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바지 수괴변호인인지 멘토인지 하는 자가 면회 때 들었다며 이 정권 1년 안에 무너진다고 한다. 처음엔 아직도 현·타가 안 오나보다 했는데 하는 짓들 보니까 근거 없는 말도 아닌 성싶다. 날이 갈수록 해괴하고 섬찟하게 드러나는 제국 주구들 협잡질이 얄망궂고 모질고 사악하다. 저 야차 무리와 지루한 싸움을 앞으로도 여러 날 동안 계속할 수밖에 없을 테니 긴 호흡으로 끝까지 맞서야겠다는 생각이 서늘하게 등골을 타고 올라온다. 근혜 때 25, 명신이 때 35, 합해서 60번 광장에 섰는데, 이젠 그만 가야지 하는 생각을 도무지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 가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뭐 있겠나.

 

156차 촛불 대행진 집회 시각보다 한 시간가량 일찍 광화문에 도착한다. 미리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노포 분위기 물씬 풍기며 김치찌개 잘하는 단골 식당 한쪽 구석에 자리 잡는다. 앉자마자 반대편 끝자리에 앉은 내 또래 늙은이 셋이 귓바퀴를 확 잡아챈다. 그 가운데 등을 돌리고 앉은 자가 단연 청신경을 거칠게 긁어댄다. 역대급 구나방으로 앞에 앉은 지인도 옆자리 다른 손님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화차 삶아 먹은 울대로 왜장독장치고 있다. 돈 자랑을 한참이나 하더니 지인은 입도 뻥긋 못 하게, 이번에는 이재명 욕을 냅다 해댄다. 그래. 맞다. 내가 광장으로 계속 나오는 며리에는 저런 종자들 몫도 있구나.

 

더는 참지 못해 한마디 하려고 벌떡 일어섰는데 바로 그때 거기 지인이 계산하고 자리를 접는다. 끝없이 혼자 떠들며 나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부질없는 질문 하나 던진다. “50억이나 된다며 돈 자랑한 인간이 왜 김치찌개 막걸리 한 통 계산은 밀각질로 뭉갰나?” 물론 이 질문은 당최 잘못됐다. 부잔데도 그러는 게 아니라 부자니까 그러는 건데 말이다. 여전히 제국 자본주의에도 윤리가 존재한다는 미망을 전제로 사고하는 내가 슬푸습다. 30분 만에 소주 2병 해치우고 일어서는 내가 낯설지 않은 <광화문집>을 뒤로 하고 나는 뜨거운 광장으로 향한다. 늘 그런 사람들, 늘 그런 구호들, 늘 그렇지 않은 풍경들.

 

노래와 구호에 발 구름으로 장단 맞추며 돌아다니다가 수시로 각 잡아 사진으로 찰나 역사를 기억해 둔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3만여 컷 사진은 그대로 내 궤적이다. 생활 주변, , 광장, 그리고 SNS 이슈 모두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영상 서사들이 글과 함께 내 삶을 증언한다. 누가 이 알량한 증언에 귀 기울이랴만 세계 네트워킹 참여 주체로서 나는 익명에 저항하는 천명을 이렇게 수행할 수밖에 없다; 돈이든 목소리든 뜨르르한 명망 없기에 또한 익명일 수 없는 길 걸어 팽한 삶을 살아간다; 선무당 명신이나 50억 구나방이 설치는 이 땅에서 익명일 수 없는 길은 익명끼리 손을 잡는 일이다. 그렇게 흐르는 광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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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후 두 번째 맞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베란다 정리에 들어간다. 생각보다 묵직한 물건들이 이곳저곳에서 뒹군다. 거실에서 바깥 풍경을 볼 때 시야를 시원하게 틔워주려 가운데를 비우고 양쪽으로 짐을 몰아 간동하게 마무리한다.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고 종묘로 향한다. 정릉이나 낙성대가 그랬듯 이제 종묘는 내 ritual이다. 특별한 걷기 계획을 세우기 힘들 때는 무조건 종묘로 간다. 갈 적마다 새로운 정서와 각성이 일어나니 창발로 열리는 한 시공임이 틀림없다.

