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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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날의 연속이다. 불교방송을 들으며 일상의 리듬을 찾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시간 아래 너무 게을러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근하며 책을 읽는다. 갈등이 증폭되는 구성의 글보다는 다정한 말투로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여 조곤조곤히 들려주는 글들을 자주 접하며 지낸다. 글을 쓰면서 생활인으로 살고 싶은 바람이 컸던 저자는 방송아카데미 과정을 끝내고 낯선 걸음이 익숙해지기까지 13년간 방송계에서 일했다. 그 시절 맺은 인연을 돌아보며 느낀 정회와 방송국을 그만 두고 어머니를 간병하며 지낸 시간,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등의 의미를 관조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자신의 한계를 잊고 숨을 참는 순간 물숨을 먹게 되고 바다는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해녀들은 잘 알면서도 심해까지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다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홍매화가 피어 봄소식을 알리는 날 열일곱 살 아이의 엄마는 물질을 하러 바다 속으로 갔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문상을 간 자리, 어머니 영정 사진 앞에서 우두커니 앉아 꺼이꺼이 울던 아이의 모습은 비통한 오열에 가까웠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이별은 상흔을 깊게 낳아 좌절의 심연으로 이끌 때가 많다.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다 맞닥뜨린 죽음은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쉬운 회한을 남긴다. 저자 역시 투병하던 어머니를 여의고 오래지 않아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아차린 아버지가 딸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사양한 일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을 줄 알지 못해 아쉬움이 더한 일로 남은 듯하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는 누구나에게 개새기가 될 수 있다.’ 드라마 ‘www’

   드라마 대본 중 구절이 폐부를 찌른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나의 선택과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연륜이 쌓인다고 지혜가 저절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지혜의 물꼬는 트일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살아야 한다. 여러 유형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고민하며 지낸다. 90년 이상을 살면서 몸에 배인 관행대로 아랫사람들을 부리려고 해 힘들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본인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며 자신의 마음은 다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상대를 함부로 상처 내는 일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 지으며 품위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각자의 시간과 위치, 상황에 따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달라진다. 여고 시절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던 친구들도 각기 다른 가정을 꾸려 저마다의 시간에 놓이다보니 소원해졌다. 2~3년에 한두 번 볼 때가 있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처한 상황들이 달라 생각지 못한 채 지내왔을 뿐임을 알아차리고 서로를 다독였다. 13역을 행하며 지쳤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머지않아 우리도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조금씩 삶의 궤도에서 비껴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갈 때에도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조금씩 생겨나 다소 너그러운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 눈물겨울 때도 있다. 혼자서 자신만의 패턴대로 잘 지내다가도 비가 내려 울적해지는 날 먼저 전화 걸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첼로 신동 장한나에게,

   ‘한 달에 네 번 이상 연주하지 않기.

   음악만 하는 친구들이랑 열심히 놀기.

   학교 열심히 다니기.’

   를 주문했다고 한다.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살지 않도록 이끈 선생님은 살면서 겪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며 시련을 극복해갈 것인지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누구나 모두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까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라고 주문한 플라톤의 철학과도 상통한다. 다양한 형상으로 살아가는 이들 개개인의 성향과 기질, 성격이 다름을 수용하고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더라도 이해하며 중도적 삶을 유지하며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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