티를 열어 행사에 의미를 담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동안의 생활을 결산하는 연말 직장 파티에서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만났다. 보수적이고 답답하다는 평을 들어온 해리엇과 어느 곳에도 뿌리 내지 못한 채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데이비드는 동시에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서로의 모습에 끌린 둘은 대화에 굶주렸던 사람들처럼 이야기하며 공감하고 소통하였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방증이라도 하듯 두 사람은 결혼을 결정한다.


   서로에 대한 탐구하는 시간도 없이 빠른 판단으로 결정한 것은 아닌지 회의하며 헤리엇과 데이비드가 꿈꾸는 행복한 가정을 가늠한다. 세 딸 중 맏이인 해리엇은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행복한 인생의 기본이라는 부모의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에 반해 이혼 가정에서 자란 데이비드는 두 가정의 부모를 보며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욕구가 강하였다. 데이비드에게 미래는 그가 목표로 삼고 보호해야 할 어떤 것으로 결혼 후 가족의 이탈 없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다. 둘은 런던으로 통근 가능한 소도시 대저택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많은 자식들과 생활하며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현실화했다.


   부부 중심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욕구를 드러내며 3층 건물의 저택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자신들이 가지려는 것에 압도된 부부는 능력 밖의 일이더라도 마음 가는 대로, 느낌 오는 대로 선택하며 아버지 제임스의 경제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삶을 잇는다. 서로의 가치관이 상이하여 이혼한 부모의 모자랐던 점을 상쇄하고,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의 죄를 사하듯 데이비드는 부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였다. 휴가와 성탄절을 비롯한 기념일에는 많은 비용을 들여 친척들을 불러 모아서는 파티를 열었다. 부부는 흩어진 가족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모아 연회를 베풀며 모든 것을 움켜쥐고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채워갔다.


  부부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자식들을 임신하고 출산하기를 반복한다. 애를 잘 키우려면 애를 갖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친정어머니 조언을 흘려 듣는 부부에게 자식은 줄줄이 태어났다. 부부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즐기는 파티를 보며 파티의 주최자로 의기양양해 했다. 부부는 대형 파티를 1주일 이상 열며 환락의 세계에 젖는 일을 행복의 조건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탐욕스런 자본의 힘이 시대를 군림하던 때, 부부는 자신들이 생각한 안락한 가정을 위해 북적거리는 파티 속에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아기 제조소를 방불케 하는 침실에서의 친밀한 부부의 시간이 지속될수록 임신과 출산, 육아로 해를 더할수록 해리엇은 지쳐갔고, 그녀의 신경은 예민해졌다

   한편, 가장인 데이비드는 더 많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늦게까지 일해야 했고, 해리엇 엄마인 도로시는 딸 내외를 도와 대저택에 상주해야 했다. 부부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한계 상황에서도 그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아이를 더 낳을 것이라 고집했다. 해리엇은 넷째 폴을 출산하고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한 채 다섯 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뱃속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태아의 격렬한 발길질과 강한 힘으로 고통 받던 해리엇은 진정제를 수시로 먹으며 조금이라도 고통을 잠재워야 했다. 개월 수에 비해 태아가 크지만 비정상은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진정제에 의존하며 출산을 기다렸지만, 태어난 아기는 무게를 포함한 외관상의 구조가 정상 범주를 넘어섰다.


  사람의 형상보다는 도깨비를 닮은 벤은 엄청난 식욕과 강한 에너지로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불행의 씨앗을 퍼뜨리기 시작한다. 성장할수록 적의로 번뜩이는 벤의 눈은 네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개와 고양이를 죽이는 등 잔혹한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사람보다는 야생의 원시 동물에 가까운 벤의 광폭함에 짓눌린 가족에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는 걷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벤으로 인해 일상의 리듬은 균열되어 갔고 온 가족은 다섯째의 드센 기세에 짓눌렸다. 아이들은 제 살길을 찾아 집을 등지고 다른 공동체를 찾아 가정을 떠났다. 데이비드는 한 집안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파멸의 싹을 잘라야 한다며 벤을 요양소로 보냈다.


