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단편의 유형은 무엇인가요?  짧은 독서 인생이지만 그래도 단편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책을 몇편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았던 단편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체호프˝와 ˝모파상˝ 을 들 수 있겠다.

이들 작품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착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인간의 악하고 취약한 본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얼마전에 운전하면서 ˝오 헨리˝의 단편집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뭔가 이야기가 감동스러운 측면이 있어서 좋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었다. 뭔가 감동을 주기위해 쓰여진 이야기라는 느낌? 하지만 주말에 ˝모파상˝의 단편들을 읽으니 ˝이게 내가 좋아하는 단편 스타일이지˝하는 느낌을 받았다.

열린책들 35주년 세트에 포함되어 있는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에는 <비곗덩어리>, <두친구>,<목걸이> 등 세 작품이 실려있다. 나는 예전에 이 세 작품을 모두 읽어봤어서 새롭지는 않았는데 다시 읽어도 너무 좋았다.


1. 비곗덩어리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을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수를 위한 한 사람의 희생을 정당하게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보블전쟁을 배경으로, 열명의 피난민이 마차를 타고 도망가는 도중 프로이센의 점령지에 발이 묶이게 된다. 이 피난민 무리에는 부르주아 부부 3쌍, 2명의 수녀, 1명의 민주주의 투사, 그리고 비곗덩어라 불리는 화류계 여인 ˝엘리자베트˝ 가 타고 있었다.

프로이센 점령지역의 책임장교는 피난민 무리에 있는 ˝엘리자베트˝의 접대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피난민들의 발을 계속 묶을 것이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애국심이 투철하고 자존심심이 강한 ˝엘리자베트˝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하지만 피난민 무리들은 그녀 앞에서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은연중에 ˝엘리자베트˝의 접대를 강요하게 되고 심지어 함께 있던 수녀들 마저도 이러한 아이러니를 묵인하게 된다.

결국 피난민들의 강요와 그들의 탈출을 위해 ˝엘리자베트˝는 결국 마지못해 프로이센 장교에게 접대를 하게 되고, 다음날 피난민의 마차는 출발하게 된다. 하지만 3쌍의 부르주아 부부는 ˝엘리자베트˝에게 감사하는 태도는 커녕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고, 식사를 준비하지 못한 ˝엘리자베트˝에게 음식을 권하지도 않는다.

결국 그녀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의해  서로운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다. 목숨 앞에서 그렇게 비굴하게 굴고 방관하던 그들은, 목숨이 보장 받게되자 그들은 그녀의 희생따위는 무시한다.

과연 경멸받을 행동을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2. 두 친구

˝사는게 그런 거지˝ 그가 말했다.
˝죽느게 그런 거라고 말해야지˝ 친구가 고쳐 말하며 웃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두 친구는 프로이센과의 접경지역인 ‘센강‘으로 낚시를 간다. 두 친구는 낚시를 하러 가면서 ˝프로이센군을 만나면 어떻하지?˝라는 친구의 질문에, ˝생선이나 한 마리 튀겨 주지 뭐˝ 하고 대답한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프랑스인 두 친구는 프로이센군에게 체포되게 되고, 두 친구는 프로이센군들로 부터 프랑스 초소의 암구호를 말하라고 협박을 받지만, 두 친구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두 친구는 처형당하고, 프로이센 장교는 두 친구가 잡은 물고기를 산채로 튀겨라고 지시하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애국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삶과 죽음에 관한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고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3. 목걸이

가난한 집안의 부부인 루아젤 부부, 그들은 장관 관저에서 열리는 연회헤 초대를 받게 된다. 하지만 부인인 ˝마틸드˝는 차려입을 옷이 없다고 남편에게 한탄하고, 남편은 그녀에게 값비싼 옷을 사주게 된다. 그렇게 옷을 샀지만 그녀는 이번에는 장신구가 없음을 한탄하게 되고, 장신구를 살 돈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의 부유한 친구인 ˝포레스티˝ 부인을 찾아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리게 된다.

다이아몬드를 착용하고 연회에 참석한 그녀는 연회에서 주목을 받게 되고 커다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도 잠시, 그녀는 자신이 친구에게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놀라게 되며, 찾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찾지 못한다. 결국 친구에게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숨긴 채 큰 빚을 지고 친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유사한 제품을 사서 친구에게 돌려준다.

