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레이븐 - 에드가 앨런 포 단편집 ㅣ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0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2년 5월
평점 :
미국의 작가인 에드가 앨런 포를 소재로 한 레이븐이라는 영화가 소개되었다. 2010년경 소문이 돌기 시잘할 무렵부터 영화를 꾸준히 기대해 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한 대로의 작품은 아니었다. 작품성이나 재미를 운운하기 이전에, 포의 삶과 미스터리한 죽음, 혹은 음울한 작품세계가 영상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던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포를 하나의 캐릭터로서 빌려온 것에 지나지 않는 내용에는 다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제목인 <더 레이븐 (갈가마귀)>은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자 동명의 포의 시의 제목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에드가 앨런 포 작품의 분위기를 빌려오고자 하는 의도였으리라 짐작할 뿐 실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추리소설의 친 아버지가 에드가 앨런 포(1809~1849)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알고보면 그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집필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60편 남짓한 소설은 대부분이 환상과 괴기로 물들여진 것들이고, 순수한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얼추 4~5편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시인, 소설가, 비평가, 편집자로 활동하면서 그가 집필해 온 글들을 보면 여행기, 심리소설, 상징주의 문학, 과학소설, 역사 소설, 감상적 로맨스, 고딕소설, 정치적 풍자, 추리소설등 그 장르가 실로 다양하다. 이 작품집에는 그 중에서도 공포, 추리, 환상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13편의 단편과 한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언뜻 에도가와 란포라던가, 공포만화가인 이토준지를 생각나게 하는 이 단편들의 기괴함은 지금에 와서 보면 딱히 공포라고 할 정도의 섬뜩함은 아니지만,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의식의 흐름이 주는 그 분위기가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음울하다. 아마도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정서로 똑같은 것을 만들어내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추리소설로 돌아와 보자면 1841년에 쓰여진 <모르그 가 살인사건>이 바로 포의 기념비적인 첫번째 작품이다. 그외에 <마리 로제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 <황금벌레>를 포함해 이책에 실려있는 이 4편 정도로, 명탐정 오귀스트 뒤팽이 귀납적 추리에 의해 범인과 범행 방식을 보기좋게 밝혀낸다는 패턴.
억측이나 직감에 의존하지 않은, 논리의 시행착오에 의한 수수께끼의 해명이라는 본격 추리소설의 원형이 바로 포의 작품을 통해 태동한 것이다. 몇 편 안되는 이 단편으로 포는 추리소설이라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문학의 원형을 창조한 것이다.
그가 창조핸 낸 뒤팽이라는 인물 역시 명탐정의 선조로서 셜록 홈즈를 필두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탐정이 탄생하는데에 힌트가 되어 주었다. 화자인 '나'가 뒤팽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스타일이나 심리적 맹점을 노린 트릭 등등 현재에도 포의 흔적은 곳곳에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