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 빛날 때 (블랙 에디션) - 푸른 행성의 수면 아래에서 만난 경이로운 지적 발견의 세계
율리아 슈네처 지음, 오공훈 옮김 / 푸른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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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만 보았을 땐 ‘상어’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그보단 바다 생태계 자체에 대한 폭넓은 고찰을 담고 있는 자연과학 분야의 도서이다. 시각 자료들이 풍부하고 그에 대한 설명도 쉽게 되어있어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나의 경우에는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은 유일무이한 과학도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입문용으로 재미있는 과학책을 찾는 사람들, 바닷속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도서일 듯싶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나누어져있으며 각 장마다 바다와 관련한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중 일부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볼까 한다.

[2장. 상어가 빛날 때]

2장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소재는 ‘형광 단백질’이다. 이 형광 물질은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킬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이 물질은 청색광이나 자외선 같은 고에너지 빛을 받으면 밝은 녹색으로 빛나게 되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세포에서 특정 단백질을 의도적으로 관찰할 뿐만 아니라 농도, 분포, 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녹색’을 띠는 성질을 활용하여 해당 단백질 및 세포가 살아서 활동하는 모습을 똑똑히 관찰할 수 있게 되며 의학 분야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물질이 과연 해양 생태계와 무슨 연관이 있는가? 이 형광 물질이 최초로 발견된 곳이 바로 해파리와 산호 등의 해양 생물인 것이다. 또한 점차적으로 연구를 더한 결과 산호초 근방에 사는 물고기의 대다수와 더불어 일부 상어류(‘두툽상어과’)가 형광 물질을 갖고 있었다. 물고기들은 위장을 위해 형광 물질이 필요하다고 쳐도 상어는 어째서 형광 물질을 갖고 있는 것인가. 연구 결과, 두툽상어과의 몸에는 둥근 반점의 패턴이 있고 그곳에서만 형광이 빛나고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닌 의도적 진화의 결과이고, 이는 상어의 발광이 전반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특히 다른 생물들과 다르게 상어의 발광에 관여하는 물질은 ‘단백질’이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의 ‘대사산물’인데, 이것에 대한 명확한 원인과 활용법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하지만 의학 분야에서 이러한 상어의 형광 분자가 항생제의 내성 증가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5장. 플라스틱 행성]

이 장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장에서는 해양 쓰레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환경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 범위에 있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내용들만 조금 언급해볼까 한다.

일단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내용이다. 플라스틱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건 아마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해되었다 하여도 그것이 완전히 분해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나 들이마시는 공기 속에도 떠다니고 있다는데, 과연 이것이 인체에 해로운 것일까에 대하여는 아직 연구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과학자들 대체 일 안하고 뭐해?)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와도 소화기관을 통해 쉽게 배출된다고 하니 걱정은 한시름 덜어놓은 것같다.

그리고 읽다가 너무 충격받아서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린 내용을 말하고 싶은데, 그건 바로 전세계 바다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 대한민국 연안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국가 1위인 미국을 우리나라가 바짝 뒤쫓아 3위에 랭크되었다고 한다… 나라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의 사용을 권고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반성하자…

[7장. 심해 구름]

깊은 바닷속에 웬 하늘의 ‘구름’이냐 싶은 생각이 들 제목의 이번 장에는 정말 말그대로 심해 속에 있는 구름에 대해 다룬다. 이 ‘심해구름’은 심해에 서식하는 여러 생물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다. 이를테면 지상에 사는 우리의 에너지 자원은 ‘태양’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스스로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유기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전환된 것을 ‘먹는’ 식으로 에너지를 얻는 반면, 태양빛이 도달하지 않는 저 깊은 바닷속 생물은 어떻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심해 구름’이다. 심해 구름이란, 해저 화산 등의 열수분출공에서 나오는 연기가 위로 상승하다가 서서히 식으며 주변의 물과 섞여 더이상 피어오르지 않고 수평으로 퍼지며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 연기는 물과 섞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용해된 물질 때문에 여전히 주변의 물과 구분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심해 생물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들이 뷔페 수준으로 널려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심해 구름을 우리가 연구하는 이유는 바로 심해의 열수분출공과 그곳에 사는 생물을 발견한 덕분에 생물학 및 의학에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해 구름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는 지상의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체계를 갖고 있는지라, 실제로 이로부터 얻은 내열성효소는 DNA 복제에 사용되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을 뚜렷하게 향상시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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