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부르키나파소는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역에 있는, 한반도(22.3만㎢)보다 좀 더 넓은 영토(27.4만㎢)를 지니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인구 2,355만의 나라다. 최근 여기서 정변이 매우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저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부르키나파소에서 현 정권을 전복하려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으나 진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이 나라에 관심을 가져온 터라서 어찌 된 일인지 매체를 통해서 알아보려고 일단 구글을 통해서 국내에는 어떤 관련 소식이 보도되고 있는지 살펴봤으나 지난 일주일 이상 국내 매체에 부르키나파소와 관련된 기사는 2025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16강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코트디부아르가 부르키나파소를 3: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는 내용 말고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내외 납치 폭거가 일어난 날과 똑같은 1월 3일 밤 국가수반을 제거하려 한 쿠데타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세계 유수 언론도 전혀 다루지 않아서 주목받지 못한 것 같으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3∼4일 밤에 중대한 사태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언론 세력이 글로벌 매체 지형을 장악하고 있어서 주요 사안도 세계인의 관심 밖으로 밀리는 일이 많다 보니, 부르키나파소의 정변도 그런 식으로 처리되었을 공산이 없지 않다. 그래도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브라힘 트라오레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4일 새벽 1시에 부르키나파소의 남녀노소 수천 명이 자다 말고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아프리카의 일부 매체는 전하고 있다. 재작년 12월 3일 친위 쿠데타를 획책한 윤석열의 계엄 직후 서울에서 시민들이 자정 넘어 국회로 몰려든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브라힘 트라오레는 부르키나파소의 현 국가 지도자다. 그는 군 대위 출신으로 2022년 1월에 폴-앙리 산다오고 다미바 중령이 주도한 쿠데타 정부에 참여했으나 다미바의 정책 노선에 반대해 9월 30일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임시 대통령직을 맡아 오늘에 이른다. 박정희와 전두환 등 군인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이후 군부독재를 행사한 것을 익히 봐온 한국인으로서는 트라오레도 같은 부류려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라오레는 지금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며 역시 최근에 쿠데타로 친서방 정권을 무너뜨린 니제르, 말리와 함께 ‘사헬국가연합’을 구성해 반제국주의 투쟁을 해오고 있다. 그가 집권한 뒤 부르키나파소는 1960년의 해방 이후 자신을 계속 신식민지로 만들어 수탈해온 프랑스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국내에 주둔하던 프랑스군을 몰아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와 프랑스 등 외국 자본이 장악한 금 등 자국 자원에 대한 개발권을 국유화해 글로벌 자본의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트라오레는, 역시 군인 출신으로 1980년대에 진보적 경제 개혁과 근대화를 추진하며 전면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시도해 지지자들로부터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라고도 불린 토마 샹카라와 마찬가지로 부르키나 인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집권 이후 트라오레 정권은 거듭되는 구데타 위협을 받아왔다. 1월 3∼4일 밤 트라오레 정권을 전복하려고 일어난 쿠데타는 2022년 1월의 쿠데타로 집권한 뒤 친제국주의 노선을 견지하다가 축출당해 부르키나파소 남쪽의 토고에 망명해 있는 다미바의 세력이 시도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다미바는 부르키나파소의 이전 통치자들과 마찬가지로 친서방, 친프랑스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4일 밤 1시에 수천 명의 부르키나인이 거리에 뛰쳐나온 것은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인민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트라오레에 대한 지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말일 것이다.
아래는 미랄 아스카르(Miral Askar)가 자신의 서브스택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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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수천 명의 평범한 시민들—노동자, 학생, 노인들—이 대통령궁으로 행진해 몸을 드러내고 비무장 상태로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인간 방패가 된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우리는 오늘날 이런 종류의 지도력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온 인민이 그를 위해 총알받이가 되려고 새벽 1시에 일어날 만큼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 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지도자”는 벙커나 호화로운 궁전에 숨어 파리나 워싱턴의 최고 입찰자에게 자기 나라의 영혼을 팔아넘긴다. 트라오레는 다르다. 그는 대위 월급으로 살아간다. 그는 어려운 나라는 정치적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며 장관들의 급여를 삭감했다. 그는 광산을 국유화하고 정유 시설을 건설하여 부가 실제로 국민의 손에 들어가도록 했다. 그는 기타 세계가 서방 원조를 간청하던 2025년에 자국의 식량 자급률을 달성했다.
우리는 “중개인”―자국민의 대표하기보다는 외국 기업의 지역 관리자처럼 행동하는 정치인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자국민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다보스 포럼에서 한 자리나 얻으려고 나라의 광물 채굴권을 포기하는 “지도자들”을 본다.
인민이 한 정치인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는가? 국민 삶의 질은 무너지는데도 임기 내내 IMF 대출과 “투자자 신뢰”만 좇는 정치인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직 모든 행동과 희생을 통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에게만 그런 일이 일어날 뿐이다.
서구에서 가르치는 “민주주의”란 통상 흔히 계획적인 약탈을 감춘 가면일 뿐이라는 사실을 세계는 깨닫고 있다. 우리는 말만 화려하고 실제로 내놓을 것은 없는 “전문” 정치인들에게 질렸다. 우리는 매수되지 않고 굴복하지 않으며, 나라의 자원을 개인의 상속 재산이 아닌 신성한 신탁으로 여기는 지도자를 찾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어젯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지도자를 만났을 때, 인민은 그를 지키는 요새가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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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오레는 지난 연말 ‘사헬국가연합’의 통합부대 창설 며칠 뒤에 열린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통합 정상회담에서 사헬 국가들의 주권을 침해하고 지역 불안정을 획책하려는 외부 위협, 폭력, 경제 압력이 강화될 것임을 경고하며 “검은 겨울”이 다가온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쿠데타 시도는 그의 경고가 틀린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하지만 민중이 전선에 앞장서면 반제국주의 투쟁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일의 트라오레 정권 전복 쿠데타 세력이 실패한 데에는 한밤중에 수천 명 인민이 거리에 나와 반제국주의 운동을 지원한 것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다.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가 2024년 12월 3일 한국에서 실패한 것 또한 시민들이 나섰기 때문이 아닌가.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도 미 침략군에 납치돼 간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 인민의 물결이 거리를 휩쓸고 있다. 마두로와 그를 대신해서 대통령 대행이 되어 미국과 맞선 델시 로드리게스에 대한 베네수엘라 인민의 지지도 굳건해 보인다. 베네수엘라에서 부르키나파소까지, 부르키나파소에서 베네수엘라까지 반제국주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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