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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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에 인류가 발을 디뎠다는 사실조차 구닥다리 이야기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몇백년 전의 조상님들이 지금의 이런 후손들을 본다면 아마 귀신이나 신선 정도로 여기고 무서워하거나 추앙하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정작 그 후손들은 아직도 그때 시절의 전래동화를 물려 읽으며 그리고 여전히 그 안에서 인생의 지혜와 삶의 방식에 대한 가르침를 얻고 싶어한다. 

 

몇백년이나 묶은 다 낡아빠진 이야기가 아직까지 통용되는 까닭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어도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까지 완전히 뒤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해와 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뜨는 것도 완전히 똑같다.

 

무한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유한한 우리의 삶은 그렇게 챗바퀴 돌듯 돌고 또 반복해서 돈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은 또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태어나서 줄곧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시대적 배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 낮설게 느껴질리가 없다.

 

시대를 초월한 인간으로서의 보편성을 발견하는 것. 많은 이들이 예전의 이야기들을 현대판으로 각색하고 패러디 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가 그런 것일 것이다. 비틀고, 양념을 치고, 그 의미도 바꾸어 보고 해석도 달리 해보지만 어떻게 적용해도 결국 모두가 다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하는.

 

전작인 모던 팥쥐전보다 훨씬 깊이있고 재미 면에서도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온 조선희 작가의 모던 아랑전은 이런 즐거움에 조금은 파격적으로 음습한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오싹한 가운데에 무언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것까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제목에 모던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고 해서 단순히 옛 이야기를 현대에 적용했을 뿐인 이야기는 아니다. 완전히 뒤바뀐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지만 막상 읽고나면 원전의 장면들과 함께 사실 예전 그 이야기에도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닌 다른의미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한국의 온다리쿠라고 불릴만한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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