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
아이비 포코다 지음, 엄일녀 옮김 / 책세상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나 작품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역시 '데니스 루헤인'이 직접 선택해 화제가 되었다는 홍보문구 때문입니다. 여류작가인데다가, 미스터리이면서도 어떤면에서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 루헤인과는 달라보이지만, 수려하면서도 디테일한 문장이나 어딘가 무겁고 늘쩍지근한 분위기가 역시 데니스 루헤인이 손을 잡는다면 이 작가라는 느낌이 있네요. 저자 '아이비 포코다'는 미국랭킹 5위에까지 오른 프로 스쿼시 선수출신이기도 합니다. 이 책<여름, 비지테이션 거리에서>는 그녀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저자의 어린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뉴욕 브루클린의 슬럼가인 레드훅입니다. 마약등의 범죄가 부자연스럽지 않고 주거민들 사이에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는, 결코 살기 좋은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소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낭만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레드훅의 어느 여름날, 따분하고 무료한 일상에 어쩔줄 몰라 하던 '밸러리'와 '준' 두 사춘기 소녀가 밸러리의 고무보트를 끌고 무작정 강가로 나섭니다. 그리고 노를 저어 강물 위를 달리던 소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보트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다행히도 강가에 흘러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밸러리는 근처를 지나던 음악선생 조너선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같이 있던 준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단서는 구조된 밸러리의 증언뿐. 그런데 이상하게도 밸러리는 당시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석연치 않은 목격담과 증언. 두소녀의 일탈행동에서 비롯된 단순한 사고로만 보이던 이 사건은 레드훅에 점점 예기치 못한 큰 파문을 그려갑니다.
처음 기대했던 것 같은 미스터리로서의 강렬한 임팩트 보다는 오히려 '레드훅 사람들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결코 사건과 결말이 있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은 아닙니다. 인종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다른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이런 저런 사연으로 레드훅에 흘러들어와 한데 섞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뉴욕 빈민가 사람들의 애환과 그들의 이야기를 성장소설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문학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문장은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