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과거로 돌아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종종 한다. 그러고보면 코흘리개 시절에도 비슷한 상상을 하던 기억이 있는데 여전히 나는 같은 공상속에 빠진다. 대신에 그 상상이 달리는 방향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옛날에는 같은반 여자아이한테 이렇게 했더라면, 시험공부를 미리미리 열심히 했더라면 등등 주로 지난 과오에서 비롯된 현재의 불만족을 바로잡는 타임슬립을 갈구했다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그때로 돌아가 무슨 회사의 주식을 사모은다면, 어떤 경기결과에 배팅할 수 있다면 등등 물질과 관련된 망상이 거의 백퍼센트에 육박한다. 때가 묻은거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보여주는 과거와 현대의 연결에서 이런 불순한 때는 찾아볼 수 없다. 세명의 귀여운 범죄자들이 몰래 숨어들어간 낡은 잡화점이 과거와 연결되는 창구였고, 갑작스럽게 이들 셋이 과거의 상담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게 된다는 설정에서 왠지 코믹한 헤프닝을 기대하게 되지만, 막상 읽어보면 이내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에 휩싸인다. 소설속 인물들의 가슴아픈 사연들과 난관을 극복하려는 긍정적인 의지 같은 것을 보면서 나날이 비관적이고 시니컬한 캐릭으로 변모해가던 나 자신에 대해 씁쓸함을 느낀다.

 

감동과 어린시절의 향수가 어우러진, 그리고 무관계해 보이던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고리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드라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작을 하는 작가임에도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을 모두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한작품 한작품의 재미를 느끼고 감탄하고 가끔씩은 실망하는 와중에도 저자의 걸작 중 하나인 <비밀>의 후속편이 나오기를 줄곧 기대하고 있었다. <비밀>과는 그 제목도 내용도 판이하게 다르지만, 미스터리소설인 듯 하면서도 SF소설인듯 하면서도 순애보인듯 한, 향수와 감동이 범벅이 되있는 같은 노선을 걷는 그 후속편이 드디어 나와주었다고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중 베스트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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