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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액션 스파이물이라 할 수 있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읽었을 때, 설마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가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그 스펙트럼의 넓음의 감탄했습니다만, 이번은 비교적 '요시다 슈이치'답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완전한 회귀라기 보다는 이번에도 버전업이랄까, 실험적인 느낌은 있네요.
<사랑에 난폭>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같은 폭력적인 내용은 일체 없습니다. 여느때처럼 미스터리적인 전개가 있는 구성이지만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며,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통속적이라 할만큼 흔한 불륜 이야기이므로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갈구하는 여자의 안타까운 이야기로서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모모코'는 결혼 8년차의 주부입니다.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는 없습니다. 문화센터에서 수제비누 만들기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모코의 생활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남편 마모루가 불륜을 저지르고 게다가 상대 여성은 임신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극히 고전적인 모티브의 이야기이지만 요시다 슈이치가 쓰면 낡지 않아 보인다는 게 대단한 점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신선하기 까지 합니다. 모모코의 일기, 남편의 불륜 상대 여성의 일기, 그리고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일상이 각 장에서 교대로 반복되는 구성인데, 전반부의 다양한 사건들이 복선이 되고 후반에 가면 어느순간 여기에 현혹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구성이 대단히 좋은데다가 점점 고립되어 가는 모모코의 섬뜩하고, 안타깝고, 슬픈 심리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상한 것은, 인물의 매력이라는 점에서는 이 삼인방에게 별로 호감은 갖게 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기분만은 너무 잘 알것 같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지극히 보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일까요. 그 보편적인 부분을 정확히 캐치해내는 것 역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결말만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모모코를 수렁에서 건져내고 싶어서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 아닐까 싶은 형태의 결말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면에서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여전히 저자가 무언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