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모중석 스릴러 클럽 6
딘 쿤츠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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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딘쿤츠의 작품에 빠져 원서를 닥치는데로 읽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작품을 읽고나면 그 숨돌릴틈없는 빠른 전개와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듯한 쾌감을 잊을수가 없어서 바로 다른 작품을 구해다읽곤 하는 식이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원서를 자유자재로 읽을만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쿤츠의 작품이 너무 읽고 싶어서 무리를 했었던 것이기 때문에 어느순간부터 원서 읽기에 지쳐버렸던것 같아요. 그 뒤로 꽤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남편이라는 작품을 발견하고 미려한 표지디자인에 눈길이 가게 되어 살펴보던중 딘쿤츠의 작품이라는것을 알고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격조한 친구를 만난것처럼 설레이더군요. 제대로 음미해보자 하는 일종의 각오같은게 생겨서 평소에는 방바닥에 뒹굴뒹굴 하면서 읽던 책을 책상앞에 정좌하고 나서야 신중하게 첫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역시 쿤츠. 한편의 헐리우드 스릴러영화를 보는것같은 빠른 전개는 여전하더군요. 딘쿤츠라는 작가에 대해서 신앙심 비슷한걸 가지고 있어서 편파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경험했던 그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려줄 만큼 굉장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전까지 딘쿤츠하면 스티븐킹같은 상당히 호러작가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남편은 공포소설로서의 요소는 전혀없는 서스펜스 소설이였다는 점 정도가 예상을 빗나간 부분이네요. 설정상의 특이함이나 그흔한 반전하나없지만 희대의 스토리텔러인 쿤츠의 작품인만큼 숨돌릴틈없이 술술 읽혀지고 거기에 그의 특징인 맛깔난 문장이 여기저기 산재해있어서 그 재미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려한 표지디자인이나 장정등 그리고 쿤츠의 신작이라는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럽긴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있다면 쿤츠 특유의 비유법을 사용한 맛있는 표현들을 조금은 그 본래의 느낌을 살리지못하고 번역된 것같은 어색한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원문과 비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도 딘쿤츠에 대한 저의 신앙심에서 나온 억지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번역문제를 빼더라도 너무나 매력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서스펜스/ 스릴러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맛보는 신나는 한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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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살인 방정식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지음, 김주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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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남미쪽 작가들의 미스터리 작품을 몇번 읽어본 감상을 말하자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에서 주체가 되는 '사건'을 깊이 파고들지 않는대신에 그 주변의 이야기들에 더 정성을 들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건이라는것이 이야기안에서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소재로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는것 같다.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추리소설로서는 긴장감이나 몰입도가 떨어진다. 하나의 소설로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해도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으로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 그동안 익숙해있던 영미권이나 이웃나라 일본의 미스테리 작품들에서 느낄수 있었던,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의 치밀함이나 긴박감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든 독자에게는 솔직히 만족을 주지 못하는듯하다. 그렇다고 별볼일 없는 미스터리 소설이였더라고 단정지으려는건 아니고 단지 애초에 기대하던것과는 차이가 있더라는 것이지 이 쪽 작가들의 작품에는 또 그것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살인사건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낙천적이고 심각하게 생각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쪽 지방 사람들의 정서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락적요소는 부족하나 특유의 매력을 가진 소설'. 이것이 그동안 남미쪽 추리소설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인상이였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옥스퍼드 살인방정식'은 조금 특이하다. 아르헨티나 작가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의 본고장이자 본격미스테리의 성지라고 할수 있는 영국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작가를 밝히지 않으면 영락없이 영국이나 미국의 어느 작가의 작품으로 착각하기 쉽상이다. 작품의 배경이 영국이고 모든 등장인물이 영국사람이여서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등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상당히 영미권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는것 같다. 작품전체를 통털어 유일한 비영국인(아르헨티나)인 주인공이 일인칭 화자로써 단한번도 작품상에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점을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영국적인 색체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옥스포드 살인방정식'의 진짜 매력은 이런 본고장식 스타일의 있는것은 아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철저하게 영국의 분위기를 추구하면서도 군데군데 느껴지는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이 섞여있는 독특한 분위기에 있다.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 대신에 따스한 햇살 아래를 거닐며 추리를 해나가는듯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한없이 심각하거나 또는 한없이 여유로운 대신에 영국과 남미의 정서가 만나 만들어낸, 지금까지 보아오던 작품들과는 오묘하게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옥스퍼드 살인방정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연쇄살인을 둘러싼 지적테마는 수학과 논리학이고 이로인해 즐길수 있는 지적유희는 비교적 만족스럽다. 작품 전체를 통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지만 '살인방정식' 이라는 제목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수학이나 논리학방면에는 영 소질이 없다고 해도 이작품을 즐기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혹시 방정식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고 이런 학문적인 요소가 또한 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재료중 하나라고 보면 되겠다. 상당히 읽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렇게 번역본으로 만날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영국과 남미의 퓨전요리같은 색다른 맛을 느낄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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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밀리언셀러 클럽 69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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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리버'의 작가 '데니스루헤인'의 첫 단편집.

