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자세히 말해볼까. 과거 우리나라의 HIV 대응 방식은 ‘강제 검진 제도’와 ‘일방적 통보 방식’이었고, 이는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낭비가 발생하였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그렇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사회적인 ‘추락’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부터 HIV를 둘러싼 온갖 억측과 집단적 공황이 배양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흔하게들 알고 있던 HIV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한번 짚어보자. 혹시 우리들 중 HIV와 에이즈를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문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HIV와 에이즈를 구분조차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HIV’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며 걸리는 무수히 많은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에이즈’인 것이다.
또 한가지 꼭 일러두고 싶은 점이 있는데, 바로 HIV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에이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HIV에 감염된다 하더라도 항바이러스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HIV의 만성질환화라고 부른다. 이 말인 즉슨, HIV 감염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전파가 되지 않는 것이 밝혀졌고, 지속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게된 점이 똑같다. 그러므로 지금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의학의 발전이 아닌 사람들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평소에 관심 있게 보던 주제였다거나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고 느끼는 주제는 아니였던지라 가독성 좋게 술술 넘어가는 그런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함의하는 바는 분명하고, 의미있다. 살면서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HIV는 내 삶과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고혈압과 당뇨처럼 HIV 바이러스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