 

여느 때보다 각별하게 숲에 주의하며 걷는다. 수시로 멈추어 깊숙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나부시 시선을 낮춰가며 톺아본다. 차마 침범할 수 없는 숲을 향한 그리움이 영성으로 번져간다. 별로 반짝이는 버섯들은 숲을 한껏 푸르게 한다.

 

거룩한 숲, 저 화룡점정 마침내 정전으로 향한다. 서문을 들어서는데 막 나서는 장년 남자 사람 하나가 일행에게 하는 말이 들려온다. “우리나라 고건축은 거칠고 투박해. 서양 같으면···.” 유럽 여행깨나 한 자부심에 절은 무식이 역력하다.

 

방금 지나온 종묘 정전과 월대(月臺) 박석(薄石)을 보고 한 말이렷다. 정전은 신들 거처라 단청도 하지 않고 처마도 들지 않고 현액도 걸지 않은 사실을 몰라서다. 여러 번 증축했음에도 흔적 전혀 남기지 않은 극치의 정교함을 몰라서다.

 

월대 박석은 일부러 거칠고 자연스러운 단면을 그대로 두었다. 이는 신들이 거니실 때 미끄러워 넘어지지 않게 하려 함이다; 무엇보다도 돌에 빛이 반사되어 신들 안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분산시키려 함이다. “서양 같으면어찌했으려나.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이런 자기 비하, 부정이 식민지를 거치고도 여전히 허울 국가일 뿐인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빠진 함정이다. 아니, 사이비 종교다. 그 사이비 종교 잡귀에 빙의된 명신이가 벌인 굿판을 벗어나지 못한 오늘이다.

 

다시 정색하고 월대 박석을 삼가 밟는다. 푸른 숲을 점정하는 정전에 깃들어 자연을 점정하는 인간 하나에 소망 품는다. 그 소망이 담긴 발걸음을 종묘에 헌정하면 나는 표표히 물로, 먼지로, 마침내 탄소로 돌아가리라. 맛있게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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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9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수시로 종묘를 산책할 수 있으시다구요? 그런 복된 나날이...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bari_che 2025-09-11 08:53   좋아요 0 | URL
복된 일 맞습니다.^^ 실은 거리가 그렇게 가깝지는 않고요 종묘가 워낙 ˝복된˝ 곳이라서 그렇습니다.ㅎ
 


*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 러시아는 연간 2,00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중 절반에 상당하는 1,100억 입방미터 분량이 발트해 해저를 통과해서 독일로 가는 두 개의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과 2를 통해 수송되었다. 하지만 2022년 9월 노르트스트림이 누군가의 사보타지로 해저에서 폭발됨에 따라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가스 수송은 불가능해진다. 미국의 탐사기자 시모어 허시에 따르면 그 폭파를 지시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두 개가 모두 파괴된 결과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맞게 된다. 러시아의 값싼 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탓에 몇 배나 비싼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야 하게 된 것이다. 유럽이 최근 급격하게 탈산업화 위기에 빠진 것은 러시아산 가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산업용 에너지의 비용이 급증한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유럽의 기관차로 불리던 독일로 알려진다.

러시아도 노르트스트림의 파괴로 가스를 수출할 수 없게 되어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의 사정은 유럽과는 크게 달라졌다. 유럽은 러시아 가스를 수입할 수 없게 되어 큰 타격을 입었으나 러시아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이다. 러시아가 가스 수출 위기를 극복한 것은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가스의 새로운 소비자로 부상한 덕분이 크다. 노르트스트림이 파괴된 다음 해인 2023년에는 인도가, 2024년에는 중국이 러시아 가스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한다.