  2층 심장부인 침실에서 부부는 서로 밀착되어 사랑을 나누고 미래를 설계하며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가정을 그렸다. 부부가 계획했던 삶의 행로에서 이탈하여 원치 않은 길을 걷게 한 다섯째 아이는 불행의 싹으로 낙인 찍혔고,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해리엇 역시 벤을 둘러싼 정황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며 모성으로 아들을 오롯이 포용하지 않았지만 죽음으로 몰고 가는 요양소에서 벤을 구출하였다.


  “우린 애가 없어, 해리엇. 아니, 나는 애가 없어. 당신은 애가 하나 있지.”

  라고 외친 데이비드는 행복한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은 벤을 포함한 헤리엇임을 항변했다. 데이비드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회사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능력자로의 삶에 가치를 두는 일로 일상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 이상적인 부부로 자식을 많이 낳아 축하 기념 파티를 벌이며 자신들만의 궁에서 행복한 생활을 잇고 싶은 바람이 좌절되자 결혼 생활은 원치 않은 방향으로 치달았다. 데이비드는 가정적인 남자로서의 자아를 잃어버렸고, 해리엇은 납득하기 힘든 아들을 돌보느라 에너지 소진이 많아 노화는 급속히 진행되었다.


  부부는 사랑을 재충전하여 방전된 행복을 충만함으로 채울 공간인 침실에서 서로 닿지 않게 나란히 누워 동상이몽의 생각에 젖는다. 교착 지점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결혼하면서 둘이 했던 약속들은 바람이 몰고 간 구름처럼 휘발된 지 오래다. 힘에 부치는 일을 감내해야 하는 불쌍한 데이비드라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사는 남편, 벤이 살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여자라는 비난의 소리를 듣는 아내 사이의 균열은 커졌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에 짓눌려 자유를 빼앗겨버린 가정 붕괴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탈을 부추겼고, 무모한 부부의 욕심은 그들이 꿈꾼 이상적인 가정이 허상이었음을 보여준다. 현실적 감각을 견지하며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생활로 지혜롭게 처신하는 부부로 섰어야 했다. 부부가 가정의 근간이 될 사랑을 품고 서로를 비추는 등불로 삼아 한 가정의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화합할 때 가정의 행복은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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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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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우연한 만남은 또 다른 시간 속 만남으로 이어져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를 단단하게 묶기도 한다. 양이온과 음이온의 인력에 의해 형성되는 이온결합처럼 서로 다른 매력에 끌려 사랑하게 되는 만남이 있다. 많은 실험 기구를 소유한 캘빈의 연구실로 가 비커를 들고 온 엘리자베스를 그는 행정직원 취급하며 쫓아냈다. 불미스런 일을 겪은 지 오래지 않아 캘빈은 극장에서 만난 엘리자베스에게 토사물을 쏟는 바람에 둘은 엮이고 만다. 둘이 만나 일으킨 화학작용은 비극적인 가족사를 공유하며 서로 합쳐지면 더 좋은 것이 만들어지는 공유 결합으로 나아갈 물꼬를 틔운다.


   캘빈과 엘리자베스에게 생물학적 부모는 있었지만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세상에 내팽개쳐져 홀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종말론을 주창하던 부흥사로 기적을 행하다 일을 그르쳐 수감 생활 중이고, 그녀의 어머니는 브라질로 이주해 새 가정을 꾸리며 탈세에 혈안이 되어 지낸다. 엘리자베스에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도서관의 놀라운 힘을 알려준 그녀의 오빠는 동성애자로 자살하였다. 지금껏 타인의 행동에 따라 규정된 삶을 이어온 엘리자베스는,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힘내자. 내일은 달라질 거야. 뭐든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자기 최면을 걸고 홀로 살아야 했던 엘리자베스에게 캘빈은 또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다가왔다.