 

기복없이 언제나 한결같아서 독자가 별다른 정보없이 작가의 이름만으로 작품을 선택해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고마운 작가가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데니스 루헤인이 이런 고마운 작가이자 '믿을맨'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텀이 길고 과작인 탓에 좀 더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에 200프로 만족을 주는 흠잡을데 없는 완성도로 그 기다림을 보상해주곤 한다. 특히 이번 작품 코로나도는 장편뿐 아니라 단편에서도 빛을 발하는 그의 다재다능한 면을 확인할수 있었던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나를 루헤인교의 신봉자로 만드는 굳히기 한판이였다.

 

그동안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코로나도에서는 한층 더 짙고 묵직해졌다. 장편에서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을 위해 할애해야했던 노력이 줄어든 대신 특유의 분위기와 인물을 창조해내는데 더욱 품을 들인 느낌이다. 여기에 문학적인 소양마저 더욱 빛을 발해 한작품 한작품이 진한 커피처럼 밀도높고 깊은 맛이 있다. 짧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묵직한 다섯편의 단편과 표제작인 극본 코로나도가 실린, 루헤인의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보석함같은 단편집.

 

코로나도의 어두운 분위기는 읽는내내 시종일관 흐릿한 밤안개속을 정처없이 걷고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우울하면서도 씁쓸한 이 분위기는 분명 죄의식이 결여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막장인생들을 주로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훨씬 더 노골적인 폭력과 거친 욕설, 애로틱한 묘사에 많은 장면을 할애했더라도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이런 먹먹함을 느낀적이 없았던 것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끌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데니스루헤인이 가진 능력이고 그의 작품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목적지도 없고 언제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황무지를 배회하는 듯한 긴장감이 항상 주위에 감돈다. 이런 암울한 인간군상들의 심리, 사고방식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또 과장되게 만들어진 캐릭터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묘한 현실감이 있어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코로나도 전체를 관통하는 이런 방식은 올해 최고의 단편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그웬을 만나기 전' 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바비와 그의 아버지가 서로의 목숨이 걸린 살얼음판같은 상황에서 살인과 다이아몬드의 행방에 관해 천연덕스럽게 나누는 대화는 그야말로 막나가는 무법자들의 진수를 보여준다. 

 

 읽는이의 감정을 묘하게 건드리는 표현을 사용해서 잔인한 장면을 완전 처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장면묘사도 인상적이였다.

'로리 역시 한국인 야채가게에 등을 기댄채 춤을 춰야만 했다. 그의 몸이 펄떡거렸고 두손도 황새다리처럼 펄럭였다.'

-네번째 단편 '독버섯' 중


데니스 루헤인의 팬이나 동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동안의 기대를 충족시킬수 있는 멋진작품임에 분명하지만 너무나 현실감있게 묘사된 어두운 단면으로 인해서 이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것이다. 양단이 있고 이 단편집이 모든 성향에 독자를 다 포용할수는 없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방황하는 자들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는 묘사로 그려낸 이 멋진 단편들이 너무 맘에 들기 때문에 아직 루헤인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이 매력적인 단편집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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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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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녀가 숲에서 헤메는 이야기일뿐인데 이렇게까지 재미있다니.....

