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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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북서퍼2기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만큼, 이 책에는 ‘의식’에 대한 심오하고 깊이있는 연구가 담겨있다. 마냥 ‘의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통합정보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서 이를 토대로 의식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매우 어렵다. 정말, 너무 어려워서 읽는 동안 나의 의식을 잃어버릴 뻔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의식’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흥미가 전혀 일지 않았는데, 책을 읽어가며 그를 점차 깨닫고서는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완독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 부분들 중 하나에 대한 내용을 적어볼까 한다. 바로 ‘컴퓨터 인공지능’ 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4년의 시대는 그야말로 ‘인공지능’의 혁명이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챗GPT 출시의 파장은 엄청났다. 이 녀석에게 맡기면 곧바로 코딩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어 실리콘밸리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소설 등의 문학 작품도 써내기도 하여 그동안 인공지능 발전의 ‘안전지대’라 여겨졌던 예술의 영역에도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므로 근미래에 챗GPT보다 더 발전한 ‘진정한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모든 방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공지능에게 ‘의식’이 있을까? 인공지능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지능’일 뿐, 지능과 의식은 완전히 다르다. 다시 말해 멍청하거나 똑똑한 것은 의식이 더하거나 덜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종의 신경계가 진화함에 따라서, 그들의 학습 능력과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지능)도 증가하며, 그들의 경험 능력(의식) 역시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공학적 인공물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의 디지털적인 지능은 무수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수는 있으나 경험(의식)을 전혀 갖지 못하기 때문에 지능만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 한다. 그러니 인공지능이 개발된다 해서 너무 두려워말자. 인공지능이 하지 못할 영역이 분명 있을 것이고, 인류는 그 영역을 분명히 찾아낼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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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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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오랜만에 정말 흥미로운 ‘작법서’를 읽었다. 단순히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앞선 한줄평에서 언급했듯이 그에 대한 근거들을 인지심리학 그리고 뇌과학이라는 영역에서 찾아와 제시하기 때문에 훨씬 더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잘 쓰느냐에 앞서서 먼저 다루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야기를 왜 써야 하는가’이다. 저자는 이를 하버드대의 저명한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거의 말을 빌려 설명한다.

“허구적 서사는 언젠가 우리가 맞닥뜨릴 수도 있는 운명적 난관들에 대한 일종의 정신적 카탈로그를 제공해주며, 그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의 결과도 알려준다.

23p

즉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아주 극적이고 강렬하고 위험할 수 있는 경험을 실제로 겪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차원에서 추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일종의 미래를 대비하는 ‘최종 리허설’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이야기란 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논의해보자. 저자는 몇 가지의 일상 용어들을 통해 개념을 제시한다.

이야기란, 달성하기 어려운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나중에 그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25p

위에서 쓰인 일상 언어들을 ‘문학 용어’로 치환해보면, 목표한 ‘독자가 품게 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고 누군가는 ‘주인공’, 일어나는 일은 ‘플롯’,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는가는 ‘실제 이야기(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어느 정도 ‘이야기’란 녀석에 대해 감이 잡힐 것이다. 그러므로 본격적인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답을 풀어볼까. 물론 이에 대한 답은 이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핵심에 집중하기’, ‘감정 전달하기’, ‘주인공의 목표 만들기’, ‘세계관 뒤틀기’, ‘구체적으로 쓰기’, ‘변화와 갈등 만들기’, ‘인과관계의 중요성’, ‘시험 들기와 상처 입히기’, ‘복선에서 결과까지’, ‘서브 플롯의 비밀’, ‘작가의 머릿속 들여다보기’ 등등… 이를 이곳에 전부 요약하여 설명할 순 없으므로 이 글에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만을 설명토록 하겠다.

신경과학자 조나 레러의 말을 빌리면 놀라움보다 우리 마음을 더 잡아끄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가장 원하는 것은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듯한 느낌이다.

27p

그렇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이야기의 법칙, 그건 바로 ‘놀라움’이다. 우리의 신경은 무수히 많은 자극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 중 특정한 일부만을 선별하여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그 많은 자극 중 하나로 간택(?)되기 위해서는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하는 ‘놀라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우리 안의 호기심이 작동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고 하니, 이 점을 참고한다면 우리도 다른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끌리는 이야기’를 직접 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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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말린 날들 -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서보경 지음 / 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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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가 쓴 우리나라의 HIV에 대한 책이라길래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HIV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보다는 그 바이러스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그로 인해 (의학적이든 사회적이든)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역시나 이 책에는 그 기대에 부응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역사 깊이 뿌리내린 낙인, 혐오, 잘못된 편견 등으로 인해 정치 사회적으로 ‘휘말리는’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HIV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담겨있고, HIV에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풀기 위한 노력이 담겨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HIV에 대한 혐오적인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톺아보고,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사실들을 짚으며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할 인식의 변화를 촉구한다.

