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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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43

"아버지! 어디 계세요! 이 모든 고통을 아시겠지요?" "암, 내가 여기서 보고 있다!"


현재 우크라니인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이 카자크인인데, 고골의 <타라스 불바>는 카자크인의 민족성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나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밀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너희들은 보물처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냐? 너희들의 보물은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저 넓은 초원과 좋은 말이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보물이란 말이다. 이 칼 보이지? 칼이 진짜 너희들 엄마다! 너희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야. 학교, 온갖 책들, 사전, 철학이고 뭐고 말짱 헛것이지! 난 그런 것들에 다 침을 뱉을 거다.] P.10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카자크인은 완전 마초 그 자체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수치스러운 것이고, 오직 민족과 종교만이 고귀한 것이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한 전쟁만이 존재의 목적이었다. 주인공인 '타라스 불바'에게는 '오스타프'와 '안드라'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타라스 불바'는 아들들을 진정한 카자크인을 만들기 위해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쟁터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교를 능욕했다는 핑계로 폴란드를 침공한다.

[여러분, 주정뱅이 여러분! 이제 맥주는 충분히 마셨습니다. 또 방바닥에 누워서 충분히 빈둥거렸습니다. 또 파리에게 여러분들의 통통한 살점도 충분히 먹였습니다. 이제는 기사의 명예와 영광을 얻기 위해 일어나야 합니다! 농부 여러분, 양치기 여러분! 그리고 호색가 여러분! 쟁기질을 하면서 누런 신발도 충분히 더럽혔습니다. 계집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기사의 힘을 헛되게 쓴 것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카자크의 명예를 드높일 때입니다.] P.18



카자크인들은 무자비하게 폴란드 마을을 학살하고, 타라스 불바와 아들들은 선두에 서서 대단한 활약을 한다. 결국 마지막 목적지인 두브노 도시로 항하지만, 이곳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그들은 성 외곽에서 포위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참아라, 카자크잖아. 그래야 아타만이 되지! 전투 시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할 일이 없을 때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꾹 참고, 어떠한 일을 당하더라도 자기주장을 꿋꿋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훌륭한 군인이다."] P.83



타라스 불바의 첫째 아들인 오스타프는 그의 아버지와 너무 닮아서 호전적이었고, 반면 둘째 아들 안드라는 감성적이었는데, 결국 전장에서 두사람의 성향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발산되게 된다. 둘째 아들은 어린시절 첫눈에 반했던 폴란드 여인이 두브노 성 안에 있는걸 알게 되고, 결국 가족과 조국을 버리고 폴란드 쪽으로 전향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둘째는 아버지와 형의 적이된다. 카자크중에서도 초강성인 타라스 불바는 과연 카자크인의 명예를 더럽힌 둘째 아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내 조국이 우크라이나라고 누가 말했소? 누가 내게 우크라이나를 조국으로 주었소? 조국이란 우리 영혼이 찾는 것이어야 하오. 그래야 무엇보다도 더 그리운 법이오. 내 조국은 당신이오! 나는 당신을, 내 조국을 가슴에 안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겠소. 카자크 중 누가 이 조국을 떼어 내려고 하는지 한번 봅시다!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팔거나 내주겠소. 내 그런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소!"] P.112



반면 첫째 아들인 오스타프는 동생의 변절은 동생의 잘못이 아닌 폴란드의 악행이라고 생각하고, 더 격렬하게 폴란드에 저항한다. 하지만 결국 전투에서 패배하게 되고, 폴란드에 포로로 끌려가게 되지만, 오스타프는 끝까지 카자크인의 자존심을 지킨다.