 

 

 '세상이란 놈은 이빨이 있어서 그놈이 원할때면 언제라도 너를 물어뜯을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 톰 고든을 동경하는 소녀 트리샤 맥팔랜드는 9살에 그것을 배웠다. 부모님은 얼마전에 이혼하고 지금은 엄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항상 의견충돌이 일어나는 엄마와 오빠가 솔직히 말해서 지긋지긋하다. 어느 6월의 아침, 가족소풍을 나온 트리샤는 엄마와 오빠가 또다시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 소변을 보기 위해 코스를 벗어났다가 일행를 놓쳐버린다. 지름길을 찾다가 오히려 광대한 숲속에 홀로 남겨진 신세가 된 트리샤. 쉴세없이 물어뜯는 모기떼, 부족해져가는 식량, 차디찬 밤공기, 설사, 발열등 재난이 겹치지만 트리샤는 동경하는 톰고든과의 상상속에 대화를 버팀목으로 삼아 의지하며 지혜와 기력을 짜내 숲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9일간에 걸친 한 소녀의 결사의 모험을 리얼리티하게 묘사하는 한편 가족의 본연의 자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

 

 

 사람들은 흔히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승자와 패자가 있고 굴곡이 있다.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면서 목적을 이루어내는가 하면 때로는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물론 짜릿한 역전의 쾌감도 존재한다. 우리네 삶에서 맛볼수 있는 모든 감정이 스포츠에는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야구나 축구같은 단체 경기에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더욱 닮아있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특출난 기량을 발휘해서 승리를 따낼수도 있지만 동료가 더욱 빛이 나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부진할때는 다른이와 역할을 교환함으로 인해 팀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일어날수 있는 모든 일과 사건들을 야구경기에 비유했을때 초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최고의 스토리텔러인 스티븐킹이 선택한 가장 멋진 드라마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한점차 리드인 상황에 단 공한개에 승리를 지키느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느냐 승부가 달려있는 피말리는 순간인 듯하다. 당연히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마지막 공을 쥐고 있는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된다. 가장 냉철하고 강심장인 선수에게 맡겨지는 이 냉혹한 역할. 킹은[톰고든을 사랑한 소녀]에서 어린 트리샤에게 이 중책을 맡긴다. 응당 최고의 배짱을 지닌 강인한 주인공이 맡아야할 임무를 인형이나 가지고 놀 나이의 어린 소녀에게 부여한 킹이 잔인하게 여겨질만도 하지만 당차고 똑똑한 트리샤는 누구보다도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낼뿐만 아니라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최고의 드라마로 종지부를 찍을수 있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그리고 이쯤에서 그런 명배우를 창조해낸 킹에게 새삼 감탄하게 되는것이다.

 

 

 야구를 알아야만 재밌게 읽을수 있을것이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야구와 빗대어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다는것이지 [톰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야구선수를 동경하는 트리샤의 서바이벌 생환기일 뿐이고 스티븐킹의 작품답게 탄탄하고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 트리샤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런 소설이다. 단, 야구를 좋아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인 독자라면 2프로 정도 더 큰 즐거움을 얻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레드삭스의 팬인 나는 트리샤가 숲속에서 워크맨으로 야구중계를 듣는 동안 같이 몰입하고 같이 감동받은 기억이 있으니까. 길지 않은 분량의 글로 그렇게 맛깔나게 야구장의 모습을 전달할수 있다면 킹이 본격적인 야구소설을 써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귀여운 트리샤가 다시 출연한다면 금상첨화이고. 마지막으로 이 인상적인 제목의 작품을 읽으면서 한국 장르소설의 발전을 바라지 않을수 가 없었다. 하루빨리 한국에도 스티븐킹 이상으로 재미있는 소설을 써내는 스타 작가들이 등장해서 [이승엽을 사랑한 소녀],[박지성......]같은 친숙한 제목의 장르소설을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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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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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나폴레옹이 유럽을 주름잡던 시대를 배경으로 각국 공군에서 활약하는 용들의 이야기를 그린 테메레르의 시리즈 두번째작이 드디어 등장했다.

