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2 : 지하의 리플리 리플리 2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리플리 시리즈 두번째 작이자 <재능있는 리플리>의 속편.
전작에서 디키를 살해하고 6년후, 리플리는 현재 프랑스 대부호의 딸 엘로이즈와 결혼해 파리 교외에서 무엇하나 부족함 없는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어느날 리플리의 아이디어가 발단이 되어 화랑 동료들과 함께 이미 작고한 화가의 이름으로 위조품을 팔기 시작한다. 그런데 미국의 어느 수집가가 자신이 구매한 작품이 위조품임을 깨닫고 검증을 요구하면서 사태는 급변.


매작품이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는 하지만 리플리가 변장하는 대목은 이번에도 재탕으로 등장한다. 전작에서도 남의 흉내나 목소리를 흉내내는데 일가견이 있던 리플리는 이번에도 죽은 화가로 변장해 기자회견에까지 나타난다. (그동안 자살한 화가의 위조품을 계속 내기 위해서 실은 화가가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저자의 다른 소설에서도 틀림없이 변장하는 장면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변장하거나 무언가로 변신하는데에 이끌리는 취향일지도. 이른바 변장 페티쉬랄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사이코 서스펜스의 명수이자 그 심리묘사로 정평이 나있다. 대체로, <재능있는 리플리>든 <지하의 리플리>든 범죄를 감추거나, 범인이 경찰의 수사를 뿌리치고 감쪽같이 도망간다거나 하는 서스펜스 자체가 주목적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는다. 애당초 톰 리플리라는 인물은 죄라든지 선악과 같은 것에 대해서 전혀 게의치 않는다. 악인이기 때문에 게의치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치 어린아이처럼 선악 그 자체에 대한 관념을 모르는 듯한 천진난만한 면이 있어서 놀랍게도 자기자신이 살해당할 위기에서조차 별다른 감정의 기복이 없다. 또 그의 아내 엘로이즈마저도 범죄사실을 털어놓는 남편에게 자수를 권하거나 힐책하지 않는다. 이런 심리의 움직임이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과는 확실히 다르다. 죄가 스토리 텔링을 위한 도구로서의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결합되어 있는 하나의 흐름에 가깝다.

 

1편의 결말을 봐도 그렇다. 영화의 결말과는 다르게 결말에서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뒷수습을 하지 않는것은, 원래 이것이 서스펜스를 목적으로 한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 사정은 이번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마 그 외의 작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말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은 그처럼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한 추리, 미스터리, 서스펜스 소설로서의 결과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사이코패스라고도 할 수 있는 리플리라는 인물의 심리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과연 어떨지, 충분히 재독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리플리 시리즈는 앞으로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