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사람들 -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
리처드 J. 데이비드슨 & 샤론 베글리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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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대는 성격을 바꾸고 싶다면?  

 

감정의 일부가 이성을 주관하는 뇌의 부위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 점을 잘 이용한다면 좀 더 능숙하게 감정 패턴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것이다.
 

기존의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감정을 나타내는 방법은 대개 같으며 사람에 따라서 커다란 차이가 없다. 즉, 만인에 공통되는 슬픔의 프로세스가 있고, 사랑에 빠질 때의 일정한 스텝이 있으며, 애인에게 차였을 때에 맛보는 감정의 표준 패턴이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같은 환경에서 살아 온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재빨리 회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제까지나 스스로를 탓하거나 낙담인 채로 있는 사람도 있다. 직장을 잃어도 곧바로 긍정을 되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조적으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반응은 친구 사이는 물론, 혈연관계인 부모와 자식이라도 각자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어째서 생겨나는 것인가. 수십년동안 신경 생물학을 연구해온 저자 '리처드 J. 데이비드슨'은, 그러한 차이가 '정서유형'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정서유형이란, 다양한 경험에 대해서 우리가 보이는 반응의 패턴(반응의 경향, 강함, 지속 기간)을 말한다.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 생김새나 지문이 다르듯이, 정서유형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신경학 적 메카니즘은 해명되어 있지 않았다. 뇌내의 어떤 신경 활동이 성격의 차이를 낳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교과서적인 상식에 의하면, 인지 활동과 감정은 뇌내의 완전히 다른 회로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은 감정의 일부가 인지활동을 제어하는 뇌와 같은 부위에서 제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정이(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성을 주관하는 뇌의 부위에서 형성된다는 발견은, 실용적인 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발견을 전제로 생각하면, 체계적인 정신 트레이닝에 의해 자신의 정서유형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점이다. 뇌는, 마치 점토 덩어리처럼 변화하는 신경 가역성이라는 성질이 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해, 구조적, 기능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가 있다. 명상으로 뇌를 활성화 함으로써 정서유형에 관련해서도, 뇌의 신경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상이나 인지 행동 요법과 같은 정신적인 트레이닝을 하면, 보다 폭넓은 사회적 신호에 눈뜨게 되고, 자신의 기분과 육체적 감각에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로인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감정적인 데미지로부터 회복하는 힘을 높일 수가 있다. 나약한 자신이 싫어서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얻고 긍정적인 삶을 얻게 된 예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뇌를 단련하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소심하고 사회적이지 못한 성격이 싫다면 회피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뇌를 단련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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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외 지음, 엄일녀 옮김 / 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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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이나 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는다면 전부 취향에 맞기도 힘들고 게 중에는 중간중간 쉬어가는 격인 작품이 섞여있을 법도 한데, 초지일관 각성상태로 편식하지않고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건 진정한 이야기꾼이라 불릴만한 개성강한 작가들로 이루어진 라인업 덕분이다. 20명이나 되는 이름을 일일히 열거하긴 귀찮지만 스티븐킹, 닐게이먼, 엘모어 레너드 등의 정상급 작가들의 이름은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집의 퀄리티를 말해준다. 공포스런 상황을 주제로 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범위를 넓혀서 기발한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하고, 하나같이 일단 시작하고보면 예외없이 마지막문장이 나올때까지 잡아끄는 힘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표제작 <안그러면 아비규환>의 저자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진 닉 혼비. 그동안 닉혼비가 참여한 작품집을 몇번 읽은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항상 그의 작품이 맨 앞에 실려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뭔가 앞에 나서는걸 좋아하는 성격인걸까.

 

<안그러면 아비규환>은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15살 소년이 어떻게 한 여자와 한 침대에 눕게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게 단순히 한 여자아이와 동침한 사연 정도로 끝나는 만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함정이다.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면 "서두가 있고, 기묘하게 전개되다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다. 안그러면 스티븐킹 스타일의 얘기 즉, 서두가 있고, 기묘하게 전개되다가, 우라지게 무서운 엔딩으로 마무리해야되는데 그렇게 하긴 싫거든. 그런건 지금 나한테 전혀 도움이 안되니까." 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시작하는데, 무서운 엔딩으로 마무리 하기는 싫어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버클리 청소년 빅밴드에서 가장 예쁜) 마사와 한 침대에 눕게 된 사연은 언뜻 해피엔딩인듯 하지만 좀더 깊은 내용을 알고나면 놀랍도록 처참하고 슬프고 치가 떨리도록 무서운 얘기다. 매사에 긍정을 강조한 엄마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해피엔딩이 되기에는 턱도 없는,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는 소재.

 

원래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다. 레이이커스의 경기를 녹화하기 위해서 엄마를 졸라 사온 5달러짜리 중고 VCR이 그 화근이었다. 테입도 없이 지상파 방송을 빨리 돌릴 수 있는 수상한 VCR.