부부는 빚을 갚기 위해 집도 옮기고, 하녀도 내보내고,  미친듯이 일한다. 결국 10년동안 일을 하면서 빚을 청산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삶과 행복을 잃어버린다.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부부의 인생은 어땠을까? 확답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이 작품 역시 인생에 대한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지나친 욕심과 자존심이 인생을 어떻게 나락으로 빠뜨리는 지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언제나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비곗덩어리>에는 3편의 단편만 실려 있어서 다소 아쉬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파상˝ 단편집은  ‘팽귄 클래식‘에서 출판된 <어떤 정염> 하고, ‘민음사‘에서 출판된 <두 친구> 이며, ‘열린 책들‘에서 출판된 모파상 단편집은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의리 차원에서 혹시 안 읽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면 읽어봐야 겠다.

ps. 생각해보니 막장 중의 막장이라는 장편 <벨아미>를 구매해 놓고도 아직 못읽고 있는데, <벨아미>를 먼저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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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2 22: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새파랑 2021-08-22 22:57   좋아요 6 | URL
ㅋ 리뷰를 쓸 시간이 없어서 이제 썼습니다. 모파상 완전 좋아요 😆

scott 2021-08-23 01:05   좋아요 4 | URL
단편의 황제 모파상

장편의 막장은 19세기 아침드라마 스톼일 ㅋㅋㅋ

새파랑 2021-08-23 12:07   좋아요 2 | URL
아침드라마 본지가 언제인지! 역시 단편 잘 쓰는 사람은 장편도 좋나봐요~!! 다재다능 모파상😆

붕붕툐툐 2021-08-22 23: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오 헨리 의문의 1패!
당근 제 취향도 모파상 쪽입니다!!ㅋㅋㅋㅋㅋㅋ
아, 2등!!^^

새파랑 2021-08-22 23:08   좋아요 6 | URL
오 헨리보다는 모파상~!! 근데 전 모파상 보다는 체호프에 한 표~!!

페넬로페 2021-08-22 23: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인간군상의 적나라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가가 모파상이죠. 어릴때 목걸이 읽고 넘 안타까웠어요. 나이들어 읽는 모파상은 어떨지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주말도 새파랑님은 독서와 함께🥰📚📗

새파랑 2021-08-22 23:11   좋아요 6 | URL
다시 읽어도 좋으실거라 확신합니다 ㅋ 사실 주말에 이 책 저 책 들춰만 보고 끝났어요~ㅋ 더블린 사람들과 오이디푸스왕, 그리고 열린책들 35주년 이방인만 가방에 넣고 다녔어요 🙄

막시무스 2021-08-23 00: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둘 다 안 읽어본 1인입니다!ㅎ 악한 인간, 취약한 본성이라는 주제의식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시리즈 완독 응원할께요!ㅎ

새파랑 2021-08-23 07:01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이제 25퍼센트 읽었네요 ㅋ 열리책들 35주년 세트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서 막시무스님은 대부분 읽으셨을거 같아요~!! 모파상 완전 좋아요 😆

희선 2021-08-23 0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비곗덩어리> 제목은 알았지만 무슨 이야긴지 몰랐는데 지금 알았네요 사람들이 그렇지요 목숨이 위험할 때는 도와달라고 하지만, 그때가 지나가면 아주 달라지죠 모두가 힘을 합쳐서 위험을 벗어나는 게 좋을 텐데... <목걸이>는 읽지는 않았지만 아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목걸이를 빌리고 연회에 가다니, 그냥 갔으면 좋았을 텐데 싶습니다 친구한테 사실대로 말했다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희선

새파랑 2021-08-23 07:04   좋아요 4 | URL
비곗덩어리는 보바리부인의 ˝플로베르˝가 극찬!을 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ㅋ 참 다른사람들에게 잘보이고 싶은 욕망이 뮌지 ㅡㅡ 사서 고생하는 불쌍한 이야기 😅

독서괭 2021-08-23 0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비곗덩어리 읽고 나서 자세히 읽으려고 실눈 뜨고 읽었어요 ㅋㅋ
전 <벨아미>는 봤습니다(헷).

