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비치는 잔잔한 달빛의 잔상은 어찌나 환상적인지. 그 어떤 예술가가 와도 그 아름다움을 쓸 수도, 노래할수도, 그려낼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눈에 잘 담아 두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갑판에 한참을 누워있곤 했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세상의 일들이 멀게 느껴지고, 나와 세상에 관대해지고,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몸과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만 같다. 윤동주의 <서시>, <별 헤는 밤> 같이 별을 노래한 시들이 절로 생각나는 밤이기도 했고 둘다섯이 부른 <밤배>가 생각나기도 하는 밤들이었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