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방콕 -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 아무튼 시리즈 11
김병운 지음 / 제철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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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 김병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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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감명깊게 읽은 뒤 김병운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소설보다 봄 2022>와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김병운 작가님의 단편 소설도 재밌게 읽어서 김병운 작가님의 다른 책이 없을까 하다가 <아무튼, 방콕>을 알게 되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에세이는 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김혼비 작가님의 <아무튼, 술>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지라 ‘아무튼’ 에세이 시리즈에 대해 좋은 인상이 있어서 <아무튼, 방콕>도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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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9년 8월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갔었다. 그 당시 같은 달에 혼자서 일본 오사카 여행도 다녀오고, 다른 친구들과 베트남 다낭 여행도 다녀왔어서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가성비가 좋은 태국 방콕을 갔음에도 5성급 호텔이 아닌 2-3성급의 호스텔(?)에서 매우 저렴하게 숙박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에도 만족했던 것 같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것 같다. 이 얘길 하는 이유는 <아무튼, 방콕>에서 호텔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5성급 호텔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도 그래도 저렴한 곳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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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항상 다 읽고 난 뒤에는 ‘알라딘’이나 ‘왓챠피디아’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확인한다. 해당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걱정 어린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아무튼, 방콕>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혹평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왓챠피디아에서 이 책에 대한 안좋은 말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책에 대한 느낌 때문인 듯하다. 이 책에선 작가님이 애인과 함께 방문한 방콕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의 글이 적혀있는데, 이 부분이 호불호를 가르는 것 같다. 방콕에 대한 것보다 연인과의 추억에 대한 내용이 더 많으니 <아무튼, 방콕>이 아니라 <아무튼, 연애>라는 제목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었다. 이런 의견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다. 만약 방콕에 대해서만 적혀있는 내용이 열거되어있다면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서’가 되지 않았을까. 방콕을 배경으로 한 작가님의 추억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 좋았던 것 같다. 덕분에 나의 방콕 여행 추억도 떠오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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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방문했었던 태국 방콕의 추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추억 보정 효과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욱 재밌게 읽을 있었다. 나의 방콕과 김병운 작가님의 방콕을 비교해가며 공통된 경험에는 추억돋는 공감을,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는 다시 방콕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방콕 여행을 갔다온 사람들, 특히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사람들에게는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나도 방콕 여행을 갔던 친구들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여 방콕 여행을 추진할 것이다. 다만 방콕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 혹은 방콕 여행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굳이 권하고 싶진 않다. 방콕 여행에 대한 추억 회상의 재미 말고는 딱히 추천할만한 점이 없다는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 그래도 내게는언젠가 방콕 여행을 가기 직전에 한번 읽고 싶은 으로 남은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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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
최리나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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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 - 최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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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작가님께 금전적 대가 없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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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 독후감을 올리면서 (적긴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몇 번 받아봤다. 그런데 작가님께 직접 연락이 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뭐라고 놀라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어쨌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서를 받았다. 그렇게 받은 책은 <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라는 제목의 치유 에세이였다. 원래의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에 읽은 에세이 <아무튼, 술>과 <젊은 ADHD의 슬픔>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데다가 이 책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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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당시의 나의 기분과는 달리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두웠다. 이 책은 작가님이 그동안 인생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돌이켜 짚어보며 깨달은 교훈들이 담겨있다. 아직 인생을 살아본지 만 23년밖에 되지 않은, 그마저도 큰 굴곡 없이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아온 내가 감히 작가님의 힘들었던 개인사를 읽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무거운 글이었다. ‘치유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거의 처음이다) 이렇게 어두컴컴한 심연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읽기 전 작가님이 DM으로 ‘읽고 놀라는 분들이 많으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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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개인사를 내가 이 글에 요약하여 적는 것이 큰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어떤 내용인지는 소개를 해야하겠기에 조심스레 적여보겠다. 어릴 적부터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와 같이 살며 계속해서 움츠러들고 소심해졌고, ‘간질’을 ‘오랜 벗’이라 할 정도로 오랜 시간 앓아왔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두 번의 이혼을 겪었는데 그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셨다. 웬만한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이야기가 작가님이 살아온 현실이셨다니… 읽으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음과 동시에 괜시리 작가님께 죄송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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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우 힘든 삶을 살아오셨지만, 지금은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신다. 이 책에는 힘들었던 당시의 심정과 그를 극복한 방법들이 나와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고 느꼈으면 좋겠어서 이 글에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언급하려고 한다.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제목과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며 눈치를 보게 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중,고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 눈치를 많이 보며 소심하게 살았는데, 그 이유가 그 당시 나의 자존감이 정말 낮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았다.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해야겠고, 어디든 당당하게 다닐 줄 알아야겠다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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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 책 출판사의 대표님도 ‘작가님, 이야기가 너무 무겁네요.’라고 하셨을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울한 사람이 이 책을 읽다보면 더 우울해질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결국 끝까지 다 읽는다면 위로를 받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면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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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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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ADHD의 슬픔> - 정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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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의미하는 정신질환 용어로, 모두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ADHD를 들어본 적 있는데, 보통 아동기에 많이 나타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인 ADHD’라는 말을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했다. 그 용어들을 계속 접하다보니 요즘 그리고 과거의 나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도 혹시 ADHD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책을 읽을 때도 중간중간 딴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겁이 났을 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의 ‘젊은 ADHD’라는 말이 마치 나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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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ADHD의 슬픔>은 정지음 작가님께서 직접 겪으신 ADHD의 증상과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기록들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은 에세이다. ADHD의 증상 혹은 그로 인한 영향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심각성이 느껴져서 절로 숙연해질 수 있는데, 이 책은 정지음 작가님의 재치 넘치는 필력 덕분에 읽는 동안 웃음이 나게 만들었다. 더구나 소설과는 다른 에세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 내가 청소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청소가 결과 지향적인 것 같아도 실은 과정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싹 치워진 상태를 위해선 공간의 체계를 파악하고 비움과 수납을 반복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체계적, 규칙적, 반복적 과업에 약한 게 ADHD인데 청소는 딱 그 능력만을 요구했다.

