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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ㅣ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바로 전에 읽었던 오가와 요코의 책이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라는 복잡한 제목의 장편소설이었기 때문에 그것과 비교하면 <바다>라는 심플한 제목은 그것만으로도 단편집이라는 느낌이 물씬난다. 제목만큼이나 간결한, 그렇지만 울림이 큰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오가와 요코의 단편은, 장편과는 달리 복잡한 줄거리나 이따금 보이는 장황함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다시한번 앞으로 돌아가서 되풀이 해 읽게 만들거나 하는 저항감 없이 시원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오가와 요코의 문장은 정말 아름답다. 특별한 문장을 만들어 낸다기 보다는 단어를 정렬하는 그 배열만으로도 풍부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느낌.
가장 오가와 요코스러운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바다>. 저자의 작품에는 종종 세상에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특출한 물건이나 존재가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명린금이라는 특이한 악기다. 이 악기는 '나'의 여친의 남동생이 발명했기 때문에 유일한 연주자가 그 남동생 뿐이라는 설정인데, 바다에서 나는 재료만으로 이루어진 이 악기는 입으로 숨을 불어넣기만 하면 스스로 음악을 연주한다. 연주자는 어디까지나 바람, 그것도 바닷바람이다.
이 <바다>는 나와 여친의 관계가 아닌, 그녀의 남동생과의 연결이 주가 된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표현에서는 어딘가 사회적 동물로서의 테크닉이라던가 표면적인 연결의 뉘앙스를 아무래도 느끼게 되지만 오가와 요코의 소설에는 이 연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조용하고, 깊은 곳으로부터의 연결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작품집 전체로 볼때 가장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단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이라는 두번째 단편.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요한이라는 옛 연인을 만나러 오스트리아 빈을 찾은 노부인의 이야기인데 다소 유머러스한 결말로 안타까운 죽음의 무게까지도 친숙하게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이다.
<병아리 트럭>은 가장 쉽고 따뜻해지는 단편. 가족도 없는 중년의 한 호텔 도어맨과 그가 세들어 있는 집의 6살 소녀의 교류를 그리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서투른 둘의 연결이 사소한 사건이나 행동을 통해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더불어 해피엔딩이라 상쾌한 기분으로 읽을수 있었다.
오가와 요코만이 가능한 편집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짧지만 하나같이 경쾌하면서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갯바람과 같이 묘한 향수를 담고 있다. 바다가 있는 곳으로 기차여행을 할때 이 책이 있으면 틀림없이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