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나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은 ˝클라리사(댈러웨이부인)˝가 하루동안 경험하고 대화하고 생각하는 것들과, 그녀 주위의 인물들이 그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종합적으로 쓰여있는 책이다.

일단 이 책은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하지만, 많은 집중을 요구하는 책이다. 문단이 바뀔때마다 화자가 바뀌므로 이게 누구의 생각인지 찾아야 하고, ˝클라리사˝와 ˝샙티머스˝의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진행되므로 의식을 집중하지 않으면 이게 뭐야? 하고 좌절할 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고, ˝버지니아 울프˝가 문장으로 표현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우와˝ 하고 감탄하게 된다.

(이후 리뷰는 저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주간적 감상으로, 책의 전체 내용을 포함하는 건 아님)


˝클라리사˝에게는 과거에 ˝피터˝라는 첫사랑 연인이 있었다. 둘은 서로 사랑했지만 그는 ˝클라리사˝의 속물근성을 비판했고, ˝클라리사˝ 역시 그의 강압적인 태도를 못견뎌 했으며, 결국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차이를 느끼고 해어지게 된다.

그 후 ˝클라리사˝는 그녀의 독립과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지만, 다소 사랑의 감정이 부족해 보이는˝리처드˝와 결혼을 하게 되고, ˝피터˝는 쫓겨나듯이 인도로 가게 되어 낙오자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클라리사˝의 결혼 생활 역시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고독했었고, 그녀는 ‘파티‘라는 것에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녀의 파티! 아 바로 그거였다. 그녀의 파티! 피터와 리처드, 두 사람 모두가 그녀를 부당하게 비판하고 부당하게 비웃는 것이다. 파티 때문에. 바로 그거였다. 파티 때문이었다] 160페이지


30년이 지난 오늘, 그녀는 왠지 즐거운 기분이 든다. 오늘도 파티를 위해 꽃을 사러 가고 파티 준비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의 집에 첫사랑이었던 ˝피터˝가 나타난다. ˝피터˝를 만나면서 그는 그와의 옛기억을 떠올리며, ˝피터˝와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터˝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한 감정을 상기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한다.

[만일 내가 이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이 명랑함이 온종일 내 것이 되었을텐데.] 65페이지


˝피터˝가 방문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편˝리처드˝는 그녀를 위해 꽃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하고싶었던 말 ˝사랑하오˝를 끝내 하지 못한다.

첫사랑인 ˝피터˝의 만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남편인 ˝리처드˝의 꽃선물 때문있을까? 아니면 오늘 열리는 ‘파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오늘 하루를 가장 아름다운 날로 생각하게 된다.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좀 더 천천히 지나갔으면, 좀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싶었다. 어떤 즐거움도, 하고 그녀는 의자들을 바로 놓고 책 한권을 서가에 꽂으며 생각했다.] 241페이지


그녀는 결코 속물이 아니었다. 그녀의 ‘파티‘는 그녀의 삶이었으며, 그녀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오늘밤도 앞으로도 계속 ˝클라리사˝의 파티는 계속될 것이다. 주위에서 속물이라고 하든지, 비난하든지 상관없이 그녀만의 방식으로.

반면 이 책에서 병렬구조로 등장하는 ˝샙티머스˝는 전쟁에 대한 참혹한 기억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과거에 괴로워 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도 어쩌면 샙티머스가 느꼈던 불안한 삶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쨋든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누구나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맞다, 틀리다 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사는 거니까, 각자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각자의 행복이 있는 거니까.

또한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클라리사˝의 경우도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를 속물이라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남편에 대한 내조가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파티‘를 사랑하는 ˝클라리사˝ 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ps 1. ˝버지니아 울프˝님의 책을 지금까지 네권 읽었다(자기만의 방, 올랜도,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 근데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다.