 

전작에서는 알에서 막 깨어난 테메레르가 로렌스를 만나고, 마치 어린아이의 성장기가 그렇듯 많은것들을 배우고 익혀나가며 영국공군의 주력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려졌었는데 이번작품에서는 잠시 그 무대를 광활한 중국땅으로 옮겨 새로운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드넓은 대양과 광활한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한층 더 웅장해진 느낌이다. 영국 하늘이 좁다고 느껴질만큼 거침없이 날아다니던 테메레르에게 걸맞는 새로운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무대가 바뀐만큼 등장하는 용들의 면모 역시 거칠고 터프한 이미지의 영국공군 소속 동료들에서,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중국의 귀족 용들로 바뀌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위계승을 둘러싼 중국 황실의 암투에 휘말린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그린 이번 이야기 속에는, 거친 항해와 거대한 바다뱀과의 사투, 사랑을 배우고 자신의 뿌리를 알아가는 테메레르의 모습등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파일럿을 지키기 위해 두 용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웅장함과 박진감, 그리고 가슴벅찬 감동이 교차하는 명장면이자 이책의 하일라이트다.

 

두툼해진 책만큼이나 모든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전작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맛배기를 보여준 것이였다면 두번째작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는것 같다. 물론 소설 테메레르의 가장 큰 매력인 성장해가는 테메레르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건재하다. 아직은 미숙한점도 보이고 때로는 아이를 물가에 내어놓은 심정이 들게하는 위태위태한 모습도 보이지만 조금씩 멋진 한마리의 용으로 탈바꿈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 해지고 어째서인지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것을 작가가 새롭게 창조해 내야하는 판타지 소설의 특성상 치밀한 설정과 그것을 위화감없이 자연스럽게 소설속에 녹여내는 작업이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할수있다. 그런면에서 테메레르의 그것은 거의 완벽하다고 느껴진다. 현실세계와 상상속의 존재인 용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로 쓰여진 이작품속에서 용이라는 존재는 결코 허구의 생명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용의 습성, 생활양식, 행동패턴, 가치관, 인간과의 관계에서오는 모든 요소들이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되어 있어서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용이라는 존재가 실존하는 생명체보다도 더 친숙한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게 되는것 같다. 역사적 고증에서라면 모를까 최소한 작가가 만들어낸 설정에서만큼은 옥의티라는 것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테메레르가 비록 저자의 데뷔작이기는 하지만 '나오미 노빅'이라는 작가의 경력을 살펴보면 이런 노련미 넘치는 작품을 써낼수 있었던 데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수긍이 간다. 그녀는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 '네버윈터 나이츠'의 개발에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네버윈터 나이츠를 포함하여 D&D룰 이라는 정형화된 규칙을 적용한 일련의 게임들의 설정이 얼마나 매력있고 방대하며 세밀한지는 롤플레잉팬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고의 팀에서 이미 그런 작업을 거쳤던 작가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에 단지 용이라는 요소 하나를 결합하는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였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들의 사고루틴을 창조해서 이야기로 녹여내는데 있어서는 이미 전문가이자 설정의 엔지니어라고 해도 좋을 이런 작가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수많은 작품을 다 읽어내는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선별해서 읽을수밖에는 없겠지만, 혹여라도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선입관으로 테메레르를 그냥 치지는 말기 바란다. 판타지소설의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꼭 판타지팬들이 아니더라도 테메레르에는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을만한 요소들이 그야말로 넘쳐난다.

 

테메레르는 이제 겨우 시작일뿐이고 앞으로 남아있는 이야기가 더 많건만 언젠가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결말을 맺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섭섭한 감정이 밀려온다. 테메레르가 예정되어있는 6권으로 끝을 낼것이 아니라 일본의 유명한 판타지 소설 구인사가처럼 몇십년에 걸쳐서 백편 , 이백편 계속되는 장수 타이틀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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