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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바보들 -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지음, 이지연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이란 극단적으로 편향적인 부제입니다만, 일단 본문 안에서는 진보주의자도 잘못된 생각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보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압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보수주의자'라는 것만은 틀림없어서, 이건 조금 위험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출판 당시 미국내 보수파로부터 맹반발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럼 어떤 내용인가 하면, 과학이나 역사, 경제정책 등의 분야에서 보수파가 주장하고 있는 의견을 예로 들고 그 오류를 자세하게 지적한 뒤, '왜 그들은 명확한 오류를 믿어 버리는 것인가?',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뒤에도 어째서 계속해서 믿는 것인가?', '이때 FOX등의 보수파 미디어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등의 분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트랜드라고도 할 수 있는 뇌과학 서적을 자주 접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오류가 증명된 의견을 고수하려 하는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른바 '인지적불협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것과 새로운 정보가 모순되면 그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동적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것에 새로운 수정을 가해 논리적으로 더 탄탄하게 강화시켜 갑니다. 이러한,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픽업해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을 강화해 가는 것에 대해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뿐이라면 진보주의자라 해도 동일하게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결론이 되겠지요. 실제로 원자력 정책이나 환경 문제등의 테마에서는, 진보측의 편견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진보측이 다양한 의견에 너그롭기 때문에 극단적인 원리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적다는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보수주의자는 유언비어에 속기 쉬운 바보다 따위의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보수주의자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선택적 오류에 빠지기 쉽고 자신의 생각에 깊이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결코 뇌의 우열이 아니라, 사고 패턴이 다른 것이 원인이라고 하는 관점으로부터 고찰을 하고 있습니다. 또 재미있게도, 공포에 노출되면 진보주의자조차 보수적인 사고 패턴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보수주의 뇌'를 뒤떨어지는 것, 혹은 손쓸 방법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카니즘에 대해 냉정하게 파악하려 하고 있는 책이다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유언비어나 잘못한 정책 그 자체에 대해서는, 용서없는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만.
상대를 바보 취급하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신봉 하고 있는 이야기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사실을 가지고 반론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서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