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글에선가 현대 영국 3대 남성작가로 ‘이언 매큐언‘이 언급된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 읽어보리라 생각했는데, 북플에서 그의 작품 ‘체실 비치에서‘ 리뷰를 보고 읽어보고 싶었는데, 서점갔다가 눈에 들어와 바로 구매했다. 일단 표지가 파랑색과 민트색 혼합으로 첫눈에 합격했다.
이 책이 고구마 백만개라는 말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읽고 나서 진짜 왜 고구마 백만개 라는건지 이해가 확 왔다. 정확한 표현이다. 근데 고구마 백만개여도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이 딱 그 책이다. 고구마 백만개 이지만 읽고나서 감탄을 하게되는 책.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스물두살의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안타까운 첫사랑, 첫날밤 이야기와 비극‘ 이라 할 수 있다.
한창 청춘인 시절 첫만남에서 ˝에드워드˝와 ˝플로렌스˝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가난한 집안의 다소 불우한 집안에서 자란 ˝에드워드˝는 자신의 현재에서 벗어나길 꿈꾸는, 다소 다혈질 적인, 역사학을 전공하고 락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반면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플로렌스˝는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와 어머니의 엄격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다소 우유부단한, 클래식을 전공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처녀이다.
이렇게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둘은 스물두살이란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고, ‘체실비치‘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둘은 그때까지 성경험이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연예 시절 이를 참고 기다리지만, ˝플로렌스˝는 성행위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결국 첫날밤에 둘의 첫경험은 실패하게 되고, ˝플로렌스˝는 비명을 지르고 밖으로 뛰쳐 나간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녀를 찾으러 나간다.
체실 비치에서 만난 둘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잡아 주기를 원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말과 행동을 못하고, 결국 마음에 없는 심한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결국 그녀는 떠나고, 그는 그녀를 잡지 않는다. 그렇게 둘은 해어지게 된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결국 다시 만나지 못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고, 40년이 지난 후 ˝에드워드˝는 40년 전 ˝플로렌스˝가 그를 찾아오던 그 길위에서 그녀를 떠올리며 이야기는 끝난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뭔가 서투른 나이에, 너무 빨리 결혼하게 된 것이 이 비극의 시작이었을까? 서로 마음을 터놓았었다면 위기를 극복하지 않았을까?
사실 첫날밤의 실패는 조그마한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했던 것이었지,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하기에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3. 책에서만 배운 지식은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조차 믿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는 문제를 홀로 감당하고 있었고 그녀를 지혜의 길로 인도할 길잡이는 수중의 문고판 안내서가 다였다.」
물론 첫날밤의 중요성(?)이 주된 이야기 이지만, 설마 이 책이 그것만을 말하고자 하는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200페이지의 짧은 작품이지만 2차세계대전 전후의 시대적 배경을바탕으로, 22살의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심리와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사실대로 묘사하고 있어서 너무 재미있고 잘 읽혔다. 다만 두 주인공의 행동은 너무 고구마였지만..
이언 매큐언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 겠다. (항상 결론은 똑같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