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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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게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는 몇번이고 지나간 장면들을 곱씹어 보게 되더군요. 그리고나니 눈물이 흐릅니다. 명색이 다 큰 어른이라 소리내어 엉엉 울지는 않지만 가슴속에서는 몇번이고 울음이 터졌다 잦아들었다 합니다. 아 나에게도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것들을 껴안고 살아왔음을 깨닫습니다. 어쩐지 혼자인것 같고, 세상 모든 짐을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것 같던 그 시절의 두려움들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 괴롭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알아주고 있다는 느낌에 위로받습니다. 이미 그 시기는 다 지났는데도 말이지요.

 

 

내용은 단순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는 고민을 짊어지고 있는 한 괴짜 소년의 자살소동입니다. 레너드 피콕은 자신의 열여덟번 째 생일날 자살을 결심합니다. 나치를 죽이고 손에 넣었다는 할아버지의 권총으로 '그녀석'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합니다. 그는 거사를 치루기 전에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찾아가 준비한 선물을 나누어 줍니다. 그러나 뜬금없이 엉뚱한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레너드 피콕의 행동을 무언가 이상한 징조로 받아들입니다. 그중 홀로코스트를 가르치는 실버맨 선생님이 눈치를 채고 손을 내밀어 옵니다.

 

 

레너드 피콕이 오랜 친구를 죽이려는 이유가 드러나면서 이 자살소동의 동기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그의 아픔에 대해서는 이런 큰 일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워낙 엉뚱한 발상이나 행동이 이어지다 보니 그저 치기어린 남자아이의 헤프닝을 그린 한편의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피콕의 이야기와 교대로 보여지던 미래에서 온 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러던 것이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엄마의 냉담한 태도로 갑자기 단번에 모든걸 이해할수 있게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미래에서 온 편지를 통해 이 상처가 또다른 사랑의 원동력이 될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마음이 편해집니다. 읽는동안에 딱히 주인공인 '레너드 피콕'에게 공감을 했던것도 아닌데 책을 덮고 난뒤에는 이 모든것이 내 이야기처럼 다가오니 이상하지요. 누구에게나 몇번씩은 찾아올만한 이 지독한 외로움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것인가 하는 애매모호한 답에 선명함을 불어넣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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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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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권 레벨의 장서가들이 책의 보관을 두고 악전고투하는 에피소드들이 유머러스합니다. 제목은 <장서의 괴로움>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책에 둘러쌓여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그것을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싶은, 책에 푹 빠져 책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책의 저자는 십만권 이상의 장서로 인해서 집안이 곳곳이 책으로 메워져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합니다. 책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마루에도 책으로 가득 차 책을 밟지 않으면 움직일수도 없습니다. 책을 못찾으니 필요할때는 같은 책을 2번 3번 사는일도 비일비재 하다고 합니다. 
  
 

책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람들만큼 극단적인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한때는 나도 점점 집안을 잠식해오는 책때문에 전전긍긍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번 손에 들어온 책은 처분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사모으다 보면 책이 산이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마음을 비우고서야 간신히 그런 상황에서 벗어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저자의 악전고투에 공감이 갑니다. 요즘은 전자책을 만들어 보관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종이책의 감촉과 포만감이랄까 그런것이 없어서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게다가 애초에 눈이 피로해서 읽을 마음도 들지 않기 때문에 나와는 별로 관계없는 방법입니다. 그저 지금처럼 반드시 읽을 책만 사고, 안 읽는 책은 집안에 쌓아두지 않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도 끊임없이 늘어나는 장서 때문에 방을 증축하기도 하고 아예 넓은 집으로 이사가는등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만, 모두 궁여지책일 뿐입니다. 한번에 몇천권을 처분한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도 장서가들에게는 근본적인 해결법이 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이런 괴로움을 줄기차게 토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을 계속 삽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는 마지막까지 책의 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커녕 앞으로도 결코 빠져나올수 없을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모든것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괴롭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저자는 사실 책을 모으고 쌓아두는 것이 즐거운 것입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책을 처분할 뿐인 별것 아닌 이야기인데도 재미있게 다가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유명한 장서가의 책보관 노하우를 배워보자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예상외로 즐거운 에세이였습니다. 앞으로도 저자의 또다른 장서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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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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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액션 스파이물이라 할 수 있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읽었을 때, 설마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가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그 스펙트럼의 넓음의 감탄했습니다만, 이번은 비교적 '요시다  슈이치'답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완전한 회귀라기 보다는 이번에도 버전업이랄까, 실험적인 느낌은 있네요.