지난 8월 31일〜9월 1일 중국의 텐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기간에 중국과 러시아, 몽골 사이에 별도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의 목적은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에 조인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시베리아의 힘 2’는 이미 건설되어 사용되고 있는 ‘시베리아의 힘 1’ 가스관에 더해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목적으로 2,600킬로미터에 걸쳐 건설될 예정이다. 이 가스관이 완공되면 연간 500억 입방미터의 가스가 유럽을 거치지 않고 북극에서 몽골을 거쳐 바로 중국으로 보내질 수 있다.

텔레그램 채널 뉴 룰스(New Rules)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대가 되면 ‘시베리아의 힘 2’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연간 1,00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그 정도면 과거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던 가스양의 절반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카타르,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LNG를 구입해왔는데 이제 훨씬 더 싼 가격의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득을 보는 것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유럽과는 달리 러시아에 매우 안정적인 구매자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게 될 연간 1,000억 입방미터의 가스는 과거 러시아가 유럽에 팔아온 2,000억 입방미터의 절반에 해당한다. 러시아로서는 가스를 더 사 갈 소비처가 필요한데, 러시아는 이란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23년에 러시아와 이란은 이란을 통해 약 1,100억 입방미터의 러시아산 가스를 수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것은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 1과 2를 통해 유럽에 보내던 가스 총량과 같은 수준이다. 이란은 러시아의 가스를 이웃 국가들과 세계 시장으로 수송하는 지역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의 협정은 광범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그것은 이란을 유라시아 에너지 회랑으로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러시아로서는 유럽을 넘어 새로운 가스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아시아와 중동의 가스 시장이 가격이 일정하지 않은 현물 LNG에 크게 의존하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이란 가스관 허브는 더 저렴하고 장기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변동성이 큰 화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나아가서 이란은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으로부터 매장량이 막대한 대부분 미개발된 자국의 매장 가스 개발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받기로 하고 가즈프롬과 400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세계 2위의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과 러시아의 에너지 축이 가동되면 LNG 시장 전체가 뒤흔들릴 수 있다.

전체 상황을 요약하면, 1) 중국은 연간 1,000억 입방미터의 가스 확보, 2) 이란은 연간 1,100억 입방미터 가스의 수송 계약 체결, 3) 러시아는 그동안 자국 가스를 판매해온 유럽 시장 전체를 대체하는 연간 약 2,100억 입방미터의 가스 시장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세계 에너지 시장도 거대한 변동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패배자는 유럽이다. 유럽은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거부한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봤다. 노르트스트림은 안정적 에너지 확보를 위한 최대의 젖줄이었는데도 시모어 허시의 보도대로 미국이 그것을 폭파한 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이 유럽, 특히 독일이다. 지금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대신 미국산 LNG를 구매해야 하게 됨에 따라 미국에서보다 4배나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유럽, 특히 독일의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러시아로부터 값싼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러시아의 가스는 유럽 대산 중국으로, 그리고 이란을 통해 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유럽은 이미 불황에 빠진 상태다. 영국과 프랑스는 재정 위기에 빠져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독일은 더 심각하다. 벌써 연 3년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중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과거 헤겔은 그런 점을 놓고 동양은 역사가 끝나고 서양은 역사가 성숙한 것으로 말했었다. 해는 지면 다시 뜨는 법이다. 서쪽에 머물던 해가 지고 동쪽에서 이제 다시 뜨고 있다. 동세서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 8월 31일〜9월 1일 텐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이 그런 점을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시사적인 것은 두 행사에 참석한 서방의 주요 국가 지도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중대 행사에 서방 지도자가 모두 결석했다는 것의 의미는 너무 분명하다. 이제 서방은 더 이상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지도자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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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옛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1989년에 만났으니 긴 인연이다. 백두산 천지와 술 한 병 찍은 사진을 첨부하고 선생님과 함께하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식 건배주 들쭉술 들고 갑니다.’라고 썼다. 제자도 제자지만 말로만 듣던 들쭉술이라니 반갑기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런 만남은 유쾌란 표현에 욱여넣기 힘들 만큼 기분을 흔들어 띄운다.

