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의 잘 빠진 다이어트 레시피 - 모태뚱뚱 영양사 다이어터 89kg에서 48kg으로!
이보람 지음 / 길벗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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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궁한 살림살이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을 보낸 십대 시절에는 작은 몸집으로 약골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주식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시기라 군것질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과일 한 쪽을 먹지를 못했다. 그래서인지 큰집 제삿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달력에 동그라미를 크게 쳐두고 제상에 오른 과일을 먹을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시골에서 꼴 베러 다니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책을 멀리하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큰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어머니는 생계를 전담하고 이모네에서 생활하며 소박한 음식의 경계는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체중은 점점 불어났다. 성년으로 대학에 들어가서는 여러 이유로 음주를 즐기며 몸은 더 비대해졌고, 결혼 후 출산과 양육을 거치며 갱년기에 이른 지금은 2년마다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89킬로그램에서 48킬로그램으로 기적의 몸으로 변신한 저자는 칼로리를 제한하는 일보다는 영양 성분에 맞춰 음식을 섭취하며 운동을 병행하였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섬유소를 알차게 구성한 똑똑한 식이를 강조하였다. 적당한 탄수화물 섭취로 대사를 증가케 하여 신체의 에너지를 활발히 쓰게 만드는 게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저자는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먹거리와 행동을 대중과 공유하며 포기하지 않고 건강한 육신으로 회복하는 방편을 기록으로 남겼다. 채소에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은 체내 황산화 작용 및 세포 손상 억제, 면역력 향상에도 큰 효능이 있는 만큼 모든 식단의 채소 양을 늘려 일상화하였다.

 

  먹을거리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으로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지내느냐에 따라 몸은 확연히 달라진다.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식재료를 상하지 않게 보관하여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방법, 다이어트 식단에 응용하기 좋은 양념, 칼로리는 낮추고 입을 즐겁게 하는 양념장과 소스 등을 마련하는 방법을 사진과 함께 실어 시간을 절약케 한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1시간 30분 이상을 빠르게 걸으며 체중감량에 나섰던 저자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속하지 못했다. 폭식한 뒤 음식을 토하고, 씹었던 것을 뱉는 잘못된 식습관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건강한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은 더 커졌다. 다이어트 실패를 거듭하며 저자는 제대로 된 음식을 섭취하고 근력 운동을 병행하여 건강한 몸을 만들어갔다.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식단 사진을 찍어 다이어트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개인 PT를 받으며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여 체지방을 감량해 건강한 삶을 회복하였다. 체중계 바늘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눈바디로 몸의 변화 상태를 체크하는 방법으로 자기만족감을 높여갔다. 한 끼를 해결하기 좋은 샐러드, 빵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샌드위치로 식생활에 변주를 더한다. 완성된 음식만으로 치유가 되는 건강식, 다이어터가 좋아하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양념과 조리법으로 만든 고기 밥상은 다양한 식재료로 식감이 살아있고 풍미가 전해지는 요리로 입맛을 돋운다.

 

# 평범한 재료로 색다르게 먹는 스터프드에그 샐러드

주재료 - 달걀 3, 양상추 30g, 모둠쌈 20g, 파프리카 1/4, 방울토마토 4, 올리브 슬라이스 조금

양념 소이마요 1큰술, 머스터드 1큰술, 후춧가루 한 꼬집

양상추와 모둠쌈은 먹기 좋게 썰고, 달걀은 삶아 가로로 반 잘라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한다.

흰자 1개 분량과 파프리카는 잘게 다진다.

볼에 달걀노른자, 다진 흰자와 파프리카, 양념을 넣어 속을 만든다.

반으로 자른 흰자 4조각에 속을 채워 넣어 스터프드에그를 만든다.

그릇에 양상추와 모둠쌈, 올리브,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를 담고 스터프드에그를 얹어 완성한다.

