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정년 철학론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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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62세 정년인 직장에 근무 중이라 정년까지는 7년 남짓이다. 어느새 은퇴 이후를 생각하며 길어진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일은 누구나 쉽지 않다.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이 발목을 잡아 헤어나기 힘든 때가 있음을 왕왕 경험으로 안다. 은퇴를 준비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편인데 퇴직한 선배들을 만나 퇴직 이후 생활의 단면을 들을 때가 있다. 한 선배는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여 전시회 작품까지 출품하면서 화폭에 담으려는 풍경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코로나 창궐 이전에 명예 퇴직하여 편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더없이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니 퇴직 후의 마음가짐이 중요해 보인다. 연금 생활자로 지내면서 조금 적게 쓰고 욕심 안 내며 취미활동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에서 행복을 발견했다.


   33년 남짓의 직장 생활을 하며 시간에 맞춰 움직이던 생활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남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괜찮은 방법일지 찾아 나선다. 정한 때가 되기 전부터 퇴직하는 경우가 흔한 때,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인생 2막을 지혜롭게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지 방법들을 저자는 일러준다. 저자는 불안, 태도, , 인간관계, 행복, 미래등 여섯 마당에 맞춰 효율성과 생산성을 내려놓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할 과제를 던진다. 일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직장에서의 수직관계가 퇴직 후 가정에서는 수평 관계로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 지금껏 고수해 왔던 자신의 가치관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연한 태도로 상대의 생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은퇴하더라도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여자에 비해 남자의 인식 전환은 퇴직 후의 삶을 정비할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미래에도 바꿀 수 없다.’

   인간관계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관점을 바꿔 나가야 퇴직 전후의 틈새를 좁힐 수가 있다. 사는 것 자체가 일인 때에는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남은 생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만 용기를 낼 수 있는 만큼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생각하고 지내야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의 공헌감, 자신의 강점 등을 찾아 실수하더라도 실의에 젖기보다는 어떤 일을 찾아 나서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전의 직장에서는 경쟁의식을 많이 느끼고 살았다면 은퇴 후에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며 짜증나는 일이 있더라도 타인을 비난하며 회피해서는 안 된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우 관계는 배우자와의 관계이다.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챙기고 집안일도 함께하는 생활로 가족에게 민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타인의 욕구와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듯 가족 또한 그렇다는 생각으로 배우자를 사랑하며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여기서 춤을 추고 싶을 때에는 선율에 맞춰 춤을 추고, 밥을 지을 때에는 식재료를 함께 손질하며 밥상을 차리는 등으로 에네르게이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성공으로 행복을 충족할 수 없듯이 질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행동으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은퇴 후의 시간을 잘 보낼 수가 있다.


  ‘중요한 건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선하게 사는 것이다.’

   라는 사상가의 철학은 내가 속한 세계까지 환히 비추는 빛 같은 존재로 보내야 함을 일깨운다. 은퇴하였다고 해도 고립되어 살 수 없는 것처럼 타인과 공생할 방법을 찾아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급변하는 시대에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움직임을 담은 글, 타인의 삶을 수용하고 함께 존재하기 위해 독서는 지금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 눈의 피로도가 커지기 전에 책을 가까이 하며 늘 글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길은 퇴행의 궤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아직 긴 인생이 남았다는 제목이 갖는 의미는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며 실현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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