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 오해와 상처에서 벗어나는 관계의 심리학
니컬러스 에플리 지음, 박인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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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베스트 초능력 중에서 타임슬립같은 것은 어떻게 해도 가능하지 않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이니까 초능력도 뭣도 아니지만, 문제는 그런 타고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수가 없다는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신의 착각이었거나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착각에서 비롯된 오해가 인간관계에 트러블을 일으킵니다.

 

우리는 어째서 그와 같은 착각을 사실이라 믿게 되는가? 상대방의 마음을 판단할때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고, 과학적인 검증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의 육감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하고 오만한 일인지 지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낼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타인을 오해해서 생기는 트러블은 무궁무진하지요. 개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고작은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이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자신의 선입견과 감정을 투영해서 재단하다 보니 실제와는 괴리가 생기고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마음이 있을리 없는 사물을 흔히 의인화해서 바라보게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육감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육감은 상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지만, 이 육감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증이 없습니다. 의외인 것은 상대방의 마음으로 생각해보자는 일견 현명한것 처럼 생각되는 역발상 전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재가 아닌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것은 허상이 있을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행복과 성공의 비밀은 좋은 머리가 아니라 똑똑한 마음에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요. 진정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려면 우선 내마음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배려심이 타인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해줍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 이것으로 육감은 강화되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는 그동안의 오만함이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을 것을 생각하니 우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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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즈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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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청나다고 하면 기대감을 너무 높여놓는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대단한 신성을 발견했다는 말밖에는 못하겠습니다. '블레이크 크라우치'라는 이작가 굉장합니다.


무언가 매너리즘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최근에 나오는 소설들은 장르의 울타리를 파괴하고 참신한 컨셉으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표방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딱히 특별할것은 없지만, <파인즈>는 그 울타리를 파괴하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난잡하지 않고, 위화감 느끼지 않을만큼만 자연스럽게 장르를 넘나듭니다.

 

<파인즈>라는 제목은 미국 아이다호주에 있는 벽촌, 웨이워드 파인즈라는 소나무숲과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의 이름입니다. 이야기는 그런 파인즈 마을에서 한 남자가 의식을 되찾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인지 전신에 통증을 느끼는데다가 지갑은 물론이고 휴대폰마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시 의식을 잃고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어딘가 기분나쁜 간호사. 이곳에서 남자는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는 비밀정보기관의 요원으로 행방불명된 동료를 찾아 이 마을에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료는 위조통화 사건과 관련해 이곳에 사는 억만장자를 수사하러 왔다가 실종된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병원을 빠져나오지만 사람들은 비협조적이고 정보기관과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몇일동안 외부와 접촉이 되지 않자 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 아니면 이 마을이 이상한가.

 

마을을 헤매던 중 남자는 자신이 찾던 동료를 발견합니다. 한때 파트너로서 깊은 사이였던 적도 있는 여성요원입니다. 그런데 삼십대 중반의 나이인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과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이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맑게 개인 푸른 하늘, 새소리, 소나무숲, 완벽하게 아름다운 마을을 벽과 같이 둘러싼 첩첩 산중으로부터 정체를 알수 없는 공포가 전해져오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이 마을은 무언가? 기묘한 사건의 수수께끼는? 과연 이 곳에서 빠져 나갈 수가 있는가? 

분명히 기묘한 마을이지만, 전장에서의 트라우마를 안고있는 남자도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을과 남자, 어느 쪽이 이상한가 하는 그런 전개입니다. 이부분이 실로 신비스럽게 읽힙니다. 남자가 이 지옥으로부터 빠져나가려고 고생하는 과정은 일면 '스티븐 킹'을 연상하게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공포소설 독자에게도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로 충만하고, 게다가 확실히 예측하기 힘든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말은 앞으로 이책을 읽을 생각이 있다면 실수로라도 미리 알아서는 안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영상미까지 느껴지는 이 소설은 이미 드라마로 제작중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감독은 무려 <식스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그러고 보니 정말로 나이트 샤말란 작품의 분위기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웨이워드 파인즈의 이야기는 <파인즈> 한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트릴로지라고 합니다. 이미 발매된 시리즈 2탄의 경우는 더 평이 좋은 듯 합니다. 기대되네요. 이런 소설에 굶주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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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 연애, 결혼, 섹스에 관한 독설과 유머의 촌철살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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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가 비토 다케시 시절에 썼던 남녀관계에 대한 고찰이랄까, 조언이랄까, 여하튼 잔소리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다케시의 이미지처럼 어설프게 점잔빼지 않은 직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대체로 독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다재다능함 만큼이나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경청하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독설이라고는 해도 때때로 감탄할 만큼 통찰력있는 생각들을 엿보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결코 거부감은 들지 않습니다.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다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포용력있는 입담입니다.