 

# 파근파근한 밤호박 에그슬럿

주재료 밤호박 1, 슬라이스 치즈 1, 달걀 1

양념 소금 한 꼬집

 

요리책을 보다 직접 농사 지은 밤호박을 보관하고 있던 게 생각나 밤호박 에그슬럿을 만들었다. 깨끗하게 씻은 단호박을 찜 전용 냄비에 넣고 렌지에 6분 정도 돌린다. 이 때 적당히 설익은 정도로만 돌려줘야 너무 푹 익으면 곤란하므로……


익은 밤호박은 반으로 갈라 씨들을 제거하고 그 안에 달걀을 깨 넣고 노른자를 터뜨린 뒤 기호에 따라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렌지에 2분 돌린다. 렌지에서 꺼낸 호박에 치즈를 올려 잔열로 치즈를 녹인 뒤 파슬리를 뿌려 완성하는데 파슬리가 없어 생략하고 밤호박의 달달함을 맛보았다



20분이면 충분한 밤호박 에그슬럿 남녀노소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메뉴다. 여름에 수확한 밤호박을 약 30일간 서늘한 곳에서의 숙성 과정을 거치면 더 달달한 밤호박이 된다는 것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 논우렁 채소 비빔밥

책에는 골뱅이 채소 비빔밥이 나와 있지만 며칠 전 구매한 논우렁이 있어 채소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논우렁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우유나 멸치보다 칼슘이 풍부하여 골다공증예방에 도움이 된다니 중년 여성들에게 더 없이 좋은 다이어트 공급원이다.


주재료 잡곡밥, 논우렁, 상추, 오이, 양파, 깻잎

양념 고추장 1숟가락, 식초 1/2숟가락, 고춧가루 1/2숟가락,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 조금

깨끗이 씻은 상추, 깻잎, 당근, 양파를 채 썰어 준비한다.

팔팔 끓는 물에 논우렁을 헹궈 둔다.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비빔장을 만든다.

그릇에 밥을 담은 뒤 채소를 얹고 비빔장을 얹는다.

 

 

  영양과잉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더 많아 과체중이 되고 또 체중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또한 먹을거리가 풍족해지며 더 심각해지는 문제는 체중 과다에 따른 각종 생활습관병과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갈 때마다 체지방 감량을 위한 실천을 다짐하지만 오늘만 회식하고 다음날부터 체중 감량에 나서면 될 것이라며 나약한 자신과 타협할 때가 많았다.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는 것은 방법이 간단명료하지 않지만 비어 있는 위장을 채우는 일은 너무나 쉽고 간편해졌다. 퇴근하면서 오늘 저녁은 미음으로 대신하고 공복 상태를 오래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하였지만,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을 욱여넣으며 만족감에 젖을 때가 있었다. 늘어난 체지방으로 각종 성인병의 위협을 받으면서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져 모태 뚱뚱 영양사 다이어터 라미의 다이어트 레시피를 변주하여 체지방 감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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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2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호박 좋아하는데 저렇게 한번 해서 먹어봐야겠어요^^

자성지 2020-03-25 20:27   좋아요 0 | URL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머지않아 심은 단호박이 영글어갈 것입니다.

빵굽는건축가 2020-04-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여기에 계셨군요^^
호박을 서늘한 곳에서 30일 숙성시키는 노하우를 오늘 배우게 되네요. 올해 단호박을 씨앗을 심었는데 싹이 났어요. 올해 밤호박은 말씀처럼 숙성시켜 볼께요 ^^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리커버 에디션) -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
정주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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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들어갈 즈음 농사 달력 뒷면에 정사각형을 그려 자음과 모음을 쓰고 한글을 익힐 때 자음과 모음이 만나 음절을 이루는 합성의 원리를 조금씩 깨쳐 갈 무렵 어머니는 영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동생이 읽기를 마치고 단어를 좀 써보자고 하면 자자를 써서 한참 웃으며 오래지 않아 잠자리에 들었던 추억은 오랫동안 화제로 자리할 정도로 공부의 첫 경험은 의미가 컸다. 자신의 힘을 기우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공부의 의미를 부여한 문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칭찬의 한마디가 더욱 열심히 한글을 깨치게 한 토대가 되었다. 환경을 탓하며 못할 이유를 늘어놓기보다는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들을 차단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환경의 신호를 만들어 가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한 일들은 보잘것없는 존재에서 주목받는 엘리트 사회의 조직원으로 자리한 이들이 건재했다.