돌리고 돌리고 돌리다보면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것은? 정말로 긍정적인 면이라고는 미사와 한침대에 눕는 것 말고는 눈꼽만치도 찾을수 없는 사상최강의 배드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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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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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인 것처럼 혹은 성장소설인 것처럼 위장한 다음에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수수께끼를 끌고가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진지해지는 라이트노벨과 같은 맛도 없지 않지만, 울적함을 즐깁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재기발랄한 작가라고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나오키상 수상작가로서의 신뢰감같은 것까지 풍겨오는 그녀입니다. 이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초창기 작품을 꺼내서 되새김질 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무쓰시로라는 산간 시골 마을에서는 매년 록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정식명칭은 '무쓰시로 락 페스티벌'이라 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생인 히로미는 공연이 한창이던 도중에 청중들 사이에서 이 마을 출신인 8살 연상의 여배우 유키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좋지않은 소문이 돌던 그녀에게 히로미는 매료됨과 동시에 그녀가 생각하는 마을에 대한 복수에 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유키미의 매력과 그녀가 말하는 검은 진실에 의해 히로미의 평범한 일상이 뒤집혀 갑니다.


8살 연상의 미모의 여배우와 이성적으로 친밀해지는 생각지도 못한 처지가 된 그 나이 또래의 남학생이 상대를 대할때의 느낄법한 의기소침이랄까 얼떨떨함이랄까 그 감정이 근지러워질 정도로 이입되서 부끄럽기도 하고, 여느때의 츠지무라 미즈키다운 비극적인 전개에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남녀 사이의 연애 묘사는 처음인 듯 해서 여기에도 조금 놀랐습니다만, 그렇다고 연애요소 이외에 본격적인 연애소설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이번에는 적지 않게 주인공에게 공감한 탓도 있어서 연애적인 요소가 크게 다가왔지만, 전체적으로는 공동체 내부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 인간의 무서움이랄까, 외부와 괴리된 그 폐색감이랄까 그러한 섬뜩함이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미스터리라고 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내내 감도는 불길한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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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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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에 인류가 발을 디뎠다는 사실조차 구닥다리 이야기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몇백년 전의 조상님들이 지금의 이런 후손들을 본다면 아마 귀신이나 신선 정도로 여기고 무서워하거나 추앙하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정작 그 후손들은 아직도 그때 시절의 전래동화를 물려 읽으며 그리고 여전히 그 안에서 인생의 지혜와 삶의 방식에 대한 가르침를 얻고 싶어한다. 

 

몇백년이나 묶은 다 낡아빠진 이야기가 아직까지 통용되는 까닭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어도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까지 완전히 뒤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해와 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뜨는 것도 완전히 똑같다.

 

무한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유한한 우리의 삶은 그렇게 챗바퀴 돌듯 돌고 또 반복해서 돈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은 또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태어나서 줄곧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시대적 배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 낮설게 느껴질리가 없다.

 

시대를 초월한 인간으로서의 보편성을 발견하는 것. 많은 이들이 예전의 이야기들을 현대판으로 각색하고 패러디 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가 그런 것일 것이다. 비틀고, 양념을 치고, 그 의미도 바꾸어 보고 해석도 달리 해보지만 어떻게 적용해도 결국 모두가 다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하는.

 

전작인 모던 팥쥐전보다 훨씬 깊이있고 재미 면에서도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온 조선희 작가의 모던 아랑전은 이런 즐거움에 조금은 파격적으로 음습한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오싹한 가운데에 무언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것까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제목에 모던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고 해서 단순히 옛 이야기를 현대에 적용했을 뿐인 이야기는 아니다. 완전히 뒤바뀐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지만 막상 읽고나면 원전의 장면들과 함께 사실 예전 그 이야기에도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닌 다른의미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한국의 온다리쿠라고 불릴만한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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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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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인 표제작 <잠복>을 비롯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8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입니다.

표제작인 <잠복>은 몇차례나 영화화된 명작이군요. 세이초의 데뷔작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던 도중에 데자뷰 현상처럼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작품인가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바로 얼마전에 우연히 제목도 모르고 시청했던 마쓰모토 세이초 기획 드라마 중 한편이 바로 잠복이었습니다.

 

 

세이초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특유의 '혼네'랄까 독자로 하여금 인간 이면에 감추어진 본심을 알고 싶게 만드는 기술이 탁월한것 같습니다. 그 이끌어가는 방식도 난해하지 않고 상당히 보편적이라 굉장한 반전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작가들 사이에서 무려 십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일본인의 취향이라는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다른 단편들도, 평이한 문체가 세월의 괴리감 없이 술술 읽어내려가게 만듭니다. 다만 배경이라던가 지금과는 미묘하게 다른 등장 인물들의 가치관의 차이등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각각의 단편은 주로 사회현상이나 이슈를 소재로 '인간'을 말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에 해당하는데, 마쓰모토 세이초는 이런 사회파 추리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반드시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이 등장해서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이른바 '본격' 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방식의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모두 의외의, 혹은 짓궂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어 추리 작품집으로서의 맛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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