 


그도 세월 바람에 앞 머리카락 대부분을 내어준 나이가 됐다. 내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니^^ 같이 늙어간다고 말해도 될 성싶다. 여러 해 외국살이하다가 최근 아주 돌아와 제천 어디쯤 정착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노후 걱정 없을 정도는 돼 느긋하다. 그래서 뜻 맞는 사람들과 백두산 여행도 했다. 여행 중 우연히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다 문득 나를 떠올렸다 한다.

 

재학 중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 절차를 밟으러 학교에 왔다가 현수막을 보고 홀린 듯 이끌려 내 강의를 들은 그는 바로 거기서 기존 가치가 무너지고 새 삶이 열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렇게 출발한 선연은 그 20년쯤 뒤 다른 모습으로 재현됐다. 혼신으로 쌓아 올린 경력과 부가 단칼에 날아가 자살로 내몰릴 때 나를 찾아와 기적처럼 안정을 찾으며 회복됐다.

 

그때 선생님 아니셨으면 저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나는 들쭉술 한 잔 그득히 따라주며 말했다. “네 복이야.” 이어서 그가 말했다. “문형배에게 김장하 어른보다 제게 선생님은 더 육중한 어른이신데 제가 성공한 인생이 아니라서 선생님을 빛나게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가 그득히 따라주는 들쭉술 한 잔 받으며 내가 말했다. “내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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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25-09-05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이시군요. ^^
 



 

종묘 넘어 급기야는 달까지 모독한 명신이 광란에 맞서 광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로 35번째다. 서투른 주제에 끝까지 사특함을 극단으로 구사하며 야비다리 치는 그를 그냥 본디 그런 년이야!’ 하고 넘길 수 없어 구속수감 이후 잠시 쉬다가 다시 나온다. ·타가 오지 않는지, 알량한 주술을 여전히 신봉해선지, 그 상판에서는 마약 그림자 빼곤 짐작 불능한 표정만 질질 배어 나온다. ·괴 이전 야생 풍모를 떠올리며 상상해 보지만 당최 그 언행을 따라잡을 도리가 없다.

 

한풀 꺾였다면서도 펄펄 끓어대는 날씨뿐만 아니라 시커먼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이글거리는 촛불들도 여전히 뜨겁다. 촛불들은 마치 나머지 엿새가 휴일이고 이 한 날이 평일이라는 듯, 여기가 마치 몸 바칠 직장이기라도 한 듯 집중하고 몰입한다. 늘 그래 왔지만, 오늘따라 부쩍 궁금해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여기서 펼치는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민주주의가 자신에게 무엇인지, 누구나 말하는 행복을 이 순간 구가하는지···. 궁금증이 무슨 통증처럼 속살을 파고든다.


 

이 궁금증이 실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나를 향한다. 변방 무지렁이로 서성대는 주제인 내게도 만만치 않은 질문인데 행진 선두와 중심에 선 저들에게야 얼마나 육중한 질문일까. 문득 가슴에 차오르는 뜨거운 물기운을 느낀다. 차마 눈물로 빚어지지는 못한 채 먹먹한 덩어리로 한참을 머무른다. 이러다간 홀로 소주 한잔 청하지 싶어 살며시 대열을 벗어난다. 행진을 계속하는 촛불들이나 거기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나나 크게 보면 모두 떠도는 존재다. 목적지를 누가 알겠나.

 

그나마 정색하고 좀 일찍 귀가하는 까닭은 엊그제 이사를 해서 집안이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정리해 놓으면 내일 일이 쉬워지고 그렇게 내일 하루 정리하면 마무리를 앞당길 수 있으리라. 70년 동안 이사 횟수가 35번을 썩 넘겼으니 한 집에서 2년을 채 살지 못한 셈이다. 그야말로 방랑 인생이다. 고단하지만 나는 이 삶을 반제국주의 생활 양식으로 섭새김하며 나아간다. ‘개인사가 정치사다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든 날카롭다. 발 베일 터이니 그 칼날 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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