   사생아로 태어난 캘빈은 양부모를 기차 사고로 잃고 그 후 고모마저 사고사로 죽자 캘빈은 올 세인츠 보육원에서 지내며 자기 방어가 가능할 때까지 사제들에게 학대당하였다. 성년으로 홀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을 채 기르기도 전에 캘빈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기이한 사고를 당해 죽는다는 사실이 징크스로 남을 정도로 힘든 일들을 겪었다. 자신을 보육원 문제아로 낙인찍은 사제는 파커 재단의 후원을 받는 일에만 초점을 두고는 보육원생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관심이 없었다. 부모 없는 자식으로 만들어 겪지 않아도 될 고초를 겪어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그는 화학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입지전적인 화학자로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그의 명성과 달리 화학자인 엘리자베스는 여성 과학자가 귀하던 1960년대 남성 중심의 학계에서 여러 편견과 횡포를 감내해야 했다.


   캘빈은 길고 좁은 형태의 노를 저어 보트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스포츠 경기인 조정 선수로 활약한 덕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전도유망한 화학자인 그가 연봉이 적은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일한 이유는 조정을 할 수 있어서였지만 총명하고 지혜로운 엘리자베스가 근무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만남이 이어질수록 서로에게 빠져든 둘은 기존의 시스템을 넘어서는 동거를 시작하였다. 화학적 변화를 다룬 물음을 던지며 담론을 공유하는 시간, 캘빈은 엘리자베스에게 반지를 건네며 청혼하지만 그녀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원치 않았다. 후각으로 대상을 탐색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여섯시-삼십분'과 함께하며 캘빈은 엘리자베스에게 조정을 권하였다. 8명의 선수가 협력해 노를 젓는 조정 경기의 일원으로 지구력과 인내력을 기르며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에 충실하였다.

 

   노벨상을 타게 될 캘빈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경황없이 그의 장례를 치른 뒤 엘리자베스는 죽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그와 소통하던 '여섯시-삼십분'을 잘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을 저버리지 못했다. 조정 선수들이 실내에서 주로 하는 로잉머신을 하면서 그녀는 지쳐 잠들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엘리자베스는 '여섯시-삼십분'에게 책을 읽어주며 개의 뇌 발달을 촉진하고 어휘 축적을 가속화하며 캘빈의 빈자리를 달래야 했다. 그녀는,

  “난 엘리자베스 조트로 살고 싶어. 그건 나한테 중요한 일이야.”

   라고 말하던 이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진지하게 대해준 최초의 남자인 캘빈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수많은 화학자 중 자신을 동등한 학자로 여기고 능력에 대한 상호 존중이 기저에는 깔려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독학으로 공부해 대학원에 입학하여 마이어스 교수 밑에서 석사 학위를 땄으나 교수에게 강간을 당하는 바람에 박사 학위를 따지 못하고 쫓겨났다. 남성들 중심의 과학계에서 피해 여성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묵인하고 남자들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것을 관례처럼 여겨왔다. 제대로 항변도 못한 채 근무하게 된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괄시 당하며 버티던 중, 캘빈의 죽음 후 임신 사실을 알고는 해고를 당하였다. 엘리자베스는 원치 않은 임신이었지만 뱃속의 생명을 지켜야 했고, 다른 경제활동으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녀는 주방을 실험실로 개조한 뒤 화학적 변화를 담은 연구를 지속하였고, 연구원이 맡긴 원고의 번역을 맡아 돈벌이에 나섰다.