🗣 소비에 대한 문제는 인생 내내 나를 따라다녔지만, 그 어떤 편법으로도 고쳐지지 않았다. 소비이자 ‘습관’이기에 개별 건수보다는 타성을 이기는 게 중요했다. 타성에 젖기만 하고 이겨본 적은 없는 내가 너무 큰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닌가 두려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와 싸우지 않으면 온갖 종류의 채권추심과 싸우게 될 테니 더욱 두려운 것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억제에 대한 타성보다 무서운 분출이 세상에 너무 많다.

🗣 “엄마는 어디가 아파?” “엄마는 마음이 아파.” “왜?” “응 엄마는 매일매일 집에서 혼자 너희들 보느라 아파.” 그 순간 내 마음에도 통증이 왔다. 종잇장처럼 마른 여자가 폭발하는 형제의 활동량을 감당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견디지 못하는 힘듦이 바로 아픔이구나 생각하고 그분이 행복해지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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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바로 ADHD는 스펙트럼 질환이라는 것이다. 다른 일반적인 질병들처럼 ‘ADHD가 맞다/아니다’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ADHD의 넓은 범위 어딘가에 있고, 그 범위 중에서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ADHD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ADHD의 스펙트럼 속 어딘가에 속해 있을 것 같다. 정지음 작가님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위로가 되었고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음에 작가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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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고, 위로를 받기도 했으며, 웃음과 감동을 느끼기도 에세이였다. 다만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ADHD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다보니, 후반부에 가서는 같은 의미의 다른 말을 반복하는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아주 살짝 지루했다. 내가 기존에 에세이를 읽지 않았던 이유도 이와 같다.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젊은 ADHD 슬픔>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만큼 재밌게 읽었다는 , 다른 사람들은 책을 재밌게 읽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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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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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김혼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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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친구들과 군대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이상하게 술을 좋아하는 이미지로 자리매김이 되어있다. 하지만 주량은 소주 반병인데다 그렇게 자주 먹지도 않기 때문에 나는 항상 억울함을 느낀다. 그런 맥락에서, <아무튼, 술>이라는 에세이를 추천받았을 때 무언가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술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술자리의 들뜬 분위기는 또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튼, 술>에서 다뤄지는 김혼비 작가의 술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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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 ‘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허구적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는 달리,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다루고 있어 상당히 현실적이었고 많은 부분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느끼고 있던 막연한 생각과 감정들이 작가의 필력으로 쓰여 익숙하고도 새롭게 느껴지곤 했다. ‘글맛’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폭소를 유발하기도 하고, 웃픈 공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문장들이 많아서 메모장에 많이 적어두기도 했다.