‘보균자’ 발견 중심의 정책은 에이즈를 질병과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검거와 발각이라는 범죄의 언어를 통해 말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127p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볼까. 과거 우리나라의 HIV 대응 방식은 ‘강제 검진 제도’와 ‘일방적 통보 방식’이었고, 이는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낭비가 발생하였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그렇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사회적인 ‘추락’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부터 HIV를 둘러싼 온갖 억측과 집단적 공황이 배양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흔하게들 알고 있던 HIV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한번 짚어보자. 혹시 우리들 중 HIV와 에이즈를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문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HIV와 에이즈를 구분조차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HIV’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며 걸리는 무수히 많은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에이즈’인 것이다.

또 한가지 꼭 일러두고 싶은 점이 있는데, 바로 HIV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에이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HIV에 감염된다 하더라도 항바이러스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HIV의 만성질환화라고 부른다. 이 말인 즉슨, HIV 감염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전파가 되지 않는 것이 밝혀졌고, 지속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게된 점이 똑같다. 그러므로 지금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의학의 발전이 아닌 사람들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평소에 관심 있게 보던 주제였다거나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고 느끼는 주제는 아니였던지라 가독성 좋게 술술 넘어가는 그런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함의하는 바는 분명하고, 의미있다. 살면서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HIV는 내 삶과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고혈압과 당뇨처럼 HIV 바이러스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우리는 그저 앞줄에서 먼저 바이러스를 만난 것 뿐입니다. 그래서 뒷줄에 서 계신 당신들께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먼저 경험한 것들을, 느끼는 것들을 말이지요.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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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중요하고 믿을 수 없게 친근한 경제 - 경제 뉴스 앞에 작아지는 이들을 위해
베스 레슬리.조 리처즈 지음, 임경은 옮김 / 이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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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예전에 EBS에서 만든 성인 어휘력 테스트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총 문제수가 15개였는데 난이도가 상당했어서 풀이 시간은 3-40분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난다. 결과는 13개를 맞았다. 다들 8-11개라 하길래 잘본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틀렸던 두 문제가 모두 경제 문제여서 흔히들 말하는 ‘금융 문맹’ 바로 나로구나 싶어 마냥 좋지만도 않았었다. 그런 경제를 1도 모르는 나에게 이 책은 너무도 적합한 경제 입문서였다.



저자는 경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친근하게 다가갈 것을 강조한다. 전문 용어들이 남발하는 분야인 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맞지만,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아주 밀접하게 접해있고 또 직접 겪고 있는 과정이 바로 ‘경제’이기 때문에 이 점을 알면 그만큼 경제가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가 설명하는 ‘경제’란, 나라, 지역 혹은 가정의 단위까지도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 모두를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즉 쉽게 말해 일종의 ‘살림살이’인 것이다. 이런 비유를 곁들인 설명을 통해 확 와닿지 않는가?



🗣 경제는 사람들이 먹고살고 (기왕이면) 잘살기 위해 매일 쏟는 모든 노력을 일컫는다. 말하자면 인간이 필요와 욕구의 일부나 전부를 충족하기 위해 일부러든 우연히든 스스로 조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여러분이 하는 일과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이 전부 포함된다. (21p)

🗣 요점을 말하자면, 경제는 대상이고 경제학은 그 대상을 실행하는 행동, 혹은 연구하는 학문이다. 앞서 경제는 가정에서 살림살이를 관리하는 것이라 설명했으니, 당연히 경제학은 살림관리에 관한 연구, 생각, 혹은 대화다. (22p)



이 책은 이렇게 초반에 경제에 대한 밑바탕을 깔아놓고 난뒤, 중반부터는 조금 더 들어가서 경제학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들과 그에 대한 설명을 아주 친절하게 곁들인다. 미시경제학이나 거시경제학 부터 부동산, 화폐, 임금 등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너무 깊지 않으면서도 적정한 정도를 유지하여 이해를 돕기 때문에 아무리 경제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쉽게 읽고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직접적인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쯤에서 말을 삼가겠고, 이곳에는 경제를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낀 부분에 대해 조금 적어보고 싶다.



