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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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에릭 무어는 아름다운 아내와 15살의 외아들 키이스와 함께 별다른 부족함 없는 단란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의 8살 소녀 에이미가 실종되고, 에이미의 베이비시터였던 키이스가 혐의를 받게 된다. 아들 키이스가 정말로 범인인가? 자신의 친형도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혹이 과거의 꺼림칙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현실과 망상 사이에서 에릭은 고뇌한다.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그리고 남동생으로 존재하고 있는 현재의 가족과, 자신이 아들이던 시절의 가족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너무나 씁쓸하고 애절하다.

 

장르를 분류하자면 미스터리나 서스펜스에 속하게 되겠지만, 장르 이전에 인간이 쌓은 업이나 내면의 갈등을 그린 뛰어난 드라마다. 한사람의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면, 가족이 붕괴되는 것 역시 하나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가족은 있고, 언제라도 자신의 가족이 사건의 피해자,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주인공 에릭 무어와 그 가족이 말려든 사건은 특수한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개인적인 번민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소설은 죽음과 대치하는 우리의 자세, 언젠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상이 무너져 내릴때의 마음가짐 같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틀림없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가 모두 좋아하지만은 않는다. 힘든 이야기지만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간에 서로 진지하게 마주보고 있는지, 부부로서 서로를 진정한 인생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지, 혹은 형제간의.... 절망의 나락에 떨어졌을 때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이 정말로 가족이 될까.... 인간은 누구라도 약하고 불안한 생물이다. 가족이란 그 나약한 존재들이 모여 서로를 의지하고 몸을 맞대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깊고, 강한 유대가 필요하다. 가족이라는 것이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는 단지 그 정도의 결합만으로 간신히 세워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가족에게 의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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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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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과거로 돌아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종종 한다. 그러고보면 코흘리개 시절에도 비슷한 상상을 하던 기억이 있는데 여전히 나는 같은 공상속에 빠진다. 대신에 그 상상이 달리는 방향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옛날에는 같은반 여자아이한테 이렇게 했더라면, 시험공부를 미리미리 열심히 했더라면 등등 주로 지난 과오에서 비롯된 현재의 불만족을 바로잡는 타임슬립을 갈구했다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그때로 돌아가 무슨 회사의 주식을 사모은다면, 어떤 경기결과에 배팅할 수 있다면 등등 물질과 관련된 망상이 거의 백퍼센트에 육박한다. 때가 묻은거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보여주는 과거와 현대의 연결에서 이런 불순한 때는 찾아볼 수 없다. 세명의 귀여운 범죄자들이 몰래 숨어들어간 낡은 잡화점이 과거와 연결되는 창구였고, 갑작스럽게 이들 셋이 과거의 상담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게 된다는 설정에서 왠지 코믹한 헤프닝을 기대하게 되지만, 막상 읽어보면 이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에 휩싸인다. 소설속 인물들의 가슴아픈 사연들과 난관을 극복하려는 긍정적인 의지 같은 것을 보면서 나날이 비관적이고 시니컬한 캐릭으로 변모해가던 나 자신에 대해 씁쓸함을 느낀다.

 

감동과 어린시절의 향수가 어우러진, 그리고 무관계해 보이던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고리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드라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작을 하는 작가임에도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을 모두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한작품 한작품의 재미를 느끼고 감탄하고 가끔씩은 실망하는 와중에도 저자의 걸작 중 하나인 <비밀>의 후속편이 나오기를 줄곧 기대하고 있었다. <비밀>과는 그 제목도 내용도 판이하게 다르지만, 미스터리소설인 듯 하면서도 SF소설인듯 하면서도 순애보인듯 한, 향수와 감동이 범벅이 되있는 같은 노선을 걷는 그 후속편이 드디어 나와주었다고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중 베스트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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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의 연애 심리학 - 이성을 끌어당기는 신체언어의 비밀
토니야 레이맨 지음, 강혜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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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어디를 가도 바디 랭귀지는 공통이다.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언어만이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감정을 표현하고 읽어내는 방법을 안다. 언어를 모르는 동물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성을 유혹하는 동물들의 구애의 몸짓이 교육의 부산물이 아니라면 인간이라고 다를 리 없다. 우리의 유전자에도 이성에게 나를 어필하고 상대를 허무는 방법이 이미 입력되어 있다.

 
영 별로인 여자가 의외로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가하면, 멋진 여자가 그다지 연애와는 거리가 먼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성을 유혹하는 신체의 언어다. 전자는 남성들을 유혹하는 몸짓 언어에 능통한 경우일 것이다. 본능적으로든 의도적으로든 남성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동작이 몸에 배어있을 것이다. 후자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줄곧 정 반대의 시그널을 보내서 상대를 밀어내고 있는 가슴아픈 케이스 일 수 있다. 감정표현에 능숙하거나 서툰 사람이 있듯이, 이성을 유혹하는 신체언어에도 스킬이 있다.