 

   폴란드 출신의 여성으로 학업을 지속할 자유를 박탈당하자 23세의 퀴리는 다른 사람들이나 사건에 패하도록 자신을 내버려두지 말자고 다짐하였다. 두려움을 만드는 신호를 차단하고 꿈꾸는 것의 본질에 다가서기를 주저하지 않은 퀴리는 소르본 대학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먹을 것조차 제대로 못 먹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여성 이민자로서는 처음으로 파리 팡테옹 신전에 안장되어 있다. 사회적 신호로부터 자유로울 때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된다. 부정적인 신호를 차단하고 공부 자체에 몰입하는 암묵적 학습으로 재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고생물학자 호너는 난독증을 앓았지만 공룡 뼈에만 수천 시간을 들여 전문적인 식견을 갖춰갔다.

 

   ‘노력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 때라야 의미 있는 노력이 된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카라얀은 1929년 울름의 오페라극장에서 데뷔해 풋내기 단원들을 말없이 설득하고 가르치며 자신이 의도하는 연주까지 이끌어냈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신호를 만드는 데 집중한 카라얀은 푸르트뱅글러가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술수를 쓰더라도 관여하지 않으며 더 많은 재능의 설득을 준비하며 실력을 닦아갔다. 그 후 아헨오페라극장의 음악 총감독을 거쳐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의 상임지휘자로 일하였고, 푸르트벵글러 사후에는 베를린필하모니의 상임지휘자로 명성을 떨쳤다.

 

   세계적인 엘리트 양성 대학인 하버드, 옥스퍼드 등을 포함한 아이비리그가 있지만 이 학교 졸업장보다 더 우위의 학생들이 입학한다는 프랑스의 그랑제콜이 있다. 그랑제콜 출신들은 15~20센티미터를 잘 쌓으면 단단한 도로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지만 매캐덤의 2.5센티미터 법칙이 나오자 이 주장은 무너졌고 전 세계가 매캐덤의 도로로 대체되었다.

천재란 없습니다. 만일 세계가 가치 있다고 주목하는 어떤 결과물을 누군가가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목표 하나만을 끈질기게 추구한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196쪽)

   십 년간 매달려서 증기기관을 최초로 만든 공장 노동자의 말이 귓전을 울린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끈질기게 행한 결과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분야에서 위대한 발견을 한 인재는 시대의 신호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하위의 성적표에 따라 열등생으로 낙인찍힌 더쇼비츠가 참가한 캠프에서 만난 하버드대학 출신의 유대인 학자는 지적 능력을 칭찬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후로 더쇼비츠는 새로운 신호를 디딤돌 삼아 학업에 매진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기회를 만들어갔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진지하게 말해준 일은 낙제점의 학생을 하버드까지 올라가게 만들었고, 최연소 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직할 수 있었다. 마법 같은 변화를 본 심리학자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가치를 적고 그 이유를 한 문장씩 작성하게 한 뒤 주기적으로 교실을 찾아가 그 내용을 점검하며 자신만의 단단한 신호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그 결과 자신을 낮추는 환경적인 신호들을 차단하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지키고 지지해줄 수 있는 신호들로 무장해 강하게 성장하는 근간을 이뤘다.

