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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08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상룡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평점 :
‘어쩌면 내가 이런 것을 쓰는 것이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말로 표현되지 못하고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에 읽어보겠다고 선택한 책은 나의 도선생님 마지막 완독 작품인 <미성년> 이었다. 본문만 981페이진 이 작품은 상권, 하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연휴 마지막 날 전날에서야 상권을 다 읽었다. 연휴 내내 책만 하루종일 읽은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4일이나 걸렸다.
이제 책의 절반밖에 안읽어서 결론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상‘권을 읽었으니 리뷰를 써보면, 이 책은 제목처럼 ‘미성년‘인˝아르까지˝(나)를 중심으로 쓰여진 1인칭 소설이다. 1인칭 소설이다 보니 화자의 생각과 행동은 극히 주관적이며, 화자가 바라보는 타인 역시 왠지 왜곡되어 있음이 글의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이는 아직까지 성인이 아닌, 그래서 미성숙하고 열정만 앞서며 판단능력이 서툴고 자신만의 편견에 쉽게 빠지는 ‘미성년‘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얻지 못해도 좋다. 내가 세운 계획이 틀려도 좋다.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설사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내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유는 단지 내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P.154
이 얼마나 패기로운 생각인가.
생물학적 아버지인 ˝베르실로프˝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었던 주인공 ‘나‘는 태어나자마자 홀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자라게 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다소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해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몇번 스쳐만난 아버지에게 왠지 모를 동경과 이에 상반된 분노를 느낀다.
[가슴 속에서 내가 그를 증오했는지 혹은 사랑했는지 한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의 존재는 항상 내 삶의 모든 계획과 나의 온 미래를 에워사고 있었다. 그에 관한 상상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 가슴속에 자리하게 되었으며, 해를 거듭함에 따라 내 마음속어서 더욱더 그 비중이 커갔다.] P.34
시간이 흘러 가족과 함께 하게 된 ‘나‘는 아버지에 대한 안좋은 소문과 잘못된 소문을 듣게 되고, 아버지를 파렴치한으로 오해하여 아버지를 함부로 대하면서도, 자신의 아버지를 모욕하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떠뜨린다. 한마디로 ‘나‘는 아버지 ˝베르실로프˝에게 애증을 느낀다.
이러한 아버지와 아들의 애증관계를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아버지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듯 하다가 다시 오해가 생기는듯 이야기가 나오며, 작품의 후반을 위한 이야기의 골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미성년-상> 은 끝난다.
[하지만 당신은 다만 저를 흔들어 놓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제 내면에 간직한 깨끗한 샘을 흐려 놓았을 뿐이에요! 그렇습니다. 저는 처량한 미성년자입니다. 제 자신도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전혀 분간하지 못하고 있어요. 만일 그때 당신이 제가 앞으로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 주셨더라면, 저도 그 말을 따라 올바른 길로 접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때 저를 당혹스럽게만 하셨어요.] P.467
<미성년ㅡ상>을 읽은 느낌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등장인물이 많고, 인물 이름의 약칭/애칭이 많이 섞여있으며, 게다가 이름까지 비슷하다 보니 햇갈려서 앞부분으로 다시 가서 확인하고 이해하는 추가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연휴여서 책만을 집중해서 오래 읽을수 없다보니 책을 다시 폈을 때에는 앞장을 조금 읽어봐야 했다.
그럼에도 책의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고, 뭔가 떡밥을 쉴새없이 던져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이 ‘미성년‘, 즉 성숙하지 않다보니 왠지 철없고 패기만 넘치던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좋았다.
<미성년-하>도 곧 읽어야 겠다. 이번주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