<사랑에 난폭>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같은 폭력적인 내용은 일체 없습니다. 여느때처럼 미스터리적인 전개가 있는 구성이지만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며,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통속적이라 할만큼 흔한 불륜 이야기이므로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갈구하는 여자의 안타까운 이야기로서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모모코'는 결혼 8년차의 주부입니다.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는 없습니다. 문화센터에서 수제비누 만들기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모코의 생활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남편 마모루가 불륜을 저지르고 게다가 상대 여성은 임신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극히 고전적인 모티브의 이야기이지만 요시다 슈이치가 쓰면 낡지 않아 보인다는 게 대단한 점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신선하기 까지 합니다. 모모코의 일기, 남편의 불륜 상대 여성의 일기, 그리고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일상이 각 장에서 교대로 반복되는 구성인데, 전반부의 다양한 사건들이 복선이 되고 후반에 가면 어느순간 여기에 현혹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구성이 대단히 좋은데다가 점점 고립되어 가는 모모코의 섬뜩하고, 안타깝고, 슬픈 심리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상한 것은, 인물의 매력이라는 점에서는 이 삼인방에게 별로 호감은 갖게 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기분만은 너무 잘 알것 같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지극히 보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일까요. 그 보편적인 부분을 정확히 캐치해내는 것 역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결말만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모모코를 수렁에서 건져내고 싶어서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 아닐까 싶은 형태의 결말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면에서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여전히 저자가 무언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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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
아이비 포코다 지음, 엄일녀 옮김 / 책세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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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나 작품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역시 '데니스 루헤인'이 직접 선택해 화제가 되었다는 홍보문구 때문입니다. 여류작가인데다가, 미스터리이면서도 어떤면에서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 루헤인과는 달라보이지만, 수려하면서도 디테일한 문장이나 어딘가 무겁고 늘쩍지근한 분위기가 역시 데니스 루헤인이 손을 잡는다면 이 작가라는 느낌이 있네요. 저자 '아이비 포코다'는 미국랭킹 5위에까지 오른 프로 스쿼시 선수출신이기도 합니다. 이 책<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는 그녀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저자의 어린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뉴욕 브루클린의 슬럼가인 레드훅입니다. 마약등의 범죄가 부자연스럽지 않고 주거민들 사이에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는, 결코 살기 좋은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소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낭만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레드훅의 어느 여름날, 따분하고 무료한 일상에 어쩔줄 몰라 하던 '밸러리'와 '준' 두 사춘기 소녀가 밸러리의 고무보트를 끌고 무작정 강가로 나섭니다. 그리고 노를 저어 강물 위를 달리던 소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보트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다행히도 강가에 흘러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밸러리는 근처를 지나던 음악선생 조너선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같이 있던 준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단서는 구조된 밸러리의 증언뿐. 그런데 이상하게도 밸러리는 당시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석연치 않은 목격담과 증언. 두소녀의 일탈행동에서 비롯된 단순한 사고로만 보이던 이 사건은 레드훅에 점점 예기치 못한 큰 파문을 그려갑니다.

 

 

처음 기대했던 것 같은 미스터리로서의 강렬한 임팩트 보다는 오히려 '레드훅 사람들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결코 사건과 결말이 있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은 아닙니다. 인종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다른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이런 저런 사연으로 레드훅에 흘러들어와 한데 섞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뉴욕 빈민가 사람들의 애환과 그들의 이야기를 성장소설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문학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문장은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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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비밀
김철호 지음 / 토네이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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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테이블에 앉아서 내가 원하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협상전문가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협상이란 것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설득하고 압도해서 어떻게든 내가 얻어낼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 내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책에서는 이를 뛰어넘어서 양측 모두가 윈-윈 할수 있는 전략을 추구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비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의 글로법 협상트렌드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협상에서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하다가 오히려 모두가 패배자가 되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고 하네요.

 

단순히 이론적인 협상 전략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무대의 다양한 협상 사례들을 들면서 그러한 전략들이 어떤 식으로 윈 - 윈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최고의 로스쿨에서의 경험등 활동무대가 해외였던 때문인지 대체로 해외기업의 사례가 많습니다. 각각의 협상과정을 들여다보면 서로의 입장차에서 비롯된 정말로 다양한 갈등과 돌발상황들이 등장합니다. 이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함으로써 여러 갈등들을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이 협상전략의 핵심입니다. 눈앞에 이익에만 함몰되서 훗날 더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상인 나와 같은 사람들이 꼭 명심해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책은 결국 상대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법에 대한 조언입니다. 비즈니스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갈등관계에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협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랄까요. 양쪽 모두가 잘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디에나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결코 비즈니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최고의 팁은 아내에게는 져주라는 것입니다. "와이프와의 협상에서 이기면 안방문이 잠기고 더 심하면 현관문이 잠길수도 있다. 아내와의 협상에서 이기는건 자살행위다." 과연 현명하네요. 최고의 협상가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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