   면소재지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24년 남짓 근무하며 만난 제자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막일을 다니는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남학생은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의 맛을 모르고 지내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부터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1학년 때는 기초가 안 잡혀 있어 애를 먹기도 하였지만 교육 방송을 시청하며 기본적인 원리를 깨치며 실전 응용문제까지 섭렵해갔다. 2학년이 되어 만난 담임은 집중하는 학생의 자세를 보고 학습 태도를 칭찬한 일을 계기로 학생은 눈에 띄게 달라져갔다. 너는 공부를 못한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긋는 신호를 차단하고 깊은 이해가 담긴 공부를 할 때 놀랍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며 지낼 때 청출어람의 지혜를 배운다. 가시적인 성과를 전제로 한 통속적인 성공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내 안에 잠든 거인을 일깨워줄 인연으로 자리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학생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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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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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날의 연속이다. 불교방송을 들으며 일상의 리듬을 찾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시간 아래 너무 게을러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근하며 책을 읽는다. 갈등이 증폭되는 구성의 글보다는 다정한 말투로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여 조곤조곤히 들려주는 글들을 자주 접하며 지낸다. 글을 쓰면서 생활인으로 살고 싶은 바람이 컸던 저자는 방송아카데미 과정을 끝내고 낯선 걸음이 익숙해지기까지 13년간 방송계에서 일했다. 그 시절 맺은 인연을 돌아보며 느낀 정회와 방송국을 그만 두고 어머니를 간병하며 지낸 시간,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등의 의미를 관조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자신의 한계를 잊고 숨을 참는 순간 물숨을 먹게 되고 바다는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해녀들은 잘 알면서도 심해까지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다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홍매화가 피어 봄소식을 알리는 날 열일곱 살 아이의 엄마는 물질을 하러 바다 속으로 갔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문상을 간 자리, 어머니 영정 사진 앞에서 우두커니 앉아 꺼이꺼이 울던 아이의 모습은 비통한 오열에 가까웠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이별은 상흔을 깊게 낳아 좌절의 심연으로 이끌 때가 많다.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다 맞닥뜨린 죽음은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쉬운 회한을 남긴다. 저자 역시 투병하던 어머니를 여의고 오래지 않아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아차린 아버지가 딸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사양한 일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을 줄 알지 못해 아쉬움이 더한 일로 남은 듯하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는 누구나에게 개새기가 될 수 있다.’ 드라마 ‘www’

   드라마 대본 중 구절이 폐부를 찌른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나의 선택과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연륜이 쌓인다고 지혜가 저절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지혜의 물꼬는 트일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살아야 한다. 여러 유형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고민하며 지낸다. 90년 이상을 살면서 몸에 배인 관행대로 아랫사람들을 부리려고 해 힘들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본인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며 자신의 마음은 다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상대를 함부로 상처 내는 일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 지으며 품위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각자의 시간과 위치, 상황에 따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달라진다. 여고 시절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던 친구들도 각기 다른 가정을 꾸려 저마다의 시간에 놓이다보니 소원해졌다. 2~3년에 한두 번 볼 때가 있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처한 상황들이 달라 생각지 못한 채 지내왔을 뿐임을 알아차리고 서로를 다독였다. 13역을 행하며 지쳤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머지않아 우리도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조금씩 삶의 궤도에서 비껴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갈 때에도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조금씩 생겨나 다소 너그러운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 눈물겨울 때도 있다. 혼자서 자신만의 패턴대로 잘 지내다가도 비가 내려 울적해지는 날 먼저 전화 걸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첼로 신동 장한나에게,

   ‘한 달에 네 번 이상 연주하지 않기.

   음악만 하는 친구들이랑 열심히 놀기.

   학교 열심히 다니기.’

   를 주문했다고 한다.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살지 않도록 이끈 선생님은 살면서 겪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며 시련을 극복해갈 것인지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누구나 모두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까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라고 주문한 플라톤의 철학과도 상통한다. 다양한 형상으로 살아가는 이들 개개인의 성향과 기질, 성격이 다름을 수용하고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더라도 이해하며 중도적 삶을 유지하며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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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심리학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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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뜻대로 안 된다며 푸념을 늘어놓을 때면 팔자소관일 것이라는 말로 갈무리할 때가 있다. 패배주의적 입장에서 해도 안 될 운명인 모양이라며 더 이상의 희망을 품지 않은 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때가 늘어난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동기를 부여하는 일에 용기를 쉽게 내지 못하는 연령대에 이르고 보면 더더욱 운명론적으로 흐르는 자신과 맞닥뜨린다. 자녀들에 대한 근심은 끊이지 않고 쌓여 가는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어지지만 존재할 때까지는 관심과 사랑을 쏟는 대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며 분석하는 정신의학 전문가로 내담자를 만나오면서 채워지지 않는 뭔가를 보완하기 위해 명리학을 공부한 저자의 글은 동·서양의 접점이 새로운 문화를 이루고 있다.