🗣 [술과 욕의 상관관계] (칡주를 마신 후) “근데 너 지금 말할 때마다 칡 냄새 엄청 난다? 청하를 마시는 게 좋겠어”라는, 앞 문장이 어떻게 뒤의 문장으로 이어지는지 전혀 모르겠는 이유로 2차를 제안했다.

🗣 [와인, 어쩌면 가장 무서운 술] 저 멀리 집이 보였다. 누군가 몇백 미터 떨어진 집까지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봤다면, 인류의 진화 과정을 역으로 구현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점점 등이 굽으며 몸이 앞으로 쏠리고 팔이 땅바닥을 향해 축축 처지는 게, 네안데르탈인은 애초에 지나쳤고 집까지 200미터쯤을 남겨놨을 때에는 완벽한 유인원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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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많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비단 웃음만 나오는 ‘가벼운’ 작품은 아니었다. 김혼비 작가님은 이 작품에서 ‘술’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점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 [혼술의 장면들] 여자가 밥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걸 두고 ‘멋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많은 건, 그 행동에 무릅쓴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술 마시는 남자를 두고 멋있다고 말하지는 않는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건 멋있는 게 아니라 그저 술을 마시는 건데.

내가 남자이기도 하고, 밖에서 혼술을 해본 적도 없어서 작가가 지적한 이 부분은 생각치도 못한 부분이었다. 여자가 밖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게 문제될 것이 뭐가 있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성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시비를 거는 (흔히 꼰대라 부르는) 장년층들도 있다고 한다. 아직도 이 세상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아 부끄러웠고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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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에세이 시리즈 중에서 <아무튼, 술>에 대한 호평을 많이 접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읽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소설을 주로 읽던 내게 ‘에세이’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고, ‘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웃음과 위로를 건네받기도 하였다. 역시 호평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주변에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길 바란다. 술을 좋아하는 건 ‘술 자체’를 좋아하는 걸 수도 있지만,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에 ‘술’이 위로가 되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에겐 이 책이 색다른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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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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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표류기> - 헨드릭 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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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표류기>에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중학교 3학년 즈음에 학교 시험에서 ‘하멜’이 답인 문제가 나왔는데 그 문제를 틀렸었던 것이다.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분노에 휩싸여서 네이버에 폭풍 검색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애증’의 <하멜 표류기>가 방송 ‘요즘 책방 : 책읽어드립니다’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길래 한번 읽어볼까 하다가 지금이 되어서야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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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역사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수능을 볼 때 사회탐구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고르기도 했었고, 대학교 2학년 때 복수전공을 ‘역사교육과’로 신청하기도 했다. (지금은 복수전공을 포기했다. 교양으로 배우는 역사와 전공으로 배우는 역사 사이에는 내가 각오했던 것보다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 그동안은 항상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서술된 역사만을 배웠는데, <하멜 표류기>만큼은 한국을 바라보는 제삼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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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면 하멜이 우리나라에 대해 꽤 자세히 알고 있고 그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하멜 표류기>를 썼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멜 일행은 제주도에 도착하여 서울로 압송될 때 전라도를 거쳐서 올라왔는데 그 전라도 도시들의 지명을 정확하게 알고 기록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하멜의 직업이 ‘서기’여서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멜이 우리나라를 꽤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가장 놀란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하멜 일행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받았던 질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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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일행은 나가사키 부교를 만나 총 54개의 질문(폭탄)을 받는다. 방송 ‘책읽어드립니다’에서는 그것이 조선과 일본이 외부 세력을 만났을 때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하였다. 조선에서는 하멜 일행을 그저 ‘남만국(남쪽 오랑캐)’라 칭하며 가둬두고 억류하는 한편, 일본에서는 그들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세세하게 질문하여 그것을 배우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나도 일본이 외세에 개방적이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하멜 일행에게 했던 질문만큼은 일본이 하멜 일행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려 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 대해 염탐을 하고자 했던, 다분히 의도적인 질문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 : “너희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큰지 아는가”

🇯🇵 : “그 나라의 총과 무기는 어떻게 생겼는가”

🇯🇵 : “그들은 군함이 있는가”

🇯🇵 : “그들은 무엇을 신앙하고 있는가, 또 너희들에게 개종하라고 강요한 적이 있는가” 

등등 하멜에 대한 궁금증이 아닌,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다. 읽으면서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생기기도 했고, 조선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혹시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은 아닐지, <하멜 표류기>를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끝으로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 하나 남기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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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략)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은 우리들 네덜란드 사람이나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것들뿐이었습니다.” - 중국인들 보고있습니까?? 시대의 네덜란드 사람들도 한복은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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