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미국작가의 미스터리 소설에는 등장 인물들이 메이저 리그 팀의 시합을 보러 가거나 특정선수의 스토리에 일희일비하는 장면이 자주 그려진다. 때로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와 관련한 명언을 남기게 하기도 한다. 미스터리도 스포츠도 모두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그런 장면을 읽으면 빙그레 얼굴이 되어 버린다. 특히 미스터리 소설속에 등장하는 단골팀은 보스턴 레드삭스. 악당들의 섬도 그렇다.

 

미국 탐정 작가 클럽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 신인상이라고는 해도 저자인 브루스 디실바는 65세가 되어서야 데뷔했고, 무엇보다 40년 이상을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작가인만큼 그 커리어를 살린 이 소설은 읽기 전부터 많이 기대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방 신문 기자인 주인공 멀리건은, 자신의 고향인 로드아일랜드에서 일어나는 의심스러운 연쇄 방화 사건을 쫓는다. 이 연쇄 방화 사건을 축으로, 그를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아슬아슬인 필치로 그린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라고나 할까.

중년의 멀리건은 아내와는 이혼 소송중이고, 특종을 연발하는 수완좋은 미녀 기자와 사귀고 있다. 예전에 경찰의 부정을 고발한 전력이 있는 그는 이번 연쇄 방화 사건에서도 경찰의 무능함을 기사에서 다루고 있어서 경찰에게는 눈엣가시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일에 관해서는 유능하지만 완고하고 신념을 굽히지 않는 성격때문에 신문사 상사의 입장에서도 골칫거리가 아닐수 없다. 그야말로 드보일드의 주인공에 딱 어울리는 인물 설정.

이야기는 시종 주인공 멀리건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리얼리티 넘치는 멀리건의 말투나 행동 등에서 풍기는 인간미는 확실히 현대적인 하드보일드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오랜 친구마저 앗아간 연쇄 방화 사건의 진상을 쫓는 가운데 경찰이나 신문사 상부와  충돌을 일으키고,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지고 나서는 함정에 빠져 절체절명의 상황에 몰린다. 회한과 허무주의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사건에 전념하는 멀리건.

그리고, 번뜩임과 추리로 수수께끼의 전모를 밝혀내 기사회생의 반격을 계획한다. 그 계획이 보기좋게 들어맞아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김없이 얻어맞는 뒷통수 라는 플롯도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 각 장의 길이가 짧아서 쉽게 읽히는 구성과, 긴장되는 스토리. 다 읽고 난 지금에 와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하드보일드의 정형이었다고 생각된다.

 

예의 병들어 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타인의 죽음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고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꿈틀거리는 거리.
그런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자신이 나고 자란 소중한 거리를 구하려는 신문기자. 그리고 연쇄 방화마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마음을 뜨겁게 해주었다. 사건의 결말이라기 보다는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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