 

    분석적인 설계도면 같은 좌뇌의 학문인 정신의학과 직관적이고 입체적인 우뇌의 학문인 명리학의 만남은 4장에 걸쳐 기술된다. 명리학의 원리, 정신의학과 명리학의 관계, 사주팔자를 중심으로 한 오행의 원리, 임상에 활용한 사례 등을 구체화하였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잘못된 일들을 남 탓을 하는 투사 방어기제가 발달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아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점집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는 운명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는 점괘를 말하며 마음 졸이는 환자들의 태도를 배격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야 할 동기를 부여받고는 명리학을 연구하였다.

 

    서양의 점성학과 닮은 동양의 명리학은 출생의 비밀(사주팔자)을 밝혀 소중한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내 운명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학문이다. 과거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알아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정신을 분석하고 상담을 받는다. 13역 이상을 맡아 행하며 신경 쓰고 살아갈 일들이 많아 마음 편한 날이 드물다는 푸념은 끊이지 않는다.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의 어려움,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한 가정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 등 한 개인이 짊어지고 사는 문제는 곳곳에 자리한다. 흘러간 과거의 매 모습에 연연해하지 말고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시작할 힘을 싣는 일은 자기 수용에서부터 출발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키며 매 순간 변화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긍정적인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

    위기의 순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타고난 틀인 기질을 어떤 모습으로 만드는가가 심리라면 그 결과 형성되는 것이 성격이다. 수태되어 한 생명으로 세상에 나온 날은 온 우주의 기가 얽혀 있음을 명리학에서는 밝힌다. 자신을 상징하는 오행인 일간을 찾고 나머지 일곱 자가 일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핌으로써 오행이 나타내는 변화의 상징을 알고 대처해갈 필요가 있다. 오행은 상생하고 상극하며 순환을 한다. ()은 화()를 낳고, ()는 토()를 낳고, ()는 금()을 낳고, ()은 수()를 낳고, ()는 목()을 낳아 상생(相生)한다. ()는 화()와 상극하고, ()는 금()과 상극하고, ()은 목()과 상극하고, ()은 토()와 상극하고, ()는 수()와 상극한다. 생년월일과 생시로 알아보는 만세력을 참조하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며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릴 수가 있다.

 

    인수와 식상이 함께 있으면 남을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는데 나의 사주가 그러했다.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느라 고단할 때도 있지만 젊은이들의 유연한 생각들을 접하며 경직된 사고를 뒤집는 탄력성을 발휘하며 시절의 흐름과 자연의 흐름을 타고 싶다. 밥을 나누는 자리 그 사람과 멀리 떨어져 앉아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오행의 흐름과 맞서는 사주팔자일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도를 잃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를 절제하며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품격 있는 노년을 대비하는 것일 테다. 10년마다 큰 운이 함께한다니 202110월에는 좋은 일들이 올 수 있도록 운의 리듬을 잘 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 나의 기질을 알고 좋은 성품을 닦아 가는 마음자리인 심상을 닦아가는 일은 현실에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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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2020년 전면 개정판
정목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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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 감염의 우려가 큰 코로나 19 확산으로 집에서 주로 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길어진다. 고적한 시간을 혼자서도 잘 보내고 있지만 열흘 이상을 이러고 지내다 보니 갑갑해진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들길을 걷는 시간이 귀한 일이었음을 간과하고 지내온 시간을 돌아본다. 골목길 지나 집으로 가는 길 풀빵을 팔던 아주머니 등에서 쌔근쌔근 잠든 아가의 평온한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평화로운 시간을 바라는 마음이 커서일 것이다. 지나고 보니 밋밋하다고 여긴 무탈한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때, 공포심을 더하는 코로나 19 확산이 멈추길 바라며 정목 스님의 글을 읽으며 평정심을 찾는다.