새파랑 2021-08-23 07:06   좋아요 3 | URL
실눈까지 😆 벨아미 읽으셨군요~!! 제가 금방 읽어 보겠습니다. 전 모파상 장편은 여자의 일생, 삐에르와 장 두편만 읽어봤는데 단편이 더 취항인거 같더라구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3 0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모파상. 모파상은 진정 단편의 고수입니다. 마지막 장면들에서 거의 매번 아니, 머라, 세상에, 이런 감탄사들을 내뱉게 했죠. 근데 목걸이 외, 기억 나는 이야기들이 없네요 ㅋ

새파랑 2021-08-23 07:06   좋아요 3 | URL
고수를 알아보는 고수 책읽기님~!! 기억 안나시더라도 다시 읽어보시면 확 기억이 나실거에요 😆

blanca 2021-08-23 0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벨아미> 안 읽으셔서 부러워요. 정말 재미있어요. ^^

새파랑 2021-08-23 09:41   좋아요 3 | URL
와 ㅋ 안읽은게 부러울 정도면 정말 재미있나 보네요. 이번주에 꼭 읽어봐샤 겠어요😄

mini74 2021-08-23 1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곗덩어리 읽으면서 엘리자베트에게 마지막에 다들 등 돌릴때 얼마나 화가 나던지여 ㅠㅠ 새파랑님 열심히 읽고 계시는 군요. 저는 자꾸 딴 길로 ㅎㅎㅎ *^^*

새파랑 2021-08-23 12:03   좋아요 3 | URL
저도 화딱지가 나서 🤨 일단 저는 책의 범위가 좁아서 🤭

mini74 2021-08-23 12:05   좋아요 3 | URL
아니에요 ㅠㅠ 저 어릴 적부터 집중력 부족ㅠㅠㅠ ㅎㅎㅎ

새파랑 2021-08-23 12:08   좋아요 3 | URL
알라디너 티비 보면 미니님은 집중력 갑이십니다 😁

청아 2021-08-23 1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벨아미>읽고 있어서 또 깜짝ㅋㅋㅋ58페이지까지 읽고 영화도 봤어용 저도 다크한 이야기들 좋아합니다. 다크나이트부터...ㅋㅋㅋㅋ
웃긴것도 좋아하고.진지한거랑..음 싫어하는 장르가 없는거네요😆
미니님한테 전염되어 딴길로ㅋㅋㅋ

새파랑 2021-08-23 12:04   좋아요 3 | URL
앗 언제 시작하셨는지 ㅋ 저도 곧 벨아미 따라갑니다~!!

scott 2021-08-23 20:53   좋아요 2 | URL
벨아미 영화도 잼 납니다
스탕달 속 남주 들과 다른 마력이 ㅋㅋㅋ




새파랑 2021-08-23 21:07   좋아요 2 | URL
벨아미 영화는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군요 ㅋ 잠깐 검색해보는데도 막장의 향기가 🙄

파이버 2021-08-23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곗덩어리 저는 너무 순수한때 읽어서 화류계도 모르고 접대도 모르고 이야기 의미를 이해 못했었어요ㅎㅎ 두 친구는 못 읽어봤는데 결말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어찌 생각하면 말이 씨가 된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23 20:05   좋아요 3 | URL
비곗덩어리 내용이 약간 그런 측면이 있죠 🙄 두 친구는 짧은 편인데, 재미있어요. 두 친구가 너무 쿨하게 행동하고 대화를 해서 비극성이 배가 되는거 같아요~! 이런 극단의 등장인물과 비극성 때문에 모파상의 이야기가 재미있는거 같아요~!!

scott 2021-08-23 20:52   좋아요 3 | URL
파이버님 전 큰 엄마가 초딩 졸업 선물로 모파상 단편+장편을 ㅎㅎ

다 읽고 충격을 ㅜ.ㅜ

초딩 2021-08-28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좋은 날 되세요~

새파랑 2021-08-28 14:04   좋아요 0 | URL
와우 ㅋ 감사합니다. 전 전생에 모파상 친구였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