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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ㅣ 리플리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 첫작을 읽고 난 감상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냐하면 싫은 분위기, 그렇지만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이 상반되는 감정은 스스로도 이해 불가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틀어박혀서 미국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 외아들 디키를 돌아오게 해달라는 대부호 그린리프의 의뢰를 받고, 리플리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돈 걱정 없이 방종하게 살고있는 디키와 만난 리플리는 그에게 이끌리는 대로 이탈리아에서의 자유롭고 즐거운 공동 생활을 시작한다.
리플리에게 있어서 디키는 유쾌한 놀이상대이자 좋은 돈줄이다. 줄곧 디키와의 이런 공동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엄청난 부자인 디키의 주위에는 그런 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리플리 이외에도 더 있다. 디키의 여자 친구 마즈는 이런 리플리를 경계해 디키와의 사이를 갈라 놓으려 획책 한다.
아마도, 마즈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리플리가 디키에게 살의를 품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리플리의 살인은, 어디까지나 전혀 계획한 바 없는 돌발적인 사건이다.
계획성따위는 전혀 없는 리플리. 타인의 인생을 갖고 싶다고 생각만으로 살인을 범하고만 그는 연기력과 행운, 임기응변으로 어떻게든 위기를 비켜나간다. 리플리의 이런 운은, 단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이 사회는 확실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 해도 의외로 이런 식으로 허술함 투성이라는 야유처럼도 느껴진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궁지를 벗어나는 리플리에게,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감정이입해 버린다.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악의를 보란듯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까. 봐서는 안 되는 것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살인 그 자체만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 가는 리플리의 이상성을 집요하게 그리는 저자의 글에는 도덕, 정의, 성선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라는 제목으로 몇십년의 텀을 두고 각각 영화화 된 바 있다. 영화의 결말을 아는 사람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 결말이 다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