    느릿느릿 움직여도 달팽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목적지를 향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내포하는 의미처럼 조금 더디 가더라도 자기만의 걸음으로 갈 길을 걸어가는 일은 긴 인생에 필요하다. 성향이 다른 점은 생각지 않고 남과 비교하며 조바심을 내어 따라가느라 챙기며 지켜야 할 것들을 놓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질주하는 시대에 느릿느릿 움직이며 사는 사람들이 시대착오적 유형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자기만의 속도로 정체성을 지키며 사는 일은 흔들림 없는 삶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행자의 걸음으로 익숙한 삶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물상을 보며 현지 문화를 즐기는 자신과 대면하고 싶은 시간 내면의 고요함으로 빠져든다.

 

    현명한 사람은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아 걱정을 포함한 번뇌는 끊이질 않는다. 불안한 감정이 일어나면 그저 불안함을 받아들이고 걱정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지금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함을 밀려왔다 빠져가는 파도를 보며 깨닫는다.

    ‘깃발도 바람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다.’

    많은 감정의 넘나들이 역시 마음이 일으키는 속임수, 환영이라고 말하는 스님의 가르침에 숙연해진다. 호흡하는 길을 따라 흘러왔다 사라지는 감정을 살피어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라는 상을 버리고 마음을 비울 때 행복은 깃들 수 있음을 알고 올라오는 감정을 그 느낌 그대로 알아차려 그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일은 삿된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통해 가능해진다. 관계가 편치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도움 준 한 가지를 생각하며 부정적 감정을 소멸해가는 연습은 일상에서 지속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지금 이 순간, 왜 충만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과거에 매이거나 미래에 목말라 하는지요?

    미래는 언제나 오늘입니다.

    이미 와버린 미래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이란 말이지요.’ (55)

    상실의 고통에 맞닥뜨릴 때마다 미래의 목표점을 향해 안달재신하며 보내온 시간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이 순간에 충실하지 못한 채 지내왔다. 건강하게 잘 지내던 이가 하루아침에 피안의 세상으로 떠나고, 전화하면 곧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외로운 투병 생활을 잇는 일들이 흔한 50대에 집중해야 할 시간은 바로 지금, 오늘임을 알아차린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함께하고 싶은 이들에게 마음을 담은 한마디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말과 행동으로 짓는 과보를 새기며 말을 탄생시키는 생각을 조심하여 삿된 언행은 삼가야 한다. 저마다 중력을 갖고 있는 생각은 가까이 있는 생각들을 끌어당기는 만큼 좋은 쪽으로 이끌 수 있도록 바른 생각으로 일상을 보내면 좋을 것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날 아프게 하지 마라.’

    애절한 사랑을 담은 다모의 명대사는 너와 내가 분리된 남남이 아니라 똑같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존재임을 환기한다. 서로를 돌보고 아픔을 위로해주며 작은 것도 나누는 마음이 사랑임을 발견한다. 서로 소유하려 들지 않고, 서로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마음의 친구로 명명하는 소울 메이트는 인생의 든든한 자산으로 소중히 다뤄야할 보석 같은 존재이다.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화를 내기보다는 내 방식이 아닌 세상의 물길에 따른 흐름을 음미하며 나와 관점이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마음을 닫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음미하는 관점의 전환이 다양한 개체가 호흡하는 사회로 자리할 것이다. 자신과 상대에 대한 일방적 판단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축복하는 마음이 모아질 때 평화는 가까이 깃들 것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른 찻물을 다관에 부어 데우고 그 물로 찻잔을 헹궈 숙우에 버린 뒤 찻잔에 부어 식힌 물을 다관에 붓고 차가 우려지길 기다린다. 찻잎을 따서 볶고 비비기를 반복해 말리는 힘든 과정을 잘 알기에 차 한 잔에 고마움을 새긴다. 천천히 향을 음미하고 입안에 퍼지는 녹차의 맛에 스며든 평화를 새긴다. 화가 날 때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차 한 잔을 우려 마시며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거두는 일을 시작하고, 미혹하게 하는 것들을 차단한 채 고요함에 마음을 맡겨보는 일로 갈무리해야 평화의 균열을 막을 수 있다. 마구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너그럽게 대해 부정적으로 치닫는 마음을 향해 긍정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라 타이르는 과정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마음을 다잡는 방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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