 

시작부터, "순수한 사랑 어쩌고 저쩌고 하는 여자들은 대두분 못생긴게 아닐까? 요컨데 남자들이 좀처럼 건드리지 않는 여자들인 것이다. 남자들이 자신에게 작업을 걸지 않으니 순수한 사랑론을 내세워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다." 라고 말하더니, 결혼은 해서 좋을게 없다던가, 집에 안들어 가는 쪽이 부부관계가 좋다던가 남자는 육아에 관여하기 보다는 밖으로 나가라는 등 자신만의 남녀론, 결혼관 연예관을 눈치보지 않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면도 보이지만 의외로 그 리얼함이나 이면에 숨은 이유에 설득당할때가 많습니다. 우선 자신만의 논리를 강요하거나 어수선하지 않아서 알아듣기 쉽습니다. 궤변론이나 조금 이상야릇한 부분은 간혹 있어도 어쨌든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이정도로 자기 만족적인 데다가 남존여비 사상이 드러나는 제멋대로인 생각을 가감없이 표하면서도 기분 좋고 사랑받는 존재. 전에는 일본에서의 기타노 다케시라는 사람의 위상에 대해 의아할때도 있었지만, 틀림없이 그에게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솔직하게 말을 한다는 것이 느껴질때, 자신의 기호나 생각과는 맞지 않더라도 '음 그럴수 있겠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이사람은 가식적이지 않다, 진심이 느껴진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기타노 다케시의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맥락 없이 다케시 혼자 말하는것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은 듯한 구성이지만 다 읽고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랄까 그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룰에 대해 매력을 느낍니다. 남자라면 고개를 끄덕이고 여자라면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를 내용들이 가득합니다만, 어쨌든 재미있습니다. 때로는 독설도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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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어밴던 시리즈 완결 세트 - 전3권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외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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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작가 '맥캐봇'의 어밴던 3부작인 <어밴던>, <언더월드>, <어웨이큰> 입니다.

임사체험을 한 열다섯살 소녀의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로맨스라고 할까, 죽음의 신의 구애 상대가 된 이후에 분노의 신들의 타겟이 되는 기구하다면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여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영어덜트 소설의 설정을 보면 고뇌하는 여고생과 초현실적인 존재의 종족을 뛰어넘는 사랑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어밴던 시리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의 상대가 무려 죽음의 신인데다가 이야기의 무대가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사후세계까지 넘나들다보니 차별화를 노린 것이라면 너무 방대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막상 읽어보면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정도로 인물이 기이한 이미지로 그려진다거나 난해한 무대가 자꾸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의 상대는 강인하면서도 잘생긴 10대 후반 청년의 모습이고, 중요한 사건들에서는 주변의 친숙한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무대도 오히려 한정된 느낌이 들만큼 익숙한 공간에서 전개됩니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따뜻한 소녀 '피어스 올리비에라'는 새를 구하려다가 수영장에 빠져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지하세계에서 죽음의 신인 '존 헤이든'을 만나 우여곡절끝에 곧 다시 살아납니다. 이후 피어스의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그럴때마다 존으로 부터 받은 목걸이가 그녀에게 닥친 위험을 알려줍니다. 그리고나면 어김없이 수호천사처럼 존이 나타나 그녀를 돕습니다. 애당초 석연치 않았던 그녀의 죽음,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 이후에 갑자기 그녀의 주위에 닥쳐온 이상한 위협들, 단순히 사고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복선이 되고 결국 그녀를 위협하는 위험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1부인 <어밴던>이 시리즈 전체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사건이 발단이 되는 이야기였다면, 2부와 3부격인 <언더월드>와 <어웨이큰>에서는 무대를 지하세계로 옮겨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년전에 처음 <어밴던>이 소개되었을때 영어덜트 소설임에도 특이하게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완결편이 나오고서야 한꺼번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밤을 세워 미드 한시즌을 다 보고 난듯한 기분이네요.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고 분위기도 여타 영어덜트 소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독특한 세계관이라던가 사건과 모험의 비중이 보다 높은듯한 게 판타지소설의 느낌도 강합니다. 로맨틱 판타지라고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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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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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 미저리주의 가상의 시골마을 '윈드 갭'에서 10살 소녀가 행방불명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마을은 일년전에도 9살 소녀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 채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시카고의 작은 신문사인 '데일리 포스트'의 여기자 '카밀 프리커'는 윈드 갭 출신이라는 이유로 편집장으로부터 이 사건의 취재를 명 받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엄마와의 관계가 불편합니다. 그런 관계로 인해 그녀는 몸과 마음 모두에 다른사람에게는 말할수 없는 아픈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마지 못해 취재를 시작한 카밀은 시골 마을의 얄팍한 인간 관계를 한꺼풀씩 벗겨내면서 이런 자신의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시골 마을 소녀들의 위태로운 삶을 그리면서 후반에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집니다만, 소녀들을 살해하고 그 이빨을 모조리 뽑아가는 끔찍한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묘사 하나 없이, 사건이 일어난 시골 마을과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일들을 담담하고 진지하게 써내려 갑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현실을 인식하는 카밀의 특별한 시점입니다. 카밀이 어릴 적에 느끼고 있던 것과 현실 사이에는 미묘한 괴리가 있습니다만, 그녀로서는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카밀은 어릴 적에 느껴온것들을 자신의 몸에 남겨 왔기 때문입니다. 카밀은 피부에 새겨진 과거에 붙잡혀 있고 그것이 이미 그녀의 일상에도 깊숙히 침투해 있습니다. 카밀이 기자로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합니다. 그런 그녀의 날카로운 아픔과 과거의 무게가 세심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저자인 '길리언 플린'은 미저리주 캔자스 시티 태생으로, 데뷔작인 이소설 <몸을 긋는 소녀>로 2007년 CWA(영국 추리 작가 협회)상 최우수 신인상과 뛰어난 스릴러 작품에 주어지는 스틸 대거 상을 더블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합니다. 마지막 반전 등,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완성도에서 확실히 저자의 역량을 느낍니다. 이작품은 미국 티비 드라마로도 방영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떤 느낌으로 영상화 될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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