   반사회적인 엄마 성향과 원한을 품고 살았던 아빠를 꼭 닮은 딸 매들린은 언어 능력과 이해력이 뛰어난 조숙한 아이로 머드포드 담임에게는 탐탁지 않은 아이이다. 엄마는 집에서 살림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게 낫다고 여기는 담임의 눈에 탐탁지 않은 엘리자베스는 부모 상담에 호출되는 일이 왕왕 있었다. 월터의 딸 어맨다 역시 담임 상담이 많은 편인데다 딸이 먹을 도시락을 자신의 것과 바꿔 먹는 데 노한 엘리자베스는 월터와 통화하였다. 월터는 엘리자베스와의 대화 끝에 자신이 담당하는 프로그램 ‘6시 저녁 식사를 진행하며 식재료의 화학 작용을 거쳐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화학자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요리하는 화학자로 음식을 조리하는 온도가 어떻게 풍미에 영향을 주는지 탐구해주길 바라며 화학은 변화임을 강조한다.

 

   8살 매들린이 담임이 내 준 숙제인 가계도를 조사하기 위해 목사를 만남으로써 베일에 가려진 사실들을 하나둘씩 알게 된다. 지난시절 캘빈이 그토록 증오했던 인물이 그의 아버지였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난 아버지가 미워.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여인이 속박의 공간에서 아들을 낳아 생이별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 잡지의 표지모델 사진을 보고 아들을 찾아 나선 에이버리는 캘빈 아버지가 선물한 찌그러진 브로치를 부착하고 지낼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 파커 재단의 상속인으로 아들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였으나 보육원 주교는 캘빈의 거짓 죽음을 알리며 모금 활동에 열을 올렸다. 누구나 받아야 할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굳건히 버텨낸 캘빈은 과학적 업적을 인정받는 화학자로 청춘을 불사르다 생을 마감하였다.

 

   잡지사와의 인터뷰가 왜곡된 내용으로 실렸을 때에도 남성들 편을 들어주는 시스템에 반격하는 글을 올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가공 식품 속 유해한 성분을 밝히며 건강한 식탁을 위해서는 가공되지 않는 식재료를 쓰라는 말로 광고 협찬사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위기에 직면하였지만 엘리자베스는 굴하지 않았다. 매들린을 돌보던 해리엇이 엘리자베스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해준 것처럼 엘리자베스는 2년간의 방송 진행을 그만두고 과학 연구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연구소 인사과장으로 부임한 프래스크의 전화를 받은 엘리자베스는 일하던 연구소로 걸음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헤이스팅스 연구소를 인수한 파커 재단은 방만한 경영과 실험 결과 위조, 연구원 논문 표절 등으로 도나티와는 계약을 종료했다. 엘리자베스는 딸의 가계도 숙제를 계기로 캘빈의 생물학적 어머님을 만나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역사를 서사적 흐름에 담을 수 있었다. 소통하며 새로운 시작을 함께할 이들과 6시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연대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점진적으로 찾아갈 듯하다. 연구소 화학 과장을 의뢰받은 엘리자베스는 머리에 꽂은 HB연필을 꺼내 화학진화를 시작해보자고 공책의 첫 장에 쓰며 지난한 시간을 희망으로 변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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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0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자성지님 리뷰 읽으니 이 책 완독의 의지가 불끈!^^

전 영상 부터 기대 했었는데 꼭 원작을 읽어야 겠네요 ^^

자성지 2022-09-04 08:40   좋아요 0 | URL
화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여성 화학자로서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여성의 실천적 의지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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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을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이른 아침 갓 구운 빵을 내놓는 빵집 앞을 지나면 단 내음과 구수함이 어우러진 향에 끌린다. 한 빵집을 자주 찾다 단골이 된 동료는 아침에 들른 빵집에서 시식용 빵을 받아 왔다며 함께 맛보라고 한다. 통밀 식빵에 견과류를 넣어 만든 빵이라 빵을 씹을 때마다 고소함이 입 안 가득 밴다. 견과류가 든 빵을 한 점 베어무니 생전에 견과류를 좋아하는 혈육이 떠오른다.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 채 생사의 경계가 뚜렷한 이승에서 그리움 담아 망자를 생각한다. 시간 되감기가 가능한 타임 리와인더를 활용해 세상을 떠난 혈육을 살리고 싶은 마음 이면에는 현재의 시간을 상실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다.

