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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ㅣ 펭귄클래식 61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사실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특히 팽귄클래식 레드 에디션에 포함되어 있는 책이어서 왠지 호기심이 생겼는데, 마침 방문한 우주점에 이 책이 있어서(레드 에디션은 아니지만) 중고로 구매했고, 뭔가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읽을 책들을 제쳐두고 읽었다.
그런데 이런...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작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라는 작가가 쓴 책으로,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예상했어야 했는데, 이 책은 ‘마조히즘‘을 소재로 한 책이었다. 한 여인을 너무 사랑해서 그녀의 노예가 되는걸 자처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는 여인에게 복종하면 할 수록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다.
[욕망하는 쪽은 남성이고, 여성은 그 욕망의 대상이죠. 이것이 여성이 갖는 전적이고도 결정적인 이점이에요. 자연은 남성이 지닌 열정을 통해 남성을 여성의 손아귀에 넘겨주었어요. 그러나 남성을 자신의 종으로, 노예로, 한다미로 노리갯감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깔깔대며 차버리지 못하는 여자는 뭔가 잘못된 여자에요.] P.12
하지만 하필 그녀는 아름다운 모습과 달리 변덕과 모순이 심한 쾌락을 즐기는 여성으로, 첫인상과는 달리 점점 그녀는 노골적으로 그를 함부로 대하게 되고,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생활적으로도 그를 노예처럼 부리게 된다.
[여자들의 사랑은 늘 관능과 정신적인 애착이 뒤섞여 있는 상태죠. 여자의 마음은 남자를 영원히 사로잡기를 원해요.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은 늘 변덕에 내맡겨져 있지요. 그렇게 해서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행동이나 성격상으로도 자신의 생각과 달리 거짓과 위선을 행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성격도 망가지는 거에요.] P.91
이러한 노예 생활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건 그의 마조히즘 성향뿐만 아니라 그녀가 언젠가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랑했던 여인 앞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고 나서야 이 사랑이 비정상이라는 걸 깨닫게 되고 결국 그녀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누구나 결국에 가서는 삼손처럼 되는 거대. 결국에 가서는 싫든 좋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반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 여자가 무명 코르셋을 입었든, 아니면 담비 모피를 입었든 간에.‘] P.223
좋은 의미에서 해석해 보자면 뭐든지 일방적인 관계는 결국 안좋게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쪽은 시간이 갈수록 비굴해 질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잘못된 관계라는 걸 알더라도 중간에 멈추기는 쉽지 않으며, 결국 파국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끝낼 수 있다. 다만 소재가 너무 극단(?)적이다 보니 이러한 해석은 다소 지나친 해석일 수도 있다.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으로, 영화나 예술작품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었으며, 독일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뭔가 매력이 있는 작품이긴 하나,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재미는 있다. 다음 페이지가 너무 궁금해서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Ps. 이 작품의 주요 소재는 ‘모피‘와 ‘채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