ps 2. ˝클라리사˝가 경험한 오늘 하루의 즐거움을 읽고 떠오른 노래

<페퍼톤스, Balance>
https://youtu.be/d2avbJtyCa4
기대해, 오늘 하루는 너의 삶에 단 한번 뿐인 멋진 날이 될꺼야.
눈부시게 빛나는 완벽의 밸런스, 모든것이 멈춘 이 순간.
반짝이는 햇살속 기적의 밸런스, 문득 어떤 예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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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30 23: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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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30 23:21   좋아요 5 | URL
영광입니다 😄

scott 2021-07-01 00:26   좋아요 5 | URL
(자기만의 방, 올랜도,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이 순서로 완독 하신 새파랑님의
단 한줄[그래도 파티는 계속되어야 한다.]
델러웨이 부인이 파티를 열었던건 침묵, 집안 가득 흐르는 침묵의 시간을 두려워 해서가 아닐까요,,,,
[눈부시게 빛나는 완벽의 밸런스, 모든것이 멈춘 이 순간]
7월 새파랑님의 독서의 순간마다 반짝 반짝 빛나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1-07-01 00:31   좋아요 6 | URL
아하 그런 이유도 있었군요~! 전 ˝클라리사˝ 문장만 보고 그렿게 봤는데, 스콧님 말이 더 공감이 되네요.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고싶은 책이에요. 그땐 다른 출판사로~!!

레삭매냐 2021-06-30 23: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와 더불어 부끄럽게도
한 권도 안 읽은 작가가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되겠습니다.

미쿡 친구 브랜던이가 버지니아
울프 책은 원어민들도 어렵다고
해서 그나마 위안이 됐습니다.

새파랑 2021-06-30 23:24   좋아요 4 | URL
저는 이 책 중간중간에 화자가 계속 바껴서 앞으로 돌아가고 계속 그랬어요 ㅜㅜ 그래도 적응되니 괜찮았습니다. 두번은 읽어야 이해가 될거 같아요 😐

청아 2021-06-30 23: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리뷰! 주의사항도 담겼네요^^* 새파랑님 밑줄보고 장바구니 바로 넣었는데 ‘의식의흐름‘은 역시 두려버요ㅋ<등대로>열린책들 넘 귀여워서 저도구비중ㅋㅋㅋ✌
오!페퍼톤스 들으러 갑니당~ 슝

새파랑 2021-06-30 23:53   좋아요 5 | URL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읽고 버지니아 울프 책을 읽으니 두렵지 않았습니다 😄 (농담이신거 아시죠?)
저도 버지니아 울프 따라서 책 안찾아보고 의식의 흐름대로 막 써봤어요 ^^

페넬로페 2021-06-30 23:4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이렇게 잘 읽어 내시다니~~전 너무 어려워서 지금 계속 머물고 있습니다
요즘 일이 바빠 책을 거의 읽지 못하는데 오늘따라 계속해서 올라오는 리뷰글로 많이 심란해서~~
맥주 한잔하며 스트레스 풀고 있는데 저와 딸아아의 최애그룹 페퍼톤스 올려주시다뇨^^
새파랑님, 멋짐 뿜뿜♡♡

음악 다 듣고 난 후~~
잠시 딸아이와의 대화

˝스캇님께 잘 들었다고 전해줘
내가 팬인데 음악 좀 아시네~~˝
˝오늘 이 곡은 스캇님이 아니라 새파랑님이야˝
˝뭐? 서파랑!?˝
˝아니, 새파랑님!˝
˝응~~˝
오늘은 새파랑님 이름 딸아이에게 알려줬네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6-30 23:49   좋아요 6 | URL
와. 페넬로페님은 대딩 따님과 늘 음악공유 하시는군요. 서파랑. ㅋㅋㅋ 웃겨준 따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새파랑 2021-06-30 23:57   좋아요 5 | URL
와 영광이네요~!! 저도 어려운데 그냥 꾸역꾸역 읽었어요~전 페넬로페님의 맥주가 더 부럽네요 ^^ 페퍼톤스가 최애그룹이라니 너무 반갑습니다😄

scott 2021-07-01 00:29   좋아요 8 | URL
페넬로페님 따님과
이토록 다정한 대화를 ㅎㅎ
오늘의 주인공은 새파랑님!
북플계의 롸이징 스톼    ✨🌟
   ・゚⭐。・
    ⭐✨。·
  ⭐・。