[자기 아들 오스타프를 보았을 때, 늙은 불바가 무엇을 느꼈을까? 그때 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군중 속에서 그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사형장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오스타프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제일 먼저 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는 동지들을 돌아본 다음, 한 팔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느님,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여기 서 있는 이단자들이 보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중 누구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게 해주소서!"] P.205



타라스 불바는 첫째의 비극적인 마지막을 몰래 목격하고, 이후 폴란드를 탈출한다. 폴란드에 대한 그의 적개심은 극대화 되면서 폴란드인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계속 하게 된다. 민간인이든, 어린애든 상관없이. 과연 피에 피를 부르는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작품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고골의 카자크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카자크인은 실제로 저런 모습이었을까? 게다가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카자크인을 까는(?) 것처럼 그리기도 한다. 특히 타라스 불바의 두 아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카차크인은 결국 몰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카자크인의 피에 흐르는 전투정신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러시아ㅡ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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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6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떡 하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쟁... 이 시국에 더욱 읽어봐야할 작품이네요.
그리고! 새파랑님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12-16 11:38   좋아요 2 | URL
저는 달인은 아닌것 같지안 어쨋든 뽑아주니 즐겁네요 ㅋ 저도 스콧님 리뷰 보고 읽어서요 ㅋ 요책은 화가님 스타일이실듯 합니다~!!

은하수 2022-12-16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우크라 전쟁은 저도 얼른 끝나기를 기도합니다. 이 추운 겨울을 어찌 나고 있을지...

새파랑 2022-12-16 11: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전쟁이 그래도 금방 끝날지 알았는데 안그러네요 ㅜㅜ 더이상 피해가 없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ㅜㅜ

coolcat329 2022-12-16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 역사 책 보다보니 이 책 읽고 싶더라구요~고골의 카자크인 묘사 저도 궁금하네요 😊

새파랑 2022-12-16 13:40   좋아요 1 | URL
ㅋ 카자크인 완전 마쵸 입니다. 이런 거친 민족이 지금까지 있었나? 싶습니다 ㅋ 고골의 글이어서 완전 재미납니다~!!

그레이스 2022-12-16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합니다~~

새파랑 2022-12-16 13:4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ㅜㅜ
연초부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라니 ㅜㅜ

Falstaff 2022-12-16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자흐 인종들을 만나셨으면 기어이 돈강 까지 가시리라 믿습니다. ^^

새파랑 2022-12-16 19:19   좋아요 3 | URL
와우 추천 감사힙니다. 골드문트님 리뷰 보니 돈 강 꼭 읽어야 겠네요 ㅋ 검색들어가겠습니다~!!

scott 2022-12-16 2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럽 대륙 최악의 싸움꾼 카자크!


고골의 묘사미는 쵝오죠!

문트님은 돈 강 추천

저는 이자크 바벨 작품 추천 ^0^

새파랑 2022-12-17 09:16   좋아요 3 | URL
이자크 바벨 첨 들어보지만 찾아보겠습니다~!! 카자크인은 정말 호전적인거 같더라구요 ㅋ 우크라이니가 다르게 보입니다 ^^

yamoo 2022-12-17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골의 작품은 모두 다 재미있는 것들 뿐이죠. 고골만큼 이야기꾼인 작가도 드뭅니다.

저는 고골의 단편선 추천!ㅎ

새파랑 2022-12-17 21:40   좋아요 2 | URL
고골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었던건 다 좋더라구요 ㅋ 전 팽귄클래식 버젼으로 고골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더 찾아봐야 겠습니다 ^^

북프리쿠키 2022-12-18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골 옹은 레전드죠 ^^

새파랑 2022-12-18 16:05   좋아요 2 | URL
레전드 오브 레전드 입니다 ㅋ 현실세계의 러시아는 좀 별로지만 고전의 러시아는 너무 좋습니다 ^^

희선 2022-12-19 0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골 소설은 <외투>밖에 모를지도... 이 고골이 그 고골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외퉈>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소설을 보면 우크라이나 더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12-19 12:08   좋아요 3 | URL
고골의 <코>도 유명합니다 ㅋ 이 고골이 그 고골 맞습니다 ^^

mini74 2022-12-21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초등학교 문고판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이해가 안갑니다. 왜 이 책이 어린이용으로 나왔었는지..표지에 마치 술에 취한듯 코가 빨간 남자들 그림이 기억나요.
저도 이 책 찜해봅니다. ^**^

새파랑 2022-12-21 16:27   좋아요 1 | URL
역시 초등학교때부터 독서천재였던 미니님~!! 이 책은 표지부터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