🗣 브렉시트 투표 이후에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퇴를 지지한 투표자와 잔류를 지지한 투표자 둘 다 비슷한 경제 지식수준을 나타냈지만, 투표에 기권한 유권자는 경제 지식수준과 이에 대한 자신감이 현저히 낮았다. 이처럼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록,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절차에서 소외되기 쉽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였다. (27p)



읽으면서 많이 찔렸고 반성했던 대목이다. 경제의 규모나 체제와 관계없이, 우리가 경제를 공부하지 않으면 단순히경제 모르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사회적 현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차 모르게 수도 있다는 , 때문에 민주주의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브렉시트는 영국을 비롯한 유렵 전역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중대한 사건인데,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기권해버리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공부하자경제를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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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 빛날 때 (블랙 에디션) - 푸른 행성의 수면 아래에서 만난 경이로운 지적 발견의 세계
율리아 슈네처 지음, 오공훈 옮김 / 푸른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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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만 보았을 땐 ‘상어’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그보단 바다 생태계 자체에 대한 폭넓은 고찰을 담고 있는 자연과학 분야의 도서이다. 시각 자료들이 풍부하고 그에 대한 설명도 쉽게 되어있어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나의 경우에는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은 유일무이한 과학도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입문용으로 재미있는 과학책을 찾는 사람들, 바닷속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도서일 듯싶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나누어져있으며 각 장마다 바다와 관련한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중 일부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볼까 한다.

[2장. 상어가 빛날 때]

2장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소재는 ‘형광 단백질’이다. 이 형광 물질은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킬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이 물질은 청색광이나 자외선 같은 고에너지 빛을 받으면 밝은 녹색으로 빛나게 되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세포에서 특정 단백질을 의도적으로 관찰할 뿐만 아니라 농도, 분포, 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녹색’을 띠는 성질을 활용하여 해당 단백질 및 세포가 살아서 활동하는 모습을 똑똑히 관찰할 수 있게 되며 의학 분야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물질이 과연 해양 생태계와 무슨 연관이 있는가? 이 형광 물질이 최초로 발견된 곳이 바로 해파리와 산호 등의 해양 생물인 것이다. 또한 점차적으로 연구를 더한 결과 산호초 근방에 사는 물고기의 대다수와 더불어 일부 상어류(‘두툽상어과’)가 형광 물질을 갖고 있었다. 물고기들은 위장을 위해 형광 물질이 필요하다고 쳐도 상어는 어째서 형광 물질을 갖고 있는 것인가. 연구 결과, 두툽상어과의 몸에는 둥근 반점의 패턴이 있고 그곳에서만 형광이 빛나고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닌 의도적 진화의 결과이고, 이는 상어의 발광이 전반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특히 다른 생물들과 다르게 상어의 발광에 관여하는 물질은 ‘단백질’이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의 ‘대사산물’인데, 이것에 대한 명확한 원인과 활용법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하지만 의학 분야에서 이러한 상어의 형광 분자가 항생제의 내성 증가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5장. 플라스틱 행성]

이 장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장에서는 해양 쓰레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환경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 범위에 있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내용들만 조금 언급해볼까 한다.

일단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내용이다. 플라스틱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건 아마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해되었다 하여도 그것이 완전히 분해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나 들이마시는 공기 속에도 떠다니고 있다는데, 과연 이것이 인체에 해로운 것일까에 대하여는 아직 연구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과학자들 대체 일 안하고 뭐해?)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와도 소화기관을 통해 쉽게 배출된다고 하니 걱정은 한시름 덜어놓은 것같다.

그리고 읽다가 너무 충격받아서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린 내용을 말하고 싶은데, 그건 바로 전세계 바다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 대한민국 연안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국가 1위인 미국을 우리나라가 바짝 뒤쫓아 3위에 랭크되었다고 한다… 나라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의 사용을 권고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반성하자…

[7장. 심해 구름]

깊은 바닷속에 웬 하늘의 ‘구름’이냐 싶은 생각이 들 제목의 이번 장에는 정말 말그대로 심해 속에 있는 구름에 대해 다룬다. 이 ‘심해구름’은 심해에 서식하는 여러 생물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다. 이를테면 지상에 사는 우리의 에너지 자원은 ‘태양’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스스로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유기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전환된 것을 ‘먹는’ 식으로 에너지를 얻는 반면, 태양빛이 도달하지 않는 저 깊은 바닷속 생물은 어떻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심해 구름’이다. 심해 구름이란, 해저 화산 등의 열수분출공에서 나오는 연기가 위로 상승하다가 서서히 식으며 주변의 물과 섞여 더이상 피어오르지 않고 수평으로 퍼지며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 연기는 물과 섞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용해된 물질 때문에 여전히 주변의 물과 구분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심해 생물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들이 뷔페 수준으로 널려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심해 구름을 우리가 연구하는 이유는 바로 심해의 열수분출공과 그곳에 사는 생물을 발견한 덕분에 생물학 및 의학에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해 구름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는 지상의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체계를 갖고 있는지라, 실제로 이로부터 얻은 내열성효소는 DNA 복제에 사용되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을 뚜렷하게 향상시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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