행복한책읽기 2021-06-30 23: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히야~~~새파랑님 진짜 짱이시당. 울프 책을 이렇게나 멋진 리뷰로 마무리하시다니. 전 엄두가 안 나던데. 새파랑님 결론에 고개가 그저 끄덕끄덕. 물개 박수 치고픈 리뷰입니다요^^

새파랑 2021-07-01 00:01   좋아요 5 | URL
그냥 제가 느낀대로 막 쓴 리뷰여서 ㅎㅎ 인물들이 더 많은데 포함하지 못했어요 😑 그래도 책읽기님의 칭찬 너무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7-01 00:1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각자의 방식, 각자의 삶이 있다는 걸 알고, 이해하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파랑님 리뷰 끝에서 두번째 문단이 좋았어요.
오늘부터 7월입니다.
새파랑님, 행복한 일 가득한 7월 되세요.^^

새파랑 2021-07-01 00:24   좋아요 7 | URL
7월은 정말 좋아하는 달이에요 ^^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7월 1일 되시길 바랍니다 ~!!

희선 2021-07-01 00: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이 담겼다니 몰랐습니다 그날 클라리사는 가장 좋았군요 그런 날이 있다는 건 좋은 거겠지요 사람은 다 다르고 어떻게 사는 게 맞다 틀리다 할 수 없겠지요 자신이 자기 삶을 좋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겠습니다 댈러웨이 부인으로만 알았는데, 클라리사 라는 이름도 알았네요


희선

새파랑 2021-07-01 00:38   좋아요 7 | URL
막 행복해 하는 말은 하지 않는데, 그녀의 내면묘사에서 행복이 느껴졌어요. 댈러웨이의 부인이라기 보다는 클라리사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언급되는데, 저는 그게 더 맞는 표현이라 느꼈어요^^

coolcat329 2021-07-01 06: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기만의 방>만 읽어봤는데, 다른 책들은 사놓고 읽지를 않고 있네요. 마이클 커닝햄의 <댈러웨이 부인>을 소재로 한 소설 <디 아워스>The Hours 아시는지요? 풀리처 상 수상.동명 영화도 있구요~니콜, 메릴, 줄리안 무어 세 여배우 주연의 스티븐 달드리 영화. <댈러웨이 부인> 읽으셨으면 이 책 흥미로우실거 같아 살짝 추천합니다.😁
다른 시대를 사는 세 여자의 단 하루를 다룬 이야기.
1920년대 <댈러웨이 부인>을 쓰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
1950년대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미국 LA의 로라
1990년대 자신을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친구를 위해 파티 준비하는 현재 뉴욕의 클라리사.

새파랑 2021-07-01 07:28   좋아요 5 | URL
디아워스가 댈러웨이 부인에 대한 영화군요^^ 주말에봐야겠어요. 구성은 마치 올랜도랑 댈러웨이 부인을 섞은 거 같네요. 전 영화를 많이 안봤어서 ㅜㅜ 추천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7-01 17:59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저 영화 진~~~~짜 좋아요.^^ 당근 보신 줄 생각했음 ㅋ

새파랑 2021-07-01 18:01   좋아요 1 | URL
전 영상을 잘 안봐서요 ㅜㅜ 진짜좋다니 진짜봐야겠어요 ^^

붕붕툐툐 2021-07-01 17: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정도 기초지식만 쌓고 읽어도 훨씬 잘 이해가 될 거 같아요! 북플의 독서 지도사 느낌입니다. 믿고 따라갑니다!!

새파랑 2021-07-01 18:02   좋아요 3 | URL
독서지도사라니 ㅎㅎ 그럼 툐툐님은 희곡지도사로? ㅋ 이 책 완전 강추드립니다. 읽다만 책이 되지 않을 겁니다 😄

mini74 2021-07-02 15: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월이란 소설에서 아내가 오로지 책을 읽을 잠깐의 시간을 원하며 모텔에 투숙해요. 그 때 그녀가 들고 있던 책이 댈레웨이 부인.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만 있었어요. 힘내서 읽어야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7-02 16:23   좋아요 2 | URL
댈러웨이 부인 강추입니다 ^^ 저도 어디가서 하루종일 책만 읽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