 

평소에 이성을 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습관들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이었으며,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를 멀어지게 하고 있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다. 다행히 이제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치 않을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인생이 뒤바뀔지도 모를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이성을 유혹하는 남녀의 신체 매커니즘과 그 동작 하나하나가 불러오는 후폭풍을 알게 되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구애의 몸짓은, 늦은 나이에 아랍어를 배우는 것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어서 좋다. 그저 살면서 틀어진 자세를 교정하듯 잘못된 습관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구애방식의 오류를 털어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혹의 매커니즘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아는 한마리의 여시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것도 그리 어려울것 같지는 않다.

 

연애와 유혹의 핵심은 결코 눈길을 끄는 외모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성을 끌어당기는 몸짓 언어다. 앞니에 심한 충치가 있어서 활짝 웃을수 없는 정도라면 치명적이겠지만, 그렇더라도 그건 치과를 다녀오면 가뿐히 해결될 일이다.

 

한편, 조각같은 외모의 남성을 보면서 아깝다고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 이유가, 자신과 유사한 유전자의 상대임을 알리는 호르몬의 경고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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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세금으로 돈 번다 -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슈퍼리치 세테크
김예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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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재정수입의 확대를 위한 증세정책이 대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하향조정,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강화, 절세 상품의 축소 등등, 이미 한바탕 세금 전쟁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딱히 절세를 도모해야 할 만큼 큰 금융소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지식이 부족해서 세무서를 찾아가 앙망했던 쓰디쓴 기억도 있고, 세금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쌓아두자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인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지식과 절세전략을 배울수 있었다. 문외한이지만 복잡한 세금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을 만큼 딱딱하지 않게 쓰여져 있다.

 

단순히 세무지식을 나열하기 보다는 세금법을 응용해서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의 조세시스템의 취약한 부분을 노려서 이득을 꾀하는 꼼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투자와 증여등을 통해 새어나가지 않아도 될 세금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서민들이 종자돈의 세금을 줄여서 목돈으로 불려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세상품과 절세플랜을 활용한 책속의 절세 사례들을 보면 상속세 13억원을 4억원 미만으로 확 줄인다거나, 세금을 아예 내느냐 안내느냐로 상황이 달라질만큼 절세전략의 위력은 크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하는 등 자산가들은 이미 발빠르게 절세에 대비하고 있지만, 세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은, 응당 받아야 할 세금 혜택마저도 흘려보내기 쉽상이다. 부자라서 세테크를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의 종합적인 자산관리에 대한 마인드와 노력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세금에 대한 지식은 필요하다. 지금의 지식이 부자가 되는 발판이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절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금융업 종사자들에게도 유용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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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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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도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치루.

업무상 찾아간 화재현장에서 한때 자신에게 매달렸던 미팅 상대남과 재회하게 된 쇼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명수배 된 옛 연인을 만나러 간 곳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는 미쿠.

집요하고 폭력적인 남자친구와 위험한 여행을 떠나는 미에.

쇼핑몰에 갔다가 애지중지하는 딸을 태운 유모차가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요시에. 

 

자라온 환경도 사연도 모두 다른 다섯 여자의, 각각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집입니다.

 

<열쇠없는 꿈을 꾸다>라는 이 단편집의 제목에 원래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스스로 머릿속에 만들어 낸 방 안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여성들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연이 특이하다고 해서 딱히 유별난 여자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누구라도, 특히 여성이라면 공감하기 쉬운 감정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하면 평소에도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그리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이라 믿었는데 그 결과가 해피엔딩과는 조금씩, 혹은 아주 많이 어긋나 버린 여자들의 심리가 선명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내가 한 일은 올바른 일일텐데, 나는 남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당차고 똑똑한 여자인데,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것일텐데 등등, 자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와 과신으로 실패를 겪게 되고 때로는 상처 입는 여성들.

 

<니시노 마을의 도둑>은 올바르다고 믿었던 신념을 지킨 결과가 자신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의 상실감, 슬픔. 한편으로는 왠지 어린 시절의 안타까운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는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상향조정해서 평가하는가? 씁쓸하지만 재미있는 결말이었습니다.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은 미쿠의 마지막 선택이 납득이 가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기보다는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여자들의 허망하고 미련한 꿈을 본듯한.

<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도 남자의 입장에서는 의아한 면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 남자에게 휘둘리는가?

마지막 단편인 <기미모토 가의 유괴>에서는 출산, 육아와 관련한 여자들의 고뇌를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사고쳤다는 것을 깨닫고 벌이는 마지막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재밌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은 메피스토상 수상작인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부터 꾸준히 읽어왔지만, 그 당시만 해도 라노베 계열의 작가로만 생각했지 이렇게 나오키상까지 수상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면에서는 라이트노벨 작가출신으로 먼저 나오키 상을 수상한 사쿠라바 가즈키와 비교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러한 경험이 지금처럼 다양한 독자층에 어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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