 

   목적지를 향하느라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은 청량리역에서 여섯 살 소년은 엄마에게 버려졌다. 잠깐 다녀오겠다는 엄마는 종적을 감췄고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1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여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던 기억 속의 엄마는 끝내 죽음의 길을 선택하였다.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신봉자인 아버지는 캐릭터 완구 회사의 영업부장으로 일하느라 분주했다. 아버지는 가장으로 집안 식구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겉보기에 별 일이 없는 가정을 바랐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부모 역할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자식을 키워내는 일도 힘든데 집안일에 젬병인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건사하며 살아내기란 녹록치 않다. 여섯 살 청량리역 인파 속에서 동화를 잃은 나는 사랑받으며 성장하고 싶은 바람마저 품지 않으며 지내왔다. 여덟 살 딸 무희를 데리고 새 가정을 꾸린 배 선생에게도 사랑을 갈구하지 않았다. 새 엄마가 자식을 불공평하게 대하며 경우 없이 처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과는 달리 배 선생은 티 나지 않게 의붓아들을 괴롭혔다.

  ‘여긴 내 집이고 여기 안주인은 나야!’

   공간 확보에 대한 욕망이 큰 배 선생은 고압적인 태도로 내상만을 목적으로 의붓아들을 괴롭혀 왔다. 집에서 머무를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새 엄마와 눈을 마주칠 수 없어 바닥에 고개를 두기 일쑤였다. 집은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기는커녕 일상의 굴레로 나를 옥죄어 마을 더듬는 버릇을 낳았다.

  ‘나는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인데…….’

   선택의 여지없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무고한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배 선생은 딸 무희가 성범죄의 피해자로 법정과 경찰서를 오가며 진술을 반복하다 내용을 번복하여 약이 오를 때로 올라 성추행 범이 누구냐고 하였을 때 무희가 가리킨 대상은 의붓오빠였다.

 

   엄마의 닦달에 의붓오빠를 가리킨 무희의 손가락질에 성추행 범으로 내몰린 나는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들을 떠나 어딘가로 달아나야 했다.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는지 가늠키 힘든 시간에 떠올린 공간은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저녁이면 방에서 먹을 만한 빵을 사오느라 들른 빵집으로 피신하였을 때, 점장은 나를 오븐 속으로 들여보냈다.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든 반죽을 열기로 구워 내는 오븐 속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랑의 기운을 담고 있다. 열여섯 살의 나는 새 엄마의 횡포와 아버지의 냉대를 피해 위저드 베이커리로 숨어 들었다.

 

    파우더처럼 흰 얼굴에 꽁지머리를 한 마법사 점장이 24시간 불을 켜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나의 새로운 삶은 시작된다. 나의 딱한 사정을 알고 빵집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장과 파랑새의 도움으로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마법 빵 주문을 도왔다. 주문하는 이들과 모든 마법은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과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만 회원 가입을 하라고 주문하지만 의뢰자의 태도는 일관되지 않았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일을 벌여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고 나서야 마법사의 농간에 놀아나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고발하는 사람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홈페이지에 싣고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마저 타인의 탓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며 마법을 부리는 빵 한 조각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이들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욕심을 낸다. 지척에 있는 동네빵집에서 생활하는 자신을 찾지 않는 아버지와 새엄마를 향한 무관심에 반격하듯 꿈속에서 나는 말을 더듬거리지도 않고 잘했다. 점장과 파랑새에게 꿈 이야기를 전하였을 때, 둘은 이제야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온 것처럼 빵집을 옮겨야 하는 이유를 들어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였다.


