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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죽어가는 짐승은 누구였을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노교수와 여제자의 관계와 같이 권력에 의해 생성되는 사랑이야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권력이 개입되는 관계는 결코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노교수 ˝데이비드˝가 젊고 매력적인 학생인 ˝콘수엘라˝에게 느끼는 감정이 욕정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친가지로 ˝콘수엘라˝가 느끼는 감정 역시 사랑보다는 동경 이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목도 죽어가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고 한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노교수 ˝데이비드˝는 정말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본능에 충실한 모습과 나이를 먹음에도 위축됨이 없는 저 자신감에 감탄했고, 젊음에 대한 질투까지 하는 그의 열정은 본받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아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가지지 못하는 걸까?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 순간에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있어. 그 안에는 평화가 없고 있을 수도 없어, 우리 나이와 피할 수 없는 가슴 저미는 느낌 때문에, 우리 나이 때문에, 나는 쾌락을 누리지만 갈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나? 없었어. 그전에 예순두 살이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P.54
오늘을 두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은 독자에게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인생의 정적을 피할 수 없다고, 그래서 다 똑같다고...
[노년이란 걸 이런 식으로 생각해봐. 생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 그냥 일상적인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말이야. 곧 마주치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걸 피할 도리가 없어. 영원히 자신을 둘러싸게 될 정적을 그것만 빼면 모두 똑같아. 그것만 빼면 살아 있는 한 불멸이야. ] P.51
인간의 육체가 지닌 한계는 명백하다. 결국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고, 젊음도 아름다움도 갑자기 한순간에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인간은 마지막 순간까지 뜨거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식지 않는 한 인간의 갈망을 그린 작품이다.
Ps. 1. 이 책에서 언급되는 그림을 찾아봤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이었다.
Ps. 2. 야하고 자극적인 문장이 상당히 많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