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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
헤르만 헤세 지음, 황승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오늘 인생책으로 간직할 만한 작품을 만났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화가인 "클링조어"의 마지막 뜨거운 영혼을 그린 작품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클링조어", 그는 마흔 두살이 되던 해에 자신은 곧 죽을거라는 것을, 자신이 가진 열개의 목숨 중 이제는 하나의 목숨만이 남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 그 누구라도 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생을 오랫동안 지켜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또한, 열 개의 목숨을 가진 클링조어 또한 버텨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라도 오랫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모든 불을, 자신의 모든 화산을 불태울 수는 없으며, 그 누구라도 밤낮으로 계속해서 불꽃 속에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P.11
그럼에도 그는 인생의 즐거움을, 화가로서 작품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면서,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 하며 살아가는 외로운 삶. 그는 마지막 예술의 혼을 불태워서 그린 '자화상'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의 여름은 끝난다.
"도대체 우리가 운명을 바꿀 수 있소? 의지의 자유란 것이 존재하기나 하나요? 만일 그렇다면 점성술사 당신이 내 별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겠소?"
"돌려놓지는 못하지요, 나는 다만 별을 해석할 뿐이오. 돌려놓는 일은 당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의지의 자유는 있습니다. 그걸 마술이라고 하지요." P.67
"이건 선물이 아니오, 진짜 아니오" 그는 다짐하듯이 말했다. "당신이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요." P.80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읽으면서 여러편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클링조어"의 감정에 깊이 공감했는데, 그의 인생관, 내적고민 그리고 외로움까지 "헤세"가 쓴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그의 영혼의 단짝인 "루이스"와 "두보"에게 쓴, 그러나 보낼 수 없었던 편지와 시는 정말 감동이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읽은 "헤르만 헤세"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이 가장 좋았고, 올해 읽은 작품 중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 작품이었다. 이런 보석 같은 작품을 선택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