   아픈 데를 어루만지는 처방약처럼 마법의 재료를 써서 만든 빵 한 조각에 담긴 온정은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이들의 상처를 달래주는 묘약이다. 경계를 넘어선 불순한 의도가 빚은 부작용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 용기와 힘을 준다. 주머니 속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집으로 가는 길, 자신을 환대해 줄 사람은 없을 수도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 회피하기보다는 그들과 부딪히며 살아갈 용기를 낸다. 무희의 성추행 범으로 밝혀진 아버지는 형을 살고, 배 선생과 무희는 집을 떠난 자리에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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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솜에게 반하면 -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6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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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처를 옮겨 학적을 이동하여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익숙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낯선 중학교로 들어와 여러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힘에 부치는 아이들도 있다. 학교 내의 특수성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과 마음을 트고 함께 생활하는 일을 힘겹게 여기는 열네 살 아이들을 떠올리며 소설을 읽어갔다. 1학년 2학기 전학을 온 독고솜은 반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지만 솜에게는 쉽게 다가서기 힘든 그녀만의 개성이 있었다.

 

   자신의 일을 혼자서도 잘하는 태희는 학급에서 여왕으로 통하는 반장으로 반 아이들을 수하에 두고 생각한 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욕심이 있다. 여왕 단태희 곁에는 그녀의 말을 전하는 행동대원인 박선희가 있다. 예전에 솜과 한동네에 살았던 태희는 독고솜 모녀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그녀가 전학 왔을 때부터 달갑지 않았다. 전학 온 지 얼마 후 솜의 교과서가 찢기는 일이 일어나고,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율무에게 솜은 더더욱 관심이 가는 인물이었다.

 

   누군가에게 다가서기 힘든 시간을 견디며 학교생활에 심드렁한 솜을 부르는 율무의 한마디,

  ‘솜이야.’

  는 사막을 걷다 신기루처럼 나타나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순간은 솜과 율무를 끈끈하게 잇는 우정의 다리를 놓았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곁에서 곤란함을 풀어주고 잘못된 점을 바로 잡기를 희망하는 명탐정 율무는 마녀 솜과 특별한 시간을 보낼 때가 늘어났다. 솜의 존재감이 드러날수록 그녀의 신이한 능력을 시기하는 이들이 나타나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고구마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솜은 마법을 부릴 줄 알지만 함부로 자신의 신이한 능력을 발휘하진 않는다.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따스함으로 무장하고 타인을 힘들게 하는 이들을 혼내는 마법을 부린다. 아이들은 솜의 본질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거짓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한편, 같은 반 아이 영미가 밤길에 폭행을 당해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영미 관련 일로 교내 학생들은 동요하고 파장을 일으킨다.

 

   폭행을 당해 병원 치료 중인 영미의 마음 상태와 상황을 잘 모르면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영미의 딱한 사정을 들어 여왕 태희는 입원비 모금에 나섰다.반장으로 반 아이들을 독려해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의 입원비 지원 모금에 나서서 선행한 일이 여왕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했다. 모금함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분실사고가 일어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 선희의 계략이 밝혀져 태희의 충격은 컸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여왕의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졌다. 범인으로 내몰려 학교에도 안 나오는 솜을 찾아 그동안 저지른 악행을 고백하며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한 동네에 살았을 때의 오해도 풀 수 있었다. 보은하는 일을 잊지 않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 문 앞에 쌓아둔 일이었음을 알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소통하며 오해를 푸는 방법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하다.

 

   은은한 코코아 향으로 추위를 달래듯 솜은 아버지의 폭행으로 입원한 영미의 아픔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며 새로운 바람을 품고 살아갈 힘을 전한다. 명탐정의 아버지와 고모가 아버지 폭행을 피해 둘이 의지하며 살았던 시간의 아픔을 떠올린 율무는 영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공감이 커졌다. 학교를 나가지 않는 조카의 안부를 파악하러 은은한 향을 풍기며 나타난 솜의 삼촌이 큰소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조카를 지지하는 모습은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어른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바른 길로 안내하는 일이 어른들의 책무라 여기며 훈계하기보다는 아이의 음울함을 달래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는 기다림은 태희 엄마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